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 칼럼] 이재명發 기본소득...담론의 물꼬 틔웠다

황산 (칼럼니스트/인문학연구자) / 기사승인 : 2021-07-22 18:14:53
  • -
  • +
  • 인쇄
탄소세와 토지세로 재원마련 '창의적 해법 추구'
기본소득, 지금부터 구체적인 형태 마련해가야
▲ 22일 기본소득에 대한 밑그림을 발표한 이재명 경기도지사


'기본소득' 담론이 급진전되고 있다. 그간 포퓰리즘 정책 혹은 상상력에 불과한 이상이라는 비판론과 도입하기 이르다는 시기상조론의 양면공격을 받아온 기본소득이 구체화된 공약으로 등장한 것이다.

22일 대권경선 예비후보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자신의 핵심공약인 기본소득의 세부내용을 전격 발표했다. 그는 2023년 전 국민에게 1인당 연 25만원으로 시작해 100만원까지 늘려가며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공언하고, 청년들에게는 연 200만원씩 지급해 청년들의 삶을 변화시키겠다고 약속했다.

◇ 기본소득 디테일 제시한 최초의 사례

이는 기본소득의 구체적인 그림과 단계적 프로세스를 정책으로 제시한 최초의 사례이므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지사의 공약은 '점진적 공론화 과정을 통한 단계적 추진'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 지사는 먼저 충분하고 광범위한 숙의를 거치기 위해 대통령 직속 기본소득위원회를 설치해 기본소득 공론화와 세부 실행의 프로세스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반드시'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적극적인 의지와 자신감을 내보였다.

주목할 만한 점은 기본소득의 재원 마련과 관련해 상세한 대안을 제시한 점이다. 그간 기본소득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반론은 재원 마련의 불가능성이었다. 그래서 기본소득의 취지나 필요성에 동의하는 사람들조차 재원 마련이라는 현실적 문제 앞에서는 벙어리가 되곤 했다. 이 지사가 제시하는 재원 마련의 대안은 △ 재정구조 개혁, 예산절감과 우선순위 조정, 자연증가분 예산, 세원 관리강화로 약 25조원 확보 △조세 감면분 순차 축소로 약 25조원 마련 △기본소득 토지세와 기본소득 탄소세 도입을 통한 재원 보충이라는 세 가지다.

이들 방법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새로운 증세 아이디어를 창출했다는 점이다. 즉 '증세없는 복지'라는 허구성을 극복하는 한편 국민의 세금 부담을 높인다는 기본소득 증세 저항심리를 없애는 창조적 해법을 추구한 것이다. 

◇ 기본소득 '토지세'

기본소득 토지세는 국토보유세를 부과해 징수액 전액을 전국민에게 균등하게 지급하는 목적세로 신설하겠다는 아이디어다. 국토보유세는 토지공개념에 입각한 대안적 세금체계로 불로소득의 일부를 사회로 환원하고 간접적으로 부동산 투기를 제어하는 효과를 지닌다. 그리고 토지를 많이 보유할수록 세금을 많이 납부하므로 대다수 국민에게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국토보유세 1%를 통해 약 50조원의 세금을 거둔다면 적잖은 조세저항이 발생할 수 있다. 이 조세저항을 징수한 세수를 전국민에게 균등지급하는 방식으로 완화하겠다는 계산이다. 토지 보유자 역시 그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80%~90%의 국민이 납부하는 세금보다 받는 기본소득이 더 많은 순수혜자가 되어 조세저항 최소화, 양극화 완화, 경제활성화, 투기억제 등의 복합적인 정책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토지는 자체가 재산이다. 부동산은 자본 축적의 수단일 뿐 아니라, 부의 재생산 도구다. 이 지사는 망국적 부동산투기를 막고 부동산 시장을 바로 잡는 특단의 해법으로 토지세를 제시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분명 그러한 파생적 효과를 지니고 있다. 특히 토지보유세는 '토지는 만인의 것이며 공적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는 이상적 가치를 실천하는 최소한의 세금정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잖다고 할 수 있다.

◇ 기본소득 '탄소세'

올해 유럽연합(EU)이 탄소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으며 미국 역시 이를 확정했다. 우리나라는 이제 막 출발하는 시점에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2050 탄소 중립 이행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오는 10월말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 등과 함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2050시나리오)를 발표할 계획이다. 즉 탄소세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전지구적 공동노력의 흐름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우리 정부의 정책적 기조 속에서 제안되고 있는 것이다.

이 지사의 탄소세는 이런 흐름에 조응하면서도 기본소득을 위한 목적세의 성격을 분명히 한다는 특징이 있다. 즉 탄소세 추진의 명분을 얻으면서 동시에 기본소득의 재원을 마련하는 해법으로 디자인하고 있다. 그는 '톤당 5만원만 부과해도 약 30조원인데, 국제기구 권고에 따라 8만원 이상으로 올리면 64조원'의 세수가 확보된다고 말하며, 그 재원 의 일부는 '산업전환 지원에 사용하고, 일부는 물가상승에 직면할 국민에게 기본소득으로 균등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탄소세는 배출되는 탄소량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기업들의 탄소에너지 절감 노력을 독려하고, 기후위기에 대한 시민적 실천을 확산시키는 효과도 있다. 무엇보다도 기본소득을 위해 무리하게 만드는 세금이 아니라 충분한 명분과 목적을 얻어 시행되는 가치있는 세금으로 공감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이 지사의 기본소득 공약이 추진되느냐 아니냐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우리 사회에서 기본소득의 정교한 각론이 최초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현재 진행 중인 복지정책의 근간을 뒤흔들지 않고 현실성 있는 재원 마련의 대안을 숫자로 제시한 점 역시 두드러진다. 이제 반대론자들과 정적들은 구체적인 수치와 역효과를 입증하면서 기본소득 공약에 반론을 펼칠 수밖에 없게 됐다. 이제 기본소득에 대한 전문가들의 연구와 국민적 숙의가 이전과는 전혀 다른 궤도로 진입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기본소득 토지세와 기본소득 탄소세라는 해법을 접하는 시민들은 의외로 통쾌함을 경험한다. 그 세금이 우리 사회의 가장 아프고 고질적인 병폐를 해소하는 차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세금이 타당성이 검증되고 국민적 동의를 얻을까, 아니면 복병을 만나 좌초되고야 말까? 어떻게 되든 '기본소득 담론'을 무시하고서는 더이상 정치를 할 수 없는 세상이 도래하고 있으며, 여하한 기본소득은 보다 구체적인 형태를 지니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지사는 기본소득 담론의 기폭제가 된 셈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유럽은 12만원인데...배출권 가격 2~3만원은 돼야"

현재 1톤당 1만6000원선에서 거래되는 탄소배출권 가격이 2만원 이상 높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기후에너지환경부가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산

빙그레, 해태아이스크림 인수 후 6년만에 흡수합병한다

빙그레가 13일 이사회를 열고 해태아이스크림과 합병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빙그레는 오는 2월 12일 합병 승인 이사회를 개최하고 4월 1일 합병을 완료

SPC그룹,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지주사 '상미당홀딩스' 출범

SPC그룹이 13일 지주회사 '상미당홀딩스(SMDH)'를 출범시키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31일 열린 파리크라상의 임시 주주총회에서 지

[ESG;NOW] 배출량 증가한 오리온...5년내 30% 감축 가능?

국내 많은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내세우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 혹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주기적으로 발간하고 있

기후리스크가 경영리스크 될라…기업들 '자발적 탄소시장' 구매확대

기후리스크 관리차원에서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에 참여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7일(현지시간) 글로벌 환경전문매체 ESG뉴스에 따르면

ESG 점수 높을수록 수익성·주가 우수…"지배구조가 핵심변수"

ESG 평가점수가 높은 기업일수록 중장기 수익성과 주가 성과가 경쟁사보다 우수하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서스틴베스트는 8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손

기후/환경

+

한쪽은 '홍수' 다른 쪽은 '가뭄'...동시에 극과극 기후패턴 왜?

지구 한쪽에서 극한가뭄이 일어나고, 다른 한쪽에서 극한홍수가 발생하는 양극화 현상이 빈번해지고 있다. 지구 전체에 수자원이 고루 퍼지지 않고 특

[날씨] 기온 오르니 미세먼지 '극성'...황사까지 덮친다

기온이 오르면서 대기질이 나빠지고 있다. 미세먼지와 황사까지 유입되고 있어 외출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15일 전국 대부분의 지역

기후변화로 동계올림픽 개최할 곳이 줄어든다

기후변화로 겨울철 평균기온이 상승하면서 앞으로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찾는 것이 점점 어려워질 전망이다.캐나다 워털루대학교 다니엘 스콧 교수와

3년간 지구 평균기온 1.51℃...기후 임계점에 바짝 접근

최근 3년간 지구의 평균기온은 이미 기후재앙 마지노선으로 설정한 1.5℃를 넘어섰다.14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가

비행운이 온난화 유발?..."항공계 온난화의 50% 차지"

항공기가 비행할 때 하늘에 남기는 긴 구름, 이른바 비행운(contrail)이 항공기 온난화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12일(현지시간) 독일 율리

트럼프 집권 1년, 미국 온실가스 배출량 2.4% 늘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하던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이 시작된 지난해 배출량이 전년보다 2.4% 증가했다.1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2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