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직접 만든다고?...발칙한 상상을 현실로 만든 '이노마드'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5-31 08: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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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가게 뷰티풀펠로우] 이노마드
"지속가능한 에너지, 누구나 사용하도록"
뉴스트리가 재단법인 아름다운가게 '뷰티풀펠로우'에 선정된 기업을 차례로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뷰티풀펠로우는 지속가능하고 혁신적인 비즈니스모델로 일상생활 속 긍정적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사회혁신리더를 선발해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편집자주]
▲박혜린 이노마드 대표는 "누구나 하고 싶지만 하지 못하는 간극을 기술과 솔루션으로 채워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newstree


재생에너지를 직접 만들 수 있다고?

이런 생뚱맞은 생각으로 창업한 회사가 있다. 바로 '이노마드'(Enomad)다. 2014년 설립된 이 회사는 재생에너지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말 그대로 개인이 전기를 직접 생산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여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그게 가능할까' 싶은 생각이 들지만 이 회사는 10년째 꿋꿋하게 '지속가능한 접근성'에 방점을 찍고 관련 제품을 개발하고 교육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노마드의 박혜린(39) 대표는 "누구나 하고 싶지만 하지 못하는 간극을 기술과 솔루션으로 채워주고 싶었다"면서 "텃밭을 직접 가꾸듯, 전기를 직접 만들어서 사용해본다면 삶의 자세와 방향이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로 초소형 수력발전기 '이노마드 우노(Uno)'를 개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물만 있으면 누구나 전기를 직접 만들어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싶어서. 그래서 기업과 학교를 대상으로 탄소중립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교육 참여자들은 이노마드의 탄소배출량 측정 프로그램을 통해 데이터 리터러시를 배우며 자신의 탄소발자국을 비교하게 된다.

"해보고 싶으면 해봄직하게 만드는 게 우리의 일"이라고 말하는 박혜린 대표를 직접 만나봤다.


◇세계 최초 '휴대용 수력발전기' 개발한 까닭

대학에서 무역을 전공한 박혜린 대표가 '지속가능성'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캐나다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돌아와 몸담게 된 회사에서 한국형 조류발전기 개발사업을 맡으면서부터다.

지난 2010~2013년 진도 울돌목에서 진행된 이 사업에서 당시 박 대표는 프로젝트 매니저(PM)를 맡았다. 그런데 난관에 부딪혔다. 밀물과 썰물을 활용하는 조류 발전사업이 지역갈등으로 인한 인허가 문제, 송전 과정에서 전기가 소실되는 효율성 문제, 기존 전력망에 연결되지 않으면 낙후지역은 전력생산을 아무리 많이 해도 전기를 수급할 수 없다는 문제 등에 직면했다. 박 대표는 "기술개발만 중요한 게 아니라 수요자에게 어떻게 잘 사용될 수 있을지 설계를 같이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당시의 깨달음이 박 대표로 하여금 이노마드를 설립하게 한 동기가 됐다는 것. 박 대표는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Energy)와 유목민을 뜻하는 '노마드'(Nomad)의 합성어인 '이노마드'를 설립하고, 기존 전력망에 의존하지 않고 주변 자원을 활용해 내가 필요한 전력을 직접 만드는 '에너지 유목민'을 콘셉트로 한 사업을 시작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보조배터리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이노마드는 물을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휴대형 수력발전기 개발을 시작했다. '왜 하필 수력발전기인가'라는 질문에 박 대표는 "물은 바람보다 밀도가 1000배 높은 고효율 에너지 자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산간오지 또는 해안가에 갔을 때 물에 띄워놓으면 전력을 얻을 수 있는 이 제품이 바로 '이노마드 우노'다.

▲세계 최초로 개발된 초소형 수력발전기 '이노마드 우노' (사진=이노마드)

텀블러 정도의 크기인 '이노마드 우노'는 터빈과 발전기와 배터리까지 내장된 몸통 그리고 방수캡으로 구성돼 있다. 쉽게 조립할 수 있고 휴대하기 편리하다는 게 장점이다. 프로펠러 모양의 터빈을 펼쳐 물에 넣어놓고 있으면 전기가 만들어진다. 내장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는 보조배터리처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에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 LED가 내장돼 있어 조명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초소형 수력발전기'를 만든 덕분에 세계적인 관심도 끌었다. 이노마드는 지난 2019년 CNN, 블룸버그에서 차세대 혁신 신재생에너지 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고, 롤스로이스 100주년 기념 지속가능분야 브랜드 파트너로도 선정됐다. 또 2020년부터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매장에서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같은해 독일에서 열린 세계 최대 아웃도어 스포츠용품 박람회 ISPO 뮌헨에서 '올해의 신규브랜드' 15개 가운데 하나로 선정됐다. 박 대표는 "아시아 기업 중 유일하다"며 자랑했다.

이노마드 우노는 주로 오지탐험가 등 해외에서 수요가 높은 편이고, 국내에서는 학교에서 교육용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 "탄소교육 받은 학생들, 삶의 자세가 바뀐다"

이노마드는 단지 소비재를 판매하는 회사에 머무를 생각이 없다. 박 대표는 "텃밭에서 직접 가꾼 채소로 요리를 해먹으면 특별함을 느끼듯, 전기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라며 "지금까지 소비자 관점에서 전기를 바라봤다면 생산자 관점에서 전기를 바라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직접 전기를 만들고 사용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육 프로그램은 기업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의외로 학교는 전기사용량이 많은 장소라고 한다. 학교에서 디지털 수업이 확대되면서 데스크톱PC를 비롯해 학생들의 노트북PC 사용량이 폭증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2023년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학교 탄소저감 표준화 모델 연구개발'을 진행한 결과 전국의 모든 학교의 연간 탄소배출량이 삼성전자 국내 사업장의 탄소 배출량(Scope 1, 2)의 40%에 육박했다"면서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지속가능성에 대한 교육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탄소중립 교육에 참여한 학생들이 '이노마드 우노'를 조립하고 작동시켜보는 모습 (사진=이노마드)

2023년 서울시교육청과 '탄소제로실천 선도학교' 사업을 통해 학생들이 직접 '이노마드 우노'를 통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하고, '우리 학교 탄소보고서'를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학교에서 배출되는 탄소 데이터를 시각화한 자료를 직접 분석하도록 한다. 학교의 조명, 선풍기, 제습기, 와이파이 공유기 등의 대기전력을 차단했을 때 학교의 탄소배출량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학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전기절약'을 실천하게 된다는 것. 

박 대표는 "올해 실증사업에 참여중인 A학교는 이 교육이 진행된 후 오전 11시~오후 1시 사이에 학생들의 전기절약 행동만으로 전력사용량이 22% 절감된 경우도 있었다"면서 "교육은 어떤 방법보다 저렴하고 지속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노마드는 이 교육 프로그램을 학교 탄소배출 저감의 수요가 있거나 데이터 기반의 탄소중립 교육을 희망하는 학교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학교, 연구교사, 교육전문업체 블루커뮤니케이션과 함께 연구개발해 체계적인 교육이 가능한 프로그램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서비스 출시할 예정이다. 

이노마드의 탄소배출량 측정 솔루션은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과 건물단위 탄소배출량을 스코프 1, 2, 3로 구분해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다. 박 대표는 "에너지 데이터로 각자의 모든 활동을 추적할 수 있다"면서 "개인의 탄소저감 노력이 실시간 반영돼 효능감을 즉각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추이도 분석할 수 있어 저감활동을 지속하도록 만든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3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데이터 리터러시 기반 탄소중립 교육 사례'를 발표한 바 있는 박혜린 대표는 오는 6월 6일 인도 벵갈루루에서 열리는 '인도 글로벌 혁신 연결(India Global Innovation Connect) 2024' 컨퍼런스에서 맡은 기조발제에서도 이노마드 사업을 소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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