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억톤 살포되는 '글리포세이트 제초제'...야생벌 '씨를 말린다'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06-03 12:36:24
  • -
  • +
  • 인쇄
생체신호 교란...벌집 온도 유지기능 방해
애벌레 성장 멈추거나 죽어 세대 유지 불가


제초제 가운데 가장 많이 쓰이는 '글리포세이트 제초제'가 야생벌들이 봉군(벌무리) 온도를 유지시키는 기능을 저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콘스탄츠대학교 아냐 바이덴뮐러 박사 연구팀은 제초제의 영향으로 야생벌들이 봉군 온도를 조절하는 데 집단적으로 실패하고 있고, 나아가 다음 세대의 벌이 번식하는 데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글리포세이트 제초제 사용으로 야생화가 급감하면서 야생벌들이 겪고 있는 식량난을 조사하던 중 추가적인 영향을 살펴보다 이같은 사실을 발견했다. 매년 5억톤가량 사용되는 글리포세이트 제초제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농약이다. 글리포세이트 제초제는 파라콰트(그라목손)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이 안전하기 때문에 지난 40여년간 널리 사용됐는데, 최근 태아 내분비계 등 인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공개되면서 사용이 금지되는 추세다.

이전에도 글리포세이트 제초제가 꿀벌 체내 미생물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있었지만, 야생벌에 대한 영향평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연구는 야생벌 2만여종 가운데 꽃부니호박벌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꽃부니호박벌은 유럽에 서식하는 호박벌 중 가장 개체수가 많아 야생벌들의 독성피해를 조사할 때 주로 연구되는 대상이다.

연구팀은 다른 영향요인이 없도록 영양상태가 좋고, 기생충에 감염되지 않은 15개 호박벌 봉군을 준비했다. 철망으로 각각의 봉군을 반으로 나눠 한쪽에는 들판에서 흔히 나타나는 글리포세이트 농도에 노출시켰다. 경과를 지켜보니, 글리포세이트에 노출된 호박벌들은 봉군 온도를 28℃ 이상 유지하는 시간이 나머지 반쪽의 호박벌들에 비해 25% 짧았다.

봉아(벌 애벌레)가 자라나기 위한 봉군의 최적 온도는 30~35℃ 사이로 알려져 있다. 봉군의 온도가 28℃ 이하로 떨어질 경우 봉아의 성장이 멈춘다. 그보다 더 내려가 25℃에 이르면 봉아 대부분이 죽고 17%만이 살아남는다. 연구팀은 정확히 글리포세이트가 정확히 어떤 작용으로 호박벌에 영향을 주는지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글리포세이트가 호박벌의 생체신호를 교란해 봉군 온도 유지보다 꿀 채취에 더욱 많은 시간을 할애하도록 하고, 벌 사이의 상호작용을 저해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구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미국 위스콘신대학교-매디슨의 제임스 크롤 교수는 "호박벌은 화분매개에 있어 극도로 중요한 종"이라며 "이번 연구는 전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는 글리포세이트와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특별히 더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현행 환경안전평가는 치사량 이하의 노출이 벌들의 행동, 생리, 번식 등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고 짚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15년 이미 글리포세이트를 유력 인체발암물질로 지목한 바 있다. 독일은 지난 2월 글리포세이트 사용금지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고, 2024년부터 전면 금지할 계획이다. 이에 농업계는 대체 농약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크롤 교수는 오히려 제초제 사용을 줄여 야생화를 보존하고, 호박벌에게 더 많은 먹이를 제공함으로써 꽃가루매개 확률을 높이면 농업 생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번 연구논문의 주요 저자 바이덴뮐러 박사는 "지난 40여년간 글리포세이트는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었고, 동물에 무해하다는 주장이 계속됐다"면서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연구결과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다"며 추가적인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연구논문은 2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지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빗썸' 브랜드 알리기 본격화...'SBS 가요대전' 타이틀 스폰서로 첫 참여

빗썸이 지상파 방송사가 진행하는 연말 가요제의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해 브랜드 알리기에 나사면서 호평을 받았다.빗썸은 지난 25일 열린 '2025 SBS 가

김범석 청문회 또 '불출석'…국민 10명 중 3명 "영업정지해야"

쿠팡의 창업주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이 오는 30~31일 열릴 예정인 국회 청문회에 또다시 불참을 통보하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29일 국회

쿠팡, 피해자에게 5만원 '구매이용권' 보상...내년 1월 15일부터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피해를 당한 3370만명의 회원에게 1인당 5만원에 달하는 구매이용권을 지급하겠다고 29일 밝혔다. 총 1조6850억원 규모다.해롤드 로

삼천리그룹, 국내 김 전문기업 '성경식품' 100% 인수

삼천리그룹이 국내 대표 김 전문기업인 '성경식품'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26일 밝혔다.'지도표 성경김'으로도 널리 알려

쿠팡 "자체조사 아니다...정부 지시 따른 공조 수사"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셀프조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쿠팡이 "자체조사 아니다"면서 "정부 지시에 따른 공조수사였다"고 반박했다.쿠팡은 26일 입장

"니들이 왜 조사해?"…쿠팡 '셀프조사'에 시민 반응 '싸늘'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외부로 정보가 전송된 정황이 없다는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여론이 더욱 싸늘해지고 있다.26일 온라인 커

기후/환경

+

기후위기로 생활비 압박..."대응 미룰수록 지출 더 늘어날 것"

미국 사회 전반에서 기후위기 대응이 늦어질수록 전기요금·식료품·보험료 등 생활비 부담이 커진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26일(현지시간)

비온뒤 살얼음판 도로...상주에서 차량 15대 '쾅쾅쾅'

경북 상주 국도에서 차량 15대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비가 내린 이후 밤새 기온이 내려가면서 도로에 블랙아이스(살얼음)이 생기면서 이같은 사

올해 세계 기후재해 손실액 172조원..."이제는 경제이슈"

2025년 전세계에서 발생한 기후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1200억달러(약172조원)가 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기후위기가 글로벌 경제와 자본시장 전반의

재생에너지 확장에도...올해 화석연료 탄소배출 또 '사상최고'

재생에너지 설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25년 전세계 화석연료 기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사상최고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26일(

지구날씨 왜 이래?...북반구는 '폭설' 남반구는 '폭염'

지구 북반구에 위치한 북유럽과 미국 동북부는 눈폭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반면 남반구에 위치한 남아메리카는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28일(현지시

'극과극' 美 날씨...동부는 '눈폭탄' 서부는 '물폭탄'

미국 동부는 폭설, 서부는 폭우에 몸살을 앓고 있다.뉴욕을 비롯한 미국 동북부는 26일~27일(현지시간)까지 폭설에 뒤덮였다. 뉴욕주 산간도시인 피니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