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부동산 매물사이트인 질로우(Zillow)가 부동산의 기후위기 노출 위험도를 공개하는 기능을 삭제했다고 최근 가디언이 보도했다. 집값이 떨어진다는 집주인 및 부동산 업계의 불만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9월 미국 온라인 부동산 시장은 부동산이 산불, 홍수, 폭염, 폭풍, 대기오염 등 각 재해에 노출된 위험도를 보여주는 기능을 도입했다. 그러면서 "기후위험은 이제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중요한 주택 구매 결정 요소"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동산 중개인과 일부 주택 소유자들은 점수가 임의적이며 주택 판매에 악영향을 준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 질로우는 결국 이 기후지수를 삭제하고, 대신 미국의 기후위기를 분석하는 퍼스트스트리트(First Street) 웹사이트 링크만 걸었다. 퍼스트스트리트는 질로우에 기후위험 측정 기술을 제공한 비영리 연구그룹이기도 하다.
매튜 에비 퍼스트스트리트 대표는 "기상재해가 주택에 입히는 피해가 극심해진 시대에 기후위험 정보를 지워버리면, 많은 구매자들이 눈을 감고 비행하는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며 "구매전 결정에서 구매 후 책임으로 떠넘겨질 뿐, 위험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에비 대표는 "구매전 정확한 위험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은 단순히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소비자를 보호하고 평생 지속될 재정적 피해를 예방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이런 정보를 알지 못하면) 홍수 이후 홍수보험을 들었어야 했다는 사실, 집을 구매한 후에 산불 보험에 들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될 뿐"이라고 경고했다.
에비 대표는 질로우가 기후지수를 지운 데에는 저렴한 주택의 공급이 부족해지고 기후재난이 반복되며 부동산 매매가 어려워지고 있는 영향이라고 보았다. 기후재난의 빈발로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인상하거나 급기야 캘리포니아주 등의 지역을 떠나고 있는 상황이다.
주택과 인프라는 기후변화로 악화되는 극한날씨에 직접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해 미국이 입은 재난 피해액은 1820억달러로, 이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특히 이주량이 많은 플로리다주 등 남서부 지역은 허리케인과 폭염의 위협이 집중되고 있다. 기후변화로 재해 위험성이 증가하면서, 미국 주택보험은 가격이 오를뿐만 아니라 보험 가입 자체도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개별 부동산에 기후 위험도를 측정해 매기는 것을 두고 부동산 업계에서는 논란이 일었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세밀한 판단이 가능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실제로 부동산 가격이 높을수록, 기후위험 정보가 일부 구매자를 위축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플로리다주에 소재한 대저택이 2억9500만 달러에 매물로 나왔지만, 여러차례 가격이 인하된 끝에, 해당 매물은 팔리지 못하고 시장에서 내려갔다. 플로리다주는 미국에서 부동산 가격이 가장 높은 지역이자 홍수 위험이 가장 큰 지역이다.
미국 툴레인대학의 기후위험관리 전문가 제시 키넌은 "부동산을 일일이 과학적으로 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평가가 불확실한 독점 평가 모델은 오히려 기후과학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부동산 위험 평가를 지원하고 표준화하는 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에비 대표는 "퍼스트스트리트의 측정 모델은 과학에 기반해 동료 검토 및 실증적 검증을 거쳤다"며 "업계가 기존에 사용한 도구들보다 개선된 위험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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