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리브해 섬나라들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관광객들이 버리는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보니, 섬 전체가 쓰레기로 뒤덮이기 시작한 것이다.
25일(현지시간) BBC는 앤티가 섬에 있는 매립지는 올해에만 유람선에서 배출된 1200톤의 쓰레기를 묻었다고 보도했다. 앤티가 섬은 카리브해에 위치한 섬나라 앤티가바부다에서 가장 큰 섬으로, 1주일에 10척이 넘는 유람선이 드나드는 관광지다.
앤티가 섬의 쓰레기 문제는 카리브해 전역의 문제다. 카리브해 섬나라들은 관광으로 먹고사는 지역 중 하나다. 관광업이 지역 일자리 약 300만개를 지원하며, 일부 섬은 경제의 3분의2 이상을 관광 수입에 의존한다. 지난해는 3370만명이 유람선을 통해 카리브해를 방문했으며, 추가로 3420만명이 이 지역에서 하룻밤 이상 휴가를 보냈다.
문제는 카리브해의 유람선과 관광객 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선박에서 항구로 하역되는 쓰레기 양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비해 지역 폐기물 및 재활용 인프라는 부족해 늘어나는 쓰레기 양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앤티가 섬의 매립지만 해도 10년 넘게 포화상태다.
앤티가 섬의 폐기물 관리당국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폐기물 관리방식에 큰 개선이 없었다"며 "20년 전 매립지가 문을 연 이래 추가 처리시설이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 결과 매립지 주변에 쓰레기가 계속해서 쌓이면서 큰 언덕이 형성됐다. 다른 현직 근로자에 따르면 2012년부터 이미 매립지가 가득찬 것으로 전해졌다.
폐기물 관리당국의 현 책임자인 댄리 필립은 "매립지를 효율적인 관리시스템으로 전환하고자 노력 중"이라면서도 "현재로서 시스템상 폐기물 분류가 불가능해 경력 기술직을 고용해 관리할 계획"이라고 시인했다. 당국은 정부 투자와 국제자금을 동원해 진입로를 포함한 시설을 재정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케이맨 제도에서도 쓰레기 매립량이 증가하고 있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당국이 쓰레기 감축 및 재활용·재사용 계획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케이맨 제도 내 쓰레기 유입량은 13만톤에 달했다. 주민들은 '쓰레기산'이라며 조롱하고 있다.
자메이카도 매년 약 140만톤의 쓰레기 대부분을 땅에 파묻고 있다. 지난해 자메이카 방문객은 290만명으로, 국가 전체 인구수만큼 방문했다. 카리브해 지역을 통틀어서도 도미니카 공화국에 이어 방문객 수 2위를 기록했다. 최근 자메이카 정부는 폐기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소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서인도 제도에 위치한 터크스 케이커스 제도의 주민들은 쓰레기에서 화재가 자주 일어나면서 일으킨 스모그에 수년간 시달려왔다. 이에 지역 정부는 프로비덴시알레스 본섬의 매립지를 재활용·폐기물 수출시설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부분의 카리브해 국가는 선박 폐기물 및 오염을 규제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마르폴협약에 서명했지만, IMO에 따르면 서명한 국가의 30%만이 관련 법안을 시행 중이다. IMO 관계자는 "카리브해 지역은 대부분 인프라가 정비되지 않아 쓰레기 처리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카리브해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쓰레기는 마이애미에서 처리된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와 관련해 크루즈 회사들도 쓰레기 절감을 위해 노력 중이라는 입장이다. 카니발 크루즈 라인은 방문지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재활용하고자 노력 중이라며, 현재 그랜드 터크의 쓰레기를 수거해 재활용 자원으로 수출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크루즈 선박을 운영하는 로얄 캐리비안은 현재 자사의 모든 선박이 쓰레기 매립이 필요없도록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TUI크루즈는 "쓰레기를 매립지로 보낼 수밖에 없는 항구에는 하역하지 않는다"며 "작은 섬 지역은 폐기물 처리능력에 한계가 있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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