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그린워싱 국가' 되려나...새정부 정책방향 '기후대응 달랑 1페이지'

백진엽 기자 / 기사승인 : 2022-06-21 07:37:02
  • -
  • +
  • 인쇄
A4 용지 60페이지 가운데 1페이지 분량
원전 비중 높여, 재생에너지 비중 낮출듯
▲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탄소중립과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 항목은 지난 정부보다 후퇴할 것을 시사하고 있어, 한국이 '그린워싱 국가' 오명을 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난 16일 정부가 발표한 A4용지 60페이지 분량의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에서 기후대응에 관련된 내용은 달랑 1페이지에 그쳤다. 이 1페이지에는 '탄소중립·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 이행수단을 재검토하여 기 발표한 감축목표를 차질없이 이행'해 저탄소 투자·소비를 촉진하고 순환경제와 ESG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내용을 그려놓은 그림이 전부다.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내용은 △산업계·이해당사자와의 충분한 소통 및 비용분석 후 부문별·연도별 감축경로를 포함한 NDC 달성방안 마련 △비용효율적 감축수단인 배출권 거래제의 실효성 강화를 위해 배출권 총량, 할당방식 등 재검토 △상향된 NDC 이행이 가능하도록 원전 활용도 제고 △재생에너지 비중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이라고만 돼 있다.



앞으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각론이 없다. 이에 환경단체 등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유럽은 에너지 위기를 타개하려고 재생에너지 목표를 올리는데 우리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며 "재생에너지는 줄이고 원전만 확대하는 시대착오적 에너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우선 새 정부는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관련해 국제사회와 약속한 목표를 차질없이 이행하되, 감축경로 및 원전 활용을 제고해 감축 이행수단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산업계, 이해당사자와의 충분한 소통 및 비용분석 등을 토대로 부문별·연도별 감축경로를 포함한 NDC 달성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단체들은 이에 대해 "현재 목표에 대해 달성불가능이라고 외치고 있는 산업계의 의견을 반영한다는 것은 산업계의 감축량은 줄여주고 그것을 에너지 등 다른 부문으로 전이하겠다는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우려했다. 일부에서는 "결국 원전이나 천연가스 비중을 늘려 에너지 부문의 탄소배출량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했다.

실제로 새 정부는 기후위기 및 탄소중립 정책의 핵심으로 '원전'과 '천연가스'를 중심에 두고 있다. 이 둘의 에너지믹스를 통해 탄소배출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현재 중단돼 있는 신한울 3·4호기의 건설을 재개하고, 운영허가 만료되는 원전의 계속운전 등으로 원전 비중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천연가스 비중도 늘릴 예정이다. 하지만 환경전문가들은 이런 정책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그린 택소노미'(지속가능한 경제 활동의 범위)에 당초 원전과 천연가스를 포함시키려 했지만, EU집행위원회 소위에서 이를 배제하기로 결의했다. 이에 대한 최종 결정은 오는 7월 6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이뤄진다.

만약 원전이 EU 택소노미에서 제외될 경우, 원전에서 생산된 전력으로 만든 제품들은 향후 EU 수출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탄소국경세 등이 부과되거나, 아예 수출이 제한될 수 있다. EU 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된다고 해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등 까다로운 조건이 붙기 때문에 국내 원전에 적용될 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재생에너지는 전 정부의 목표치보다 낮은 수준으로 보급할 것을 시사했다. 경제정책 방향을 보면 재생에너지에 대해 '주민수용성에 기반해 보급을 지속하되, 비중을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하겠다고 돼 있다.

한 환경단체 상임이사는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은 재생에너지"라며 "하지만 이번 정부는 재생에너지에 대해서는 소홀히 하면서, 오히려 논란이 많은 원자력과 천연가스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석탄발전을 줄이는 차원이라고 해도 자칫 한국이 '그린워싱 국가'라는 오명을 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농심 조용철 부사장,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

농심은 조용철(63) 영업부문장 부사장을 12월 1일부로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고 21일 밝혔다.신임 조용철 사장은 내년 3월 열리는 정기주주총

KT, 악성코드 감염 알고도 '미보고'…"심각성 인지 못했다"

KT가 지난해 개인정보가 포함된 악성코드 'BPF도어'에 감염된 사실을 인지하고도 당국은 물론 대표이사에게도 보고하지 않은 채 내부에서 은폐한 사실

삼성전자, 전영현·노태문 '투톱' 체제…쇄신보다 '안정'에 방점

삼성전자 조직이 전영현 부회장과 노태문 사장 '두톱' 체제로 강화된다.21일 삼성전자는 반도체(DS) 사업의 전영현 부회장을 유임하고, 모바일(MX)·

대한항공, 삼성E&A와 손잡고 美SAF 시장에 진출한다

대한항공이 삼성E&A와 손잡고 미국발(發) 지속가능항공유(SAF:Sustainable Aviation Fuel) 시장에 진출한다.대한항공과 삼성E&A는 이를 위해 지난 20일 오후

[ESG;스코어] 스코프2에서 멈춘 금융사들…공시품질 '신한 1위·KB 2위'

신한금융이 국내 금융사 기후공시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고, 한국투자공사(KIC)는 최하위로 나타났다.20일 뉴스트리는 신한·KB·하나·우리

수퍼빈·아로마티카·커뮤니코, 순환경제 모델 구축 '맞손'

AI 기후테크 기업 수퍼빈과 아로마테라피 기반 스칼프&스킨케어 브랜드 아로마티카, 교육혁신 비영리단체 커뮤니코가 '지속가능한 자원순환체계 구

기후/환경

+

전쟁 복구에 탄소시장 도입?…우크라 재건에 기후금융 활용 논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재건 과정에 탄소시장과 기후금융을 결합하는 새로운 모델이 논의되고 있다.20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Atlant

인제군 산불 17시간만에 꺼졌다...산림 36ha '잿더미'

강원 인제군 기린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17시간만에 진화됐다.21일 산림당국에 따르면 이날 동이 트자마자 소방헬기 29대를 동원해 진화작업을 한 결과

亞 탄소시장, 글로벌 자본이 주목하는 새 투자 무대로 급부상

아시아 탄소시장이 국가별 규칙이 제각각인 초기단계에서 벗어나 국제자본을 끌어들이는 새로운 투자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20일(현지시간) 기후

"해양 CCUS는 검증안된 기술...성능·영향 모니터링해야"

해양 탄소포집·저장(CCUS) 기술은 적절한 모니터링과 검증없이 성급히 도입하기에는 위험성이 크다는 경고가 나왔다.20일(현지시간) 유럽 해양위원

2100년 美 5500개 유독시설 해안 침수로 위기 직면

2100년에 이르면 미국의 5500개 유독시설들이 해안 침수로 위기에 놓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유독성 폐기물 저장소나 석유·가스 저장시설, 오

먹이로 착각하고 '꿀꺽'...바닷새·거북, 소량의 플라스틱에도 폐사

생각보다 적은 양의 플라스틱만으로도 다양한 해양생물이 죽을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미국 해양보호단체 '오션 컨저번시'(Ocean Conservancy) 연구팀은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