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규탄집회에서 포착된 축제 분위기의 독특한 한국의 'K-시위문화'에 외신들이 주목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됐던 지난 7일 국회 앞 탄핵촉구 촛불집회에서 K팝과 응원봉이 등장하자 외신들은 한국의 시위문화에 대해 앞다퉈 보도하고 나섰다.
영국 BBC는 "대형 스크린과 크레인 카메라가 설치되어 마치 야외 음악 축제와 같았다"며 참가자들이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시위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도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추운 날씨 속에도 수만명 인파가 국회 앞에서 촛불 시위를 벌였으며,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K팝 그룹의 응원봉을 흔들며 시위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프랑스 AFP통신도 "탄핵 표결을 앞두고 시위대 중 많은 이들이 정성들인 의상을 입고 직접 만든 깃발을 들거나, 집회의 필수요소가 된 K팝을 틀었다"며 "일부 시위는 댄스파티를 연상케 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번 시위에서 20~30대 젊은 여성층이 아이돌 팬덤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모습이 조명됐다. AFP는 "에스파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나니 두려움이 사라졌다"고 털어놓은 한 시위자의 엑스(X·옛 트위터) 게시물을 소개했다. 앞서 5일 시위에서는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재생됐다며 "유명 걸그룹의 경쾌한 데뷔곡인 이 노래는 정치적인 내용으로 여겨진 적이 없지만, 2016∼2017년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반대 집회에서 젊은 여성 시위대의 인기를 끌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이번 시위에서는 '전국 집에누워있기 연합' '스파게티 몬스터 연맹', '혼자 온 사람들', '강아지 발냄새 연구회', '꽃심기 클럽', '잠들지 못하는 편집자들' 등 기발하고 유머러스한 깃발들이 등장했다.
이처럼 외신들은 한국의 시위 문화가 전통적인 투쟁적 성격에서 벗어나 평화적이고 축제적인 분위기로 변화하고 있음에 주목했다. 시민들이 시위를 하나의 문화적 표현으로 받아들이며,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하는 개방적이고 참여적인 시위문화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주요 외신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한국의 민주주의와 시민의식을 높게 평가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수십년만에 최대 시험을 통과했다"면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조치를 국회가 해제한 것은 한국에 민주주의 문화가 뿌리내렸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걱정이 있지만 이번 일은 민주주의가 회복력이 있고 자유에 대한 열망이 보편적이라는 믿음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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