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절반기부" 김범수의 '통큰' 선언...韓기업가정신 '이정표' 세웠다

백진엽 기자 / 기사승인 : 2021-05-18 19:46:32
  • -
  • +
  • 인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재산을 기부할 것" 선언
인색했던 韓기업가들의 기부문화 변화계기될듯
"카카오의 기업 가치가 높아지는 일이 더 나은 사회와 환경을 만드는 밑거름이 되고, 나아가 우리 사회에 선진적 기업 경영과 기업 문화를 여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 9일 카카오의 여민수 공동대표가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한 이야기다. 카카오의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에 대한 평가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 의장은 전날 전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신년 메시지를 통해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며 "격동의 시기에 사회문제가 다양한 방면에서 더욱 심화되는 것을 목도하며 더이상 결심을 늦추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의 재산은 대부분 카카오 및 관계사 주식으로 현재 가치로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즉 김 의장의 말대로라면 적어도 5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기부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기업인이 자신의 재산 절반을 살아가면서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은 낯선 모습이다. 그동안 많은 기업인들이 부정적인 상황에 몰렸을 때 사회환원을 약속하기는 했지만 지키지 않거나, 재단을 설립해 상속 등에 이용한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김 의장이 이번 기부 선언으로 새로운 기업가의 사회적 책임의 롤모델이 되는, 이른바 '한국의 록펠러'가 되기를 바라는 기대가 많다.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사례지만, 미국에서는 이런 사례가 흔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은퇴하기전 세 자녀에게 각각 1000만달러씩만 물려주고 나머지는 기부하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40조원이 넘는 돈을 기부하며 약속을 지키고 있다.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 역시 2015년 딸이 태어난 뒤 페이스북의 본인 지분 중 99%를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밖에 세계적인 투자자인 워런 버핏 회장과 조지 소로스 등도 기부왕으로 유명하다. 멀게 보면 석유왕 존 록펠러 회장, 면세점 DFS의 창업자이자 척 피니 등도 있다.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가 출범시킨 세계 부호들의 기부클럽인 '더 기빙 플레지'에는 현재 200명이 넘는 부호들이 적어도 자신의 재산 중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이름을 올렸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 테드 터너 CNN 창립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역시 처음부터 이런 문화가 형성된 것은 아니다. 존 록펠러나 척 피니 같은 초기 부호들의 거액 기부가 선한 영향력을 퍼뜨리면서 지금과 같은 경쟁적인 기부 문화가 만들어졌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빌 게이츠는 영향을 끼친 인물로 아버지와 아내 그리고 존 록펠러를 언급했다. 또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은 기부와 관련된 롤모델로 척 피니를 꼽는다.

이에 한국에서는 김 의장이 존 록펠러나 척 피니와 같은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분위기다. 약속을 지키고 해당 기부가 사회문제 해결에 제대로 쓰이고, 이로 인해 카카오가 사회에서 존경받는 기업이 되면서 가치도 높아진다면 제2, 제3의 김범수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다.

"난 노력한 것 이상으로 많은 부를 얻었다. 따라서 노력 이상으로 얻은 것은 사회를 위해 써야 한다"는 김 의장의 평소 소신에 따른 이번 기부 선언이 한국 기업가의 기부 문화를 어떻게 바꿀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삼성전자, 전영현·노태문 '투톱' 체제…쇄신보다 '안정'에 방점

삼성전자 조직이 전영현 부회장과 노태문 사장 '두톱' 체제로 강화된다.21일 삼성전자는 반도체(DS) 사업의 전영현 부회장을 유임하고, 모바일(MX)·

대한항공, 삼성E&A와 손잡고 美SAF 시장에 진출한다

대한항공이 삼성E&A와 손잡고 미국발(發) 지속가능항공유(SAF:Sustainable Aviation Fuel) 시장에 진출한다.대한항공과 삼성E&A는 이를 위해 지난 20일 오후

[ESG;스코어] 스코프2에서 멈춘 금융사들…공시품질 '신한 1위·KB 2위'

신한금융이 국내 금융사 기후공시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고, 한국투자공사(KIC)는 최하위로 나타났다.20일 뉴스트리는 신한·KB·하나·우리

수퍼빈·아로마티카·커뮤니코, 순환경제 모델 구축 '맞손'

AI 기후테크 기업 수퍼빈과 아로마테라피 기반 스칼프&스킨케어 브랜드 아로마티카, 교육혁신 비영리단체 커뮤니코가 '지속가능한 자원순환체계 구

국민연금, ESG 책임투자 강화…'감사위원 3%룰' 반영

국민연금이 국내외 투자 기업을 대상으로 ESG 책임투자를 한층 강화한다.2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은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KT 판교·방배 사옥 경찰 압수수색…서버폐기로 증거은닉 의혹

해킹사고 처리과정에서 서버를 의도적으로 폐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KT가 압수수색을 당했다.1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

기후/환경

+

[COP30] 합의문 '막판 진통'…화석연료·기후재원 '평행선'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고 있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협상이 화석연료 전환과 기후재원을 둘러싼 이견으로 합의문 최종안이 막판

"하수구 좀 그만 막아"…英 물티슈 '판매금지' 결정

영국이 플라스틱 성분으로 제작된 '물티슈' 판매를 전면 금지한다.영국 의회는 합성섬유로 만들어진 물티슈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의결했다고 지난

[COP30] 화재로 수천명 긴급 대피...합의문 협상도 지연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고 있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수천명이 긴급 대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20일(현지

[주말날씨] '단풍 나들이' 마지막 기회...다음주부터 춥다

이번 주말은 맑고 비교적 온화해 초겨울 나들이 나가기 좋은 날씨겠다.22~23일 한반도는 고기압의 영향으로 북쪽에서 찬 공기가 남하하지 않겠다. 또 한

대한항공, 삼성E&A와 손잡고 美SAF 시장에 진출한다

대한항공이 삼성E&A와 손잡고 미국발(發) 지속가능항공유(SAF:Sustainable Aviation Fuel) 시장에 진출한다.대한항공과 삼성E&A는 이를 위해 지난 20일 오후

[ESG;스코어] 스코프2에서 멈춘 금융사들…공시품질 '신한 1위·KB 2위'

신한금융이 국내 금융사 기후공시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고, 한국투자공사(KIC)는 최하위로 나타났다.20일 뉴스트리는 신한·KB·하나·우리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