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에서 여성을 스토킹·살해하고 달아난 40대 용의자가 세종시의 한 야산으로 도주해 사흘째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알려져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경찰이 피해 여성을 신변보호하고 있는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한 데다, 위험 조짐이 있었는데도 용의자를 구속하지 않아 발생한 것이어서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대구 성서경찰서 등에 따르면 용의자는 지난 10일 오전 3시 30분쯤 대구 한 아파트에서 50대 여성을 살해한 뒤 차로 도주했다. 피해자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1시간여만에 사망했다.
용의자는 120여㎞ 떨어진 세종시 부강면 한 야산으로 숨어든 것으로 확인돼 경찰은 사흘째 수색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수색에는 대구·세종경찰에 충북경찰까지 지방 3개 경찰청 소속 인력 수백명이 동원되고 있다. 경찰은 탐지견을 동원해 수풀이 우거진 야산과 주변 빈집 및 폐가 등을 샅샅이 훑고 있다. 또 주민 등을 상대로 탐문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도심과 떨어져 있는 부강면 일대에는 인적이 드문 까닭에 경찰은 목격자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용의자의 휴대폰도 꺼져있어 추적이 더 까다로운 상황이다.
살해 징조는 이전부터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용의자는 한 달여 전에도 피해자를 찾아가 흉기로 협박했다. 그 후 그는 도주하다 휴대폰을 잠깐 켜면서 위치가 특정돼 경찰에 검거됐다.
문제는 이후 조처였다. 경찰은 용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기각하면서 용의자는 버젓이 돌아다닐 수 있었다.
경찰은 피해자 집 앞에 안면인식용 인공지능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스마트워치를 지급하는 등 안전조치를 하기도 했지만, 용의자가 가스배관을 타고 피해자 집에 침입하면서 무용지물이 됐다. 오히려 한번 검거된 경험을 바탕으로 용의자가 휴대폰을 아예 꺼두는 등 더 주도면밀하게 도주할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경찰은 부강면이 용의자의 고향이고 숨어든 야산도 선산인 점을 고려할 때 이곳 지리에 익숙한 그가 이미 수사망을 피해 인근 다른 지역으로 도주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해당 야산 북쪽으로 넘어가면 충북 청주시로 이어진다.
수사당국은 "용의자가 부강면 야산에서 이미 빠져나갔을 가능성도 있어 수색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며 용의자를 공개수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스토킹이 살인으로 이어지는 사건이 빈발하고 있어 스토킹 범죄 가해자는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구여성의전화는 지난 11일 논평에서 "피해자는 한 달 전 가해자에게 협박을 받고, 이미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었다"며 "법원에서 구속 영장을 발부만 했어도, 분명히 살릴 수 있었던 생명이었다"고 지적했다.
스토킹 범죄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 제70조(구속의 사유)를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행법상 주거 불분명, 증거 인멸 우려, 도주 우려 등 3개 조항 가운데 하나 이상 해당해야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다.
한편 세종시는 용의자가 지역 내 야산으로 숨어든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에게 "당분간 인적이 드문 장소 방문과 도심 주변 입산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며 주의를 요청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