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 아까시꿀 제철인데"...양봉농가 잇단 폭우에 '시름'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5-05-20 15:28:59
  • -
  • +
  • 인쇄
▲폭우로 떨어진 아까시꽃(사진=양봉협회)

"꿀이 막 올라오려던 참이었는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면서 꿀벌들이 꿀을 모을 시기를 놓치고 있다."

최근 여름철을 방불케하는 장대비가 쏟아지면서 양봉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특히 꿀벌의 주요 채밀원(꿀을 모으는 식물)인 아까시꽃이 만개하는 시기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아직 아까시꿀을 수확하지 못한 양봉농가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에서 25년째 양봉업을 이어가고 있는 박종규 한국양봉벌침교육중앙회 회장은 20일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올해 아까시꿀을 한 번도 채밀하지 못했다"며 "연일 비가 내려 꿀벌이 꿀을 채집하러 나가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주에 여름 장마처럼 퍼붓는 폭우에 아까시꽃들이 몽땅 떨어져 버렸다는 것.

아까시꽃은 국내 꿀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채밀수종이다. 주로 5월 초부터 꽃이 피기 시작해 중순쯤 만개한다. 그런데 올해는 하필 아까시꽃이 만개한 시점에 폭우가 쏟아져 피해가 컸다. 특히 지난 16일 세차게 쏟아진 기습 폭우는 만개한 아까시꽃을 몽땅 떨어지게 만들었다. 경기도 남양주 오남읍에는 5월 한달치 강수량보다 많은 130㎜의 비가 하루에 모두 내렸다. 이 가운데 74㎜는 1시간에 퍼붓듯 쏟아져 꽃잎이 다 떨어졌다.

양봉협회경기지회 관계자는 "꽃이 늦게 피는 경기 북부와 강원도 지역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수도권과 경기 남부 양봉농가는 아까시꽃을 구경도 못해본 상황"이라며 "일부 농가는 갑작스러운 폭우에 벌통이 노출되는 바람에 피해를 더 키웠다"고 말했다.

문제는 꿀벌이 '꽃꿀'을 먹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꿀벌이 직접 채밀한 꿀에는 화분(꽃가루)이 포함돼 있는데, 이 안에는 단백질 등 생존에 필수적인 영양분이 들어있다. 이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한 꿀벌은 면역력이 약해져 기생충이나 전염병에 취약해진다. 또 체력도 떨어져 최악의 경우 기온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단폐사될 수도 있다. 꿀벌은 과채류, 견과류 등 전세계 농작물의 75%의 꽃가루받이를 책임지는 만큼, 꿀벌의 위기는 식량위기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기습폭우처럼 기상이변은 해마다 반복될 우려도 크다. 실제로 최근 3년간 5월에 여름 장마철 수준의 비가 내리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어린이날 연휴동안 남부지방과 제주도를 중심으로 하루동안 200㎜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졌고, 2023년 5월초에도 서귀포에 하루동안 288㎜의 폭우가 내리기도 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난 16일 폭우에 대해 "당초 소나기 수준으로 예보됐지만, 대기 상층의 찬 공기와 남쪽에서 유입된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충돌하면서 불안정성이 심화됐다"며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대기 내 온도차가 심해지고 있어, 이로 인한 강수의 양과 강도 예측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5월 20일은 유엔(UN)이 꿀벌 보호를 위해 지정한 '세계 벌의 날'"이라며 "우리 먹거리를 만들어주는 꿀벌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 지 오늘만이라도 함께 고민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낡은 옷, 포인트로 바꾸세요"...현대百 '바이백' 서비스 시행

현대백화점이 중고패션 보상프로그램 '바이백(buy back)' 서비스를 도입한다. 가지고 있는 의류를 되팔면 해당 상품 중고시세에 해당하는 금액을 현대백

SK이노베이션, 2030년까지 베트남 맹그로브숲 복원 나선다

SK이노베이션이 베트남에서 '아시아의 허파'로 불리는 맹그로브숲 복원사업에 나선다.SK이노베이션은 7일 베트남 짜빈(Tra Vinh)성 정부 및 현지 사회적기

KCC글라스 '2024-25 ESG보고서' 발간...KPI와 연계

KCC글라스가 지속가능경영 성과와 성장전략을 담은 '2024/25 ESG보고서'를 발간했다고 7일 밝혔다.올해 다섯번째로 발간된 이번 보고서는 △ESG 전략목표와

[최남수의 ESG풍향계] 글로벌 기업들 '지속가능 공시' 적극적인 이유

이재명 정부는 ESG 정책에 대해 전향적인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 가운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보이는 정책은 지속가능성 공시다. 윤석

SK케미칼 '2024 지속가능 경영보고서' 발간..."5대 과제 평가 담아"

SK케미칼이 1년간의 ESG성과와 향후 전략을 담은 '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글로벌 공시 기준으로 통용되는 △

정부 '위약금 면제' 수용한 SKT..."정보보호에 7000억 투자" 결정

SK텔레콤이 해킹 사고로 번호이동한 가입자에 대해 위약금을 면제해야 한다는 정부의 요청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SKT는 침해사고 발생전인 4월 18일 기

기후/환경

+

'온열질환자' 하루새 200명 발생…'살인폭염' 언제까지?

수도권 낮 최고기온이 40℃가 넘는 등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하루 사이에 온열질환자가 200명 넘게 발생했다. 문제는 이같은 더위가 한동안 계

산불 발생한 강 유역 오염도 103배...오염 8년간 지속된다

폭염으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산불이 발생한 지역은 산불 재로 인해 수자원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8일(현지시

벌써 전력사용량 '피크' 찍었다...길어지는 폭염 '블랙아웃' 걱정없나?

한낮 최고기온이 40℃를 육박하는 때이른 폭염에 최대전력 수요가 연일 새로운 기록으로 갈아치우자, 기온이 가장 치솟는 '7말8초' 시기에 전력소비를

도로 잠기고 차 끊기고...퇴근길 '기습폭우' 또 내린다고?

올들어 가장 높은 37.8℃까지 치솟았던 8일 서울은 퇴근길 '기습폭우'에 도로가 물에 잠기는 등 일대 혼란이 발생했다. 이날 기습폭우의 원인으로 '폭염'

인력도 예산도 깎더니...美 텍사스 대홍수 참사에 트럼프 '뭇매'

미국 텍사스 중부를 덮친 기록적 폭우로 111명이 숨지고 160명이 실종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재난 초기 대응과 기상예보 체계 붕괴에 대한 비판이 들

기후변화에 대응해 탄산칼슘 저장하는 무화과 나무...왜?

무화과 나무가 자신의 일부를 돌처럼 만들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6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대학(UZH) 마이크 로울리 박사 연구팀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