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극의 얼음이 빨리 녹으면서 얼음 속에 살던 미세조류가 예상보다 일찍 가라앉아 바다의 탄소저장 기능이 흔들리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극지연구소는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이용해 2017년부터 6년간 북극 동시베리아와 추크치해에서 관측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해빙 붕괴가 빨라질수록 미세조류의 침강 시점이 앞당겨지고, 영양분이 부족할 경우 침강량 자체가 크게 줄어드는 현상이 확인됐다고 23일 밝혔다.
해빙미세조류는 북극해 전체 먹이 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존재다. 얼음이 녹을 때 바다로 떨어져 동물플랑크톤과 물고기의 먹이가 되며, 동시에 바다 깊은 곳으로 가라앉아 대기 속 탄소를 가두는 '탄소 펌프' 역할을 한다. 이 과정 덕분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줄고, 지구 온난화가 완화된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해빙 붕괴 시점이 앞당겨지고, 미세조류가 필요한 영양분 공급까지 줄어들면서 침강 주기가 뒤틀리고 있다. 그 결과 바다 깊은 곳에 격리되는 탄소의 양이 감소할 수 있고, 이는 곧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던 바다의 보호막이 약해진다는 뜻이다. 단순히 생태계 먹이망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기후위기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진다.
양은진 박사는 "북극해의 얼음 감소는 단순히 풍경이 바뀌는 문제가 아니라, 먹이망과 탄소순환 전체를 흔드는 구조적 변화"라며 "심해로 격리되는 탄소량이 줄어드는 것은 지구온난화를 더 빠르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북극은 단순한 항로와 자원 문제가 아니라 지구 기후를 안정시키는 핵심 현장"이라며 "장기적이고 정밀한 관측이 기후변화 대응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해양수산부 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수행됐으며, 국제학술지 'Limnology and Oceanograph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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