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탄소창고 '이탄지'...무분별한 개발에 '탄소폭탄'으로 돌변

손민기 기자 / 기사승인 : 2025-02-14 11:07:57
  • -
  • +
  • 인쇄
▲탄소폭탄이 되고 있는 늪지대 ©newstree


엄청나게 많은 탄소를 저장하고 있는 습지와 늪지대 등 '이탄지'가 무분별한 개발행위로 인해 탄소폭탄으로 돌변하고 있다. 이에 이탄지를 엄격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3일(현지시간) 야생동물보호협회(Wildlife Conservation Society)의 케멘 오스틴(Kemen Austin) 박사 연구팀은 전세계 이탄지가 농업과 광업 용도로 개발되면서 파괴되고 있고, 이로 인해 기후변화를 가속화시키는 이산화탄소(CO₂)를 엄청나게 배출하는 지대로 변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탄지(peatlands)는 늪지, 습지, 펜(fens), 미어스(mires), 머스케그(muskeg) 등으로도 불린다. 이탄지는 전세계 육지의 단 3%에 불과하지만 전세계 숲이 저장하는 탄소보다 더 많은 양을 저장하고 있는 지대다. 전세계 이탄지에 저장된 탄소는 현재 글로벌 탄소배출량의 50년치에 해당될 정도라고 한다. 따라서 이탄지가 파괴되면 그속에 저장돼 있던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대기중으로 배출되는 것이다.

이탄지 지대에서는 식물이 죽은 후에도 물에 잠긴 상태로 유지되기 때문에 분해 속도가 느려지는 특성이 있다. 그런데 농업, 광산 개발, 도로 건설 등을 이유로 전세계 곳곳의 이탄지들이 배수가 되면서 그속에 있던 탄소가 공기와 접촉해 이산화탄소(CO₂)로 방출되고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현재 이탄지의 탄소배출량은 중국과 미국, 인도 다음으로 높은 탄소배출국이 될 정도라고 했다.

오스틴 박사는 "이 때문에 이탄지를 '탄소폭탄(carbon bomb)'이라고 부르고 있다"면서 "한번 폭발하면 배출은 지속될 수밖에 없고, 그 탄소를 다시 되돌릴 수 없다"고 보고서를 통해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탄지는 탄소밀도가 매우 높은 생태계이기 때문에 보호조치를 하면 그만큼 효과가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산화탄소(CO2)를 수백 년에서 수천 년에 걸쳐 축적한 이탄지의 25%가 인간활동으로 인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콩고공화국 이탄지의 90%는 보호구역 내에 있지만 실제로 엄격한 보호를 받는 지역은 1%에도 못미친다는 것이다. 보호구역에 있는 17%의 이탄지 가운데 절반 정도만 엄격한 보호를 받고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세계 최초로 진행된 이탄지 보호현황 평가에 따르면, 전세계 이탄지의 단 17%만 보호구역에 있다. 이는 열대우림 38%가 보호구역으로 저징돼 있고, 맹그로브숲 42%가 보호구역에 있는 것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탄지가 가장 많은 캐나다, 러시아, 인도네시아는 보호구역 비율이 17%보다 낮다. 이탄지 면적 기준으로 세계 톱5에 속하는 미국과 브라질도 보호조치의 실효성은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인도네시아와 영국은 국가 차원의 포괄적인 이탄지 보호 전략을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국가이지만 영국 내 이탄지의 80%는 이미 배수, 과도한 방목, 화재 등의 요인으로 훼손된 상태다. 영국은 전 세계 이탄지 면적 기준으로 12위에 위치하며, 전체 이탄지의 41%가 보호구역 내에 포함되어 있다.

연구진은 "이탄지 보호가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데 있어 비용대비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전 세계 이탄지의 25%가 원주민들의 영토에 포함돼 있는데, 연구결과에 따르면 원주민이 관리하는 지역은 환경파괴가 적은 경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연구진은 원주민들의 토지권리를 보호해주는 것이 이탄지를 보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탄지 보호를 탄소배출권 거래와 연결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연구진은 이탄지 보호구역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존 보호구역을 제대로 관리하고 재정적 지원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는 많은 이탄지들이 충분한 예산없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탄지의 파괴를 막으려면 환경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연구팀은 "이탄지 보호와 복원이 국제적 계획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스틴 박사는 "이탄지는 단순히 탄소를 저장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물을 가둬 홍수와 가뭄을 예방하고, 이끼와 꽃, 조류, 어류, 나비 등 다양한 생물종을 서식하게 한다"라며 "이탄지는 지역 생태계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어머어마한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생물다양성 보전을 주제로 하는 과학저널 '컨져베이션 레터즈'(Conservation Letters)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제철, CDP 선정 기후대응 원자재 부문 우수기업 수상

현대제철이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로부터 기후변화 대응 분야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현대

'해킹사고' 부실 대응 SK텔레콤..."ESG 등급 하락 불가피"

SK텔레콤 해킹사태로 고객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유출되면서 SKT의 ESG평가에서 사회(S)부문과 종합부문 등급이 1등급씩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고객

KB국민은행, 올해 지역에 '작은 도서관' 9곳 더 늘린다

KB국민은행이 올해까지 134개의 'KB작은도서관'을 조성해 미래세대를 위한 독서 인프라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KB국민은행은 지난 14일에는 울

LG유플러스, CDP '탄소경영 아너스 클럽' 수상

LG유플러스가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호텔에서 열린 '2024 CDP(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코리아 어워즈'에서 CDP 기후변화 대응 부문(CDP Climate

11번가 사령탑 교체...신임 대표로 박현수 CBO 선임

SK스퀘어 자회사 11번가가 지난 29일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박현수 11번가 CBO(최고사업책임)를 선임했다고 30일 밝혔다. 안정은 전임 대

경기도 푸드뱅크, 세제와 휴지 등 '생활용품'도 기부받는다

경기도가 푸드뱅크를 통해 식품뿐만 아니라 세제와 휴지 등 다양한 생활용품도 기부받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푸드뱅크·마켓은 취약계층에 기부

기후/환경

+

대구 함지산 산불 '재발화'...강풍에 불씨 되살아나

이틀만에 주불이 잡히면서 완전된 것으로 알았던 대구 함지산 산불이 다시 발화하면서 주민들이 다시 대피했다. 건조한 상태에서 계속해서 불어대는

기후위기로 야외 음악공연도 '위기'...티켓 판매부진 현상

호주에서 기후위기로 야외 뮤직 페스티벌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보고서가 나왔다.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RMIT)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발간한 '뮤

"해운탄소세 피하려면 '전기추진선'으로 교체해야"

탄소배출이 많은 선박을 전기추진선으로 대체하고 녹색해운항로를 개척하면 해운부문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운은 전

기후재해 보상은 왜 제한?...손보사 車보험약관 공정위 '심판대'

기후위기로 올여름도 무더위와 수해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 피해는 보상하지 않는 보험약관의 불공정 조항을 개정해

대구 산불 이틀째 진화율 82%...주불 아직도 못잡아

지난 28일 발생해 이틀째 번지고 있는 대구 함지산 산불이 아직도 주불을 잡지 못하고 있다.산림 당국에 따르면 29일 오전 8시 기준 대구시 북구 노곡&mid

트럼프 '해저광물' 개발규제 완화에..."생태계에 치명적" 비판

미국이 해저 광물 개발을 장려하기로 한 결정에 "해양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