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 인건비 빼돌리는 요양기관들...부실한 관리에 혈세 '줄줄'

박유민 기자 / 기사승인 : 2021-02-18 12:22:38
  • -
  • +
  • 인쇄
[보호받지 못하는 요양보호사들] (2) 요양보호사 월평균 129만원 받아

A 요양기관은 장기요양기관 종사자에게 지급해야 할 1억3200만원의 인건비를 미지급한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됐다. 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장기요양 급여비용 중 59.6%를 인건비로 지급해야 했지만 54.2%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이익으로 챙겼다. A 요양기관이 지급한 실제 인건비는 9억3400만원이었지만 감독기관에 10억6600만원을 지급했다고 허위로 신고한 것이다.

인천광역시에 위치한 B 요양기관도 마땅히 지급해야 할 인건비를 빼돌려 빚을 갚은 사실이 뒤늦게 들통났다. B 요양기관이 3년동안 지급하지 않은 인건비는 2억2000만원에 달했다.

비단 두 요양기관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지난해 3월 감사원이 발표한 '노인요양시설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257개 요양시설 가운데 61개는 인건비 지급 비율을 허위로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요양시설들이 지급한 실제 인건비는 신고된 것보다 작았다.

▲노인돌봄을 사회공공서비스 차원에서 제공하겠다는 취지 아래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도입됐다.  

장기요양기관의 수입은 지난 2008년 도입된 장기요양보험제도에 따라 70%가 공적자금에서 나온다. 2016년~2018년까지 노인요양시설의 주요 세입 평균을 보면 장기요양보험료가 1조7902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체 수입의 63.2% 비중이다. 여기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원받는 보조금 5%(1417억원)까지 합치면 장기요양기관 세입의 68.2%가 공적자금으로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장기요양시설과 관련해, 정부의 부실한 관리감독으로 '혈세'가 줄줄 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감사원도 "노인요양시설이 직접 제출하는 인건비 자료만 가지고 인건비 지급 비율을 검증하는 현재의 관리시스템은 문제"라고 지적하며 "인력부족 등으로 현장조사가 어렵다면 관리·감독을 효율적으로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감사원의 이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간 노인요양시설의 관리감독 기준은 바뀐 게 없다. 전지현 전국요양서비스노조 사무처장은 "2020년 감사원 조사 이후 1년이 지난 지금도 변한 것이 없다"면서 "요양보호사의 적정인건비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것과 더불어 요양보호사에 대한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인건비 지급비율에는 요양보호사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사, 간호조무사, 조리사의 인건비가 뭉뚱그려져 있어 요양보호사들의 적정인건비가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요양보호사만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2019년 장기요양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요양보호사의 월평균 임금은 129만원이다. 이는 사회복지사 243만원, 간호(조무)사 249만원과 비교하면 2배 차이다. 물론 요양보호사가 사회복지사나 간호조무사보다 임금이 낮은 이유는 요양보호사 대부분이 시간제로 일하는 방문 요양보호사여서, 월평균 근무시간이 작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월평균 임금을 월평균 근무시간으로 나눠보더라도 요양보호사의 시급이 2000~5000원 더 적다.

김찬우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요양보호사의 임금은 최저임금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라며 "장기요양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돌봄 제공자인 요양보호사의 처우는 분명히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요양보호사에 대한 인건비 가이드라인도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보험료 인상을 통한 재정확보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기요양 수요가 점차 증가하는 상황에서 1인당 지원하는 수가 자체가 낮은 상황"이라며 "요양기관들이 요양보호사의 인건비를 착취해 먹고 사는 구조도 결국 절대적인 재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장기요양보험 비용은 2020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0.6%에 머물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인 1.7%를 한참 밑돈다. 대표적인 고령국가인 일본은 GDP의 1.8%를 장기요양보험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   

▲ 한국의 GDP 대비 장기요양보험 비용은 0.6%로 OEC 국가 중 하위권에 속한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진짜 돈이 들어간 '돈방석·돈지갑' 나왔다

진짜 돈이 들어간 '돈방석'이 나왔다. 한국조폐공사는 진짜 돈이 담긴 화폐 굿즈 신제품 돈방석·돈지갑을 출시하고, 지난 23일 오후 2시부터 와디

파리크라상 '사업부문'과 '투자·관리부문'으로 물적분할한다

SPC그룹 계열사인 ㈜파리크라상이 물적분할을 진행한다.SPC그룹은 지난 21일 이사회에서 계열사인 파리크라상에 대해 물적 분할을 결정했다고 24일 밝혔

광명시, 포스코이앤씨 공사장 오폐수 무단방류로 고발

포스코이앤씨가 오폐수 무단방류 혐의로 광명시로부터 고발당했다.경기도 광명시는 서울~광명 고속도로 공사현장에서 원광명지하차도 터파기 과정에

'온실가스 배출권' 24일부터 증권사에서 주식처럼 거래

24일부터 '온실가스 배출권'을 증권사에서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다.지금까지 온실가스 배출권을 할당받은 기업들은 한국거래소를 통해 배출권을 직접

하나금융, 금융권 최초 '2024 지속가능성 KSSB 보고서' 발간

하나금융그룹은 지속가능성 의무공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금융권 최초로 '2024 지속가능성 KSSB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4일 밝혔다.이번 보고서

농심 조용철 부사장,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

농심은 조용철(63) 영업부문장 부사장을 12월 1일부로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고 21일 밝혔다.신임 조용철 사장은 내년 3월 열리는 정기주주총

기후/환경

+

올겨울 해수온 상승에 덜 춥다...때때로 '한파·폭설'

올겨울은 해수온 상승에 영향을 받아 예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추위가 덜하겠지만 때때로 강력한 한파와 폭설이 찾아올 수 있겠다.24일 기상청이 발표

지금도 난리인데...2100년 '극한호우' 41% 더 강력

탄소배출이 계속 늘어나면 2100년에 '극한호우'가 41% 더 강력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미국 텍사스A&M대학교 핑 창 박사연구팀은 기존 기후모델보다 4

美 민간 기후데이터 시장 '세력확장'...정부 관련조직 축소탓

미국 정부가 기후관련 예산과 조직을 대폭 축소하면서, 민간 기후데이터 기업들이 이를 빠르게 대체하면서 급성장하고 있다.22일(현지시간) 글로벌 분

4만년 잠들었던 알래스카 미생물 '부활'…기후위기 '새 변수'

알래스카 영구동토층에서 4만년간 잠들어있던 미생물이 온난화로 인해 되살아나면서 기후위기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이 제기됐다.22일(현지

[COP30] 화석연료에 산림벌채 종식 로드맵도 빠졌다

브라질 벨렝에서 지난 22일(현지시간) 폐막한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최종 합의문에는 화석연료뿐만 아니라 산림벌채 종식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권' 24일부터 증권사에서 주식처럼 거래

24일부터 '온실가스 배출권'을 증권사에서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다.지금까지 온실가스 배출권을 할당받은 기업들은 한국거래소를 통해 배출권을 직접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