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복궁 담벼락에 매직으로 낙서하는 사건이 또다시 발생해 공분을 사고 있다.
1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은 이날 오전 8시10분쯤 순찰중이던 경복궁관리소 근무자가 경복궁 광화문 석축에 낙서를 하던 70대 김모씨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김모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행법으로 체포됐다.
김씨는 광화문에 있는 3개의 홍예문 가운데 좌측과 중앙 사이에 있는 무사석(武沙石·홍예석 옆에 층층이 쌓는 네모반듯한 돌)에 검은 매직으로 '국민과 세계인에 드리는 글'이라고 쓴 뒤 그 아래에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쓰던 중 적발됐다. 글자가 적힌 범위는 가로 약 1.7m, 세로 0.3m에 달한다.
현재 국가유산청은 글자가 있는 구역에 가림막을 설치하고 낙서를 제거하고 있다. 이 낙서를 제거하는데 국립고궁박물관 유물과학과 소속 보존 처리 전문가 5∼6명이 동원됐다. 하지만 석재 표면으로 매직이 스며들면서 레이저 기기까지 동원해 지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외부에서 기기를 대여하는 경우, 하루 비용만 해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화문은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총독부 청사를 지으면서 건춘문 북쪽으로 옮겼다가 한국전쟁 때 폭격을 맞아 문루가 소실됐고, 이후 복원한 것이다.
경복궁은 지난 2023년에도 스프레이 낙서 '테러'로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당시에는 한 10대 청소년이 '낙서하면 300만원을 주겠다'는 말을 듣고 경복궁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주변 쪽문에 스프레이로 낙서를 했다. 이 낙서를 지우는데 약 1억3100만원이 들었다. 미성년자를 상대로 경복궁 담장 낙서를 사주한 30대 남성은 중형을 선고받았고, 10대 낙서범은 장기 2년, 단기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국가유산청은 경복궁을 훼손한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문화유산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에 따르면 문화유산에 낙서를 한 사람에게는 원상 복구 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복구에 필요한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근무자가 현장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즉각 조치한 것"이라며 "보존 처리 전문가들이 투입돼 오늘 중으로 낙서가 제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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