약초 씹더니 상처에 바르는 오랑우탄…자가 치료행동 첫 포착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4-05-03 17:59:35
  • -
  • +
  • 인쇄
▲약초로 얼굴 상처를 치료한 수마트라 오랑우탄 '라쿠스'(사진=사이언티픽 리포트 캡처)

야생 오랑우탄이 마치 사람처럼 약초를 씹어서 으깬 다음 상처에 바르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자벨 로머 독일 막스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MPIAB) 박사 연구팀은 3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에서 얼굴에 큰 상처를 입은 오랑우탄이 약초를 으깬 뒤 상처에 발라 치료하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오랑우탄은 유인원 가운데 가장 지능이 높은 종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먹이를 사냥할 때 나뭇가지같은 도구를 사용하는 등 이해하고 배우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돼 왔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치료에 대한 인지능력이 있다는 사실이 세계 최초로 확인된 것이다.

그동안 오랑우탄을 비롯한 유인원들이 약초 등을 통째로 먹는 모습은 수차례 포착됐다. 세계적인 동물학자 제인 구달은 1960년대 초 이들의 배설물에서 잎이 발견됐다는 보고를 처음 하기도 했다. 이에 과학자들은 우랑우탄의 자가 치료 행동 중 하나라고 추정했는데 이번 연구에 의해 그 추정이 사실로 입증됐다.

연구팀은 인도네시아에서 사는 수컷 야생 수마트라 오랑우탄 '라쿠스'가 덩굴 식물인 '아카르 쿠닝'을 씹어서 뱉은 즙을 얼굴 상처에 반복해 바르는 모습을 증거로 유인원이 자가 치료 행동을 이해하고 실행한다고 주장했다. 아카르 쿠닝은 항균과 항염증, 항진균, 진통 등의 효과를 보이는 식물로 인도네시아 지역에서는 약초로 쓰인다.

라쿠스는 오른쪽 눈 아래 뺨에 깊이 파인 상처를 입었다. 상처가 나고 3일 뒤부터 아카르 쿠닝 줄기와 잎을 씹어서 나온 즙을 상처에 7분 동안 반복해서 발랐고, 그런 다음 잎을 씹어 상처 부위가 덮이도록 발랐다. 또 30분 이상 약초를 직접 섭취하기도 했다.

이같은 치료행동이 이어지자 상처 부위는 별다른 감염없이 5일만에 아물기 시작했고, 한달뒤에는 말끔히 치료됐다.

연구팀은 "라쿠스가 약초를 상처 부위에 반복해서 바른 것을 감안할 때 의도적으로 상처 치료에 쓴 것"이라며 "이같은 적극적인 치료 행동은 인간과 유인원의 공통 조상으로부터 비롯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지난 2일자 온라인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두나무 인수한 네이버...AI와 블록체인 앞세워 '글로벌 금융' 노린다

세계 3위 가상자산거래소 두나무가 네이버 품에 안기면서 20조원 규모의 금융플랫폼이 탄생했다. 26일 네이버와 두나무 이사회는 네이버파이낸셜과 두

'비상경영' 롯데 인적쇄신...부회장 전원 용퇴에 CEO 20명 '물갈이'

롯데그룹이 부회장단 전원 교체와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20명을 교체하는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롯데그룹은 2026년 임원인사에서 9

롯데케미칼-현대케미칼, 석화공장 합친다...울산과 여수도 통폐합 속도?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석유화학 사업이 합쳐진다. 지난 8월 20일 10개 석유화학 기업이 사업재편을 위한 자율협약을 맺은 이후 첫번째 구조조정

엑손모빌 '화학적 재활용' 놓고 '그린워싱' 공방 격화

플라스틱 화학재활용을 둘러싼 엑손모빌과 환경단체의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엑손모빌은 플라스틱 폐기물

우리銀, 사회적경제기업 10곳 선정…최대 2000만원 지원

우리은행이 사회적경제기업을 발굴해 최대 2000만원을 지원하는 '임팩트 챌린지' 공모를 시작했다.우리은행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함께 '2025년 우

위생행주·인조잔디까지...CJ제일제당, PHA 적용제품 확대

CJ제일제당이 생분해성 바이오 소재 'PHA(Polyhydroxyalkanoates)'의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CJ제일제당은 PHA를 적용한 '빨아쓰는 생분해 위생행주', '생분

기후/환경

+

플라스틱 문제 일으키는 '조화'...인천가족공원서 반입 금지될듯

인천가족공원에 플라스틱 조화(造花) 반입을 자제하도록 하는 조례 제정이 추진된다.26일 인천시의회에 따르면 전날 산업경제위원회를 통과한 '인천시

'2.5°C' 상승한 우즈베키스탄…극심한 가뭄에 이미 위기상태

우즈베키스탄 일부 지역의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대비 2.5°C까지 상승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온난화로 인한 가뭄과 물부족이 심해질 것으로 전망되

엑손모빌 '화학적 재활용' 놓고 '그린워싱' 공방 격화

플라스틱 화학재활용을 둘러싼 엑손모빌과 환경단체의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엑손모빌은 플라스틱 폐기물

태평양 참치에서 검출된 '수은' 오염경로 추적해봤더니...

참치 등 태평양에서 서식하는 해양어류 몸속에 수은이 어떻게 축적되는지 그 경로가 밝혀졌다.포항공대(POSTECH) 환경공학부 권세윤 교수연구팀과 한국

알프스·안데스·히말라야가 위험하다...기후변화로 곳곳이 '흔들'

험준한 산악지대로 유명한 히말라야를 비롯해 알프스, 안데스산맥이 기후변화가 불러온 기온과 강수패턴 변화로 인해 무너져내리고 있다. 25일(현지시

폭염에 열받은 젖소들...우유 생산량 줄고 있다

젖소들이 폭염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우유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어 낙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25일(현지시간) 푸드앤와인(Food & Wi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