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PPA 활성화 가로막나...585개 韓기업들의 답변은?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12-02 09:5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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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망 이용요금이 PPA 기피 원인에 꼽혀
기업들 "요금할인보다 산정과정 공개가 먼저"
▲깜깜이 망 이용요금 보고서 표지

국내 RE100선언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직접 전력구매계약(PPA:Power Purchase Agreement) 활성화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망 이용요금 산정 과정의 투명성 확보'를 꼽았다. 단순한 요금할인이나 면제보다 요금이 어떻게 산정되는지 알 수 없다는 점 자체가 가장 큰 제도적 리스크로 인식됐다.

기후솔루션이 한국RE100협의체 유관기관 585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의 재생에너지 직접PPA 망 이용요금 인식조사'에 따르면, PPA를 선호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재생에너지를 조달하는 이유에 대해 67.7%의 기업은 '높은 비용'을 이유로 꼽았고, 45.2%는 '망 이용요금의 불투명성'이라고 답했다. 응답기업의 41.9%는 '망 이용요금의 중복부과'도 기피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번 조사는 기후솔루션이 한국정책리서치에 의뢰해 2025년 8월 29일~9월 18일까지 재생에너지 조달을 검토하거나 이미 추진중인 기업 실무담당자 585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방식으로 진행했다. 조사 대상은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폭넓게 포함됐으며, 응답자들은 재생에너지 조달 경험, PPA 인지도, 망 이용요금 인식, 부가비용 구조 이해도, 향후 조달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응답했다. 특히 전력 사용량, 기업 규모, 담당 업무 등 세부 항목까지 함께 조사해, 실제 전력 비용을 직접 책임지는 기업 실무자들의 체감 인식을 반영했다.

그 결과, 대기업과 전력 사용량이 많은 기업일수록 재생에너지 조달을 '기후대응'이 아니라 '국내 산업의 존망과 직결된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재생에너지 조달이 필요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4.7%는 'ESG/지속가능경영 목표 달성'이라고 답했고, 35.9%는 'RE100 이행 필요', 33.5%는 '고객사/협력사 요구사항' 등을 주요 이유로 밝혔다. 이는 재생에너지 조달이 더 이상 기업의 자율적인 기후 대응 차원이 아니라, 공급망 거래 유지와 국제 시장 접근을 좌우하는 필수 조건이 됐음을 보여준다.

기업들은 실제로 선호하는 재생에너지 조달방식으로 '직접PPA'를 꼽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방식으로 재생에너지를 조달하는 기업들이 다수였던 이유는 비용부담뿐 아니라, 망 이용요금이 어떻게 산정되는지 알 수 없고 중복부과 여부조차 명확하지 않은 제도적 불확실성 자체를 PPA 진입의 핵심 장벽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현재 재생에너지를 조달중인 기업 가운데 전력사용량이 많아질수록 현 조달방식에 대한 만족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전력사용량이 500메가와트시(MWh) 미만인 기업의 경우 망 이용요금 산정이 '투명하다'는 응답이 34.8%인 반면 '투명하지 않다'는 응답은 22.8%에 그쳤다. 반대로 연간 전력사용량이 1만MWh 이상인 기업에서는 '투명하다'는 응답이 21.8%에 불과한 반면 '투명하지 않다'는 응답이 41.6%에 달했다.

기업들은 전체 PPA 비용 가운데 망 이용요금을 포함한 부가비용 비중을 약 10~15% 정도로 인식한다고 응답해, 망 이용요금이 결코 부수적인 비용이 아니라 PPA 도입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임을 보여줬다. 이는 전력 사용량이 많을수록 단순한 전기요금 수준보다도 예측 불가능한 망 이용요금 구조 자체가 PPA 도입을 가로막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PPA 활성화를 위해 개선해야 할 제도에 대한 응답내용 (자료=기후솔루션)

주목할 점은 기업들이 망 이용요금 인하나 면제보다 '산정 과정의 투명성'과 '요금 수준의 적정성'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기업들이 단기적인 비용 부담보다도, 향후 요금이 언제·얼마나 오를지 알 수 없는 구조 자체를 더 큰 경영리스크로 인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다수의 기업은 향후 송전망 확충 필요성과 한전의 재무악화를 이유로 망 이용요금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었다.

이같은 문제는 기후솔루션이 2일 발간한 '깜깜이 망 이용요금: 재생에너지 PPA 확대의 걸림돌' 보고서에서도 지적됐다. 보고서는 한국의 전력망 이용요금이 한전이라는 단일 독점 사업자의 판단에 따라 사실상 비공개로 결정되며, 요금 산정 방식과 요금 기저에 어떤 비용이 포함되는지조차 외부에서 검증할 수 없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요금 결정 과정은 국민 참여나 회의록 공개 없이 운영되고 있으며, 이는 재생에너지 사업자와 수요 기업 모두에게 극심한 불확실성을 전가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영국은 송전망 투자와 요금 산정 과정이 사회적으로 공개되는 구조다. 미국은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가 송전망 사업자의 요율과 원가 자료를 승인하며, 이 모든 정보가 온라인에 공개된다. 영국 역시 송전망 사업자가 투자 계획을 제출하면 규제기관이 이를 심사·인가하고, 관련 자료를 모두 공개한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장기적으로 어떤 송변전 설비가 얼마나 필요하고, 그 비용을 전기 이용자가 어떻게 분담하는지까지 사회적으로 공개·합의하는 구조다.

이에 보고서는 △전력망 이용요금을 감독하는 독립적 규제기구 설립 △망 이용요금 산정 방식과 요금 기저에 포함되는 비용 항목의 전면 공개 △송배전망 투자 계획 수립시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와 PPA 수요를 공식적으로 반영 △요금 결정 과정에 대한 국민·이해관계자 참여 보장 등을 제시했다. 특히 현재처럼 전력망 소유자이자 요금 부과 주체인 한전이 요금 산정 전권을 사실상 독점하는 구조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기업의 자발적 PPA 참여를 가로막는 구조적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으며, 미국과 영국처럼 규제기관이 요금과 수익을 사전 검증하고 공개하는 체계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 저자인 기후솔루션 전력시장계통팀 사보이 브룩(Savoy Brooke) 연구원은 "에너지고속도로를 구축하고 재생에너지 100GW 목표를 이행하고 송배전망 민간 참여 등 정부가 추진 중인 과제들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려면, PPA의 최대 장애물인 망 이용요금 불투명성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독립적인 규제기구 설립을 통하여 전력망 투자 계획에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고려하고 PPA 확대를 위해 망 이용료 산정 근거를 공개하는 등 거버넌스 개선이 없다면 기업의 재생에너지 조달과 한국의 탄소중립은 제도적으로 막힐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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