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가 깨어난다…"다음 팬데믹은 녹은 빙하서 시작"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10-21 08:33:02
  • -
  • +
  • 인쇄
시베리아 폭염으로 탄저균 유출도
해빙수 유입되는 지역서 감염위험

다음 팬데믹은 빙하가 녹은 지역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19일(현지시간) 스테판 아리스-브로수(Stéphane Aris-Brosou) 캐나다 오타와대학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세계 최대 북극담수호인 하젠호수(Lake Hazen)의 토양 및 퇴적물을 유전자 분석한 결과 녹는 빙하에 가까울수록 바이러스가 유출될 위험이 더 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기후변화로 지구 기온이 오르면서 빙하와 영구동토층에 갇혀있던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가 깨어나 지역야생동물을 감염시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2016년에도 시베리아 북부 폭염으로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탄저균이 유출된 바 있었다. 이 탄저균에 감염된 순록사체가 민간지역에 노출돼 최소 7명이 감염되고 어린이 한 명이 사망했다.

연구팀은 지역빙하가 녹은 물이 유입되는 하젠호수에서 토양과 퇴적물 샘플을 수집해 RNA와 DNA의 염기서열을 분석, 바이러스 및 곰팡이와 밀접하게 일치하는 특징을 식별하고 이들 바이러스가 관련 없는 유기체를 감염시킬 가능성을 평가했다.

그 결과 해빙수가 다량 유입되는 지역과 가까울수록 바이러스 유출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외에도 미확인 바이러스들이 빙하에 잠재돼있다는 증거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 연구팀은 중국 티베트고원에서 채취한 얼음샘플에서 바이러스 33종의 유전물질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28종은 미확인 종으로, 해당 바이러스들은 최대 약 1만5000년 된 것으로 추정됐다.

그런가하면 2014년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는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서 3만년 된 바이러스를 채취,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의 저자인 장 미셸 클라베리(Jean-Michel Claverie)는 당시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얼음층의 노출은 "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아리스-브로수 박사의 연구팀은 높은 유출위험 예측이 실제 유출이나 전염병의 예측과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바이러스와 그것을 옮길 매개체가 환경에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한 유출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에 발견된 바이러스의 감염 유발여부도 아직 평가되지 않은 상태며 연구팀은 추후 수개월 내로 식별한 바이러스를 수량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기후변화가 잠재적 숙주와 고대바이러스 및 박테리아가 접촉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아리스-브로수 박사는 "기온이 오르면서 특정 환경에서의 유출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확실하지만 이것이 전염병으로 이어질지는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아윈 에드워즈(Arwyn Edwards) 영국 애버리스트위스대학 환경미생물학 학제간센터 소장은 "북극이 빠르게 온난화되는 상황에서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 인류에게 가장 큰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으며, 다른 곳에서 온 질병이 북극의 취약한 지역사회와 생태계에 침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그는 지구 전체의 미생물을 탐구해 이러한 위험을 시급히 파악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왕립학회회보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CJ제일제당, 유럽 인조잔디에 '생분해 플라스틱' 공급

CJ제일제당이 유럽서 생산되는 인조잔디 충전재에 생분해성 바이오 소재 'PHA'를 공급한다.CJ제일제당은 스웨덴 바이오소재 컴파운딩 기업 'BIQ머티리얼

남양유업, 포장재 전환 '속도'…42종 ‘지속가능성 A등급’ 달성

남양유업이 주요 제품 포장재 42종에 대해 '지속가능성 A등급' 인증을 받았다.남양유업은 사단법인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으로부터 대표 제품

"한달짜리 계약에 CCTV로 감시까지"...런베뮤 산재 '63건'

직원 과로사 의혹이 불거진 유명 베이커리 '런던베이글뮤지엄'이 오픈 이래 63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근로계약을 매달 작성하고, CCT

현대백화점그룹, 48명 임원인사..."변화보다 안정성에 방점"

현대백화점그룹이 30일 사장 1명, 부사장 2명을 포함해 승진 27명, 전보 21명 등 총 48명에 대한 정기 임원 인사를 2026년 1월 1일부로 단행했다. 인사 폭은

SK AX, 김완종 CCO 사장으로 승진..."AX 이끌 적임자"

SK㈜ AX는 김완종 최고고객책임자(CCO)를 신임 사장으로 승진 선임했다고 30일 밝혔다.국내 산업 전반에서 AX(AI Transformation) 확산이 본격화되고 기업들의

SKT 사령탑 교체...신임 CEO에 정재헌 사장 선임

SK텔레콤은 정재헌 대외협력 사장을 신임 CEO로 선임했다고 30일 발표했다.정재헌 신임CEO는 법조인 출신으로 2020년 법무그룹장으로 SKT에 합류했다. 2021

기후/환경

+

호주 봄날씨 실화냐?...한낮 기온이 46℃ '지글지글'

호주 북부지역이 봄철인 10월에 40℃를 웃도는 폭염을 겪고 있다.호주 기상청(BoM)은 북부 지역인 퀸즐랜드주와 노던 준주의 일부 지역이 올해 가장 더운

폭염에도 실내온도 6℃ '뚝'…호주에서 옥상용 냉각코팅제 개발

폭염에 실내온도를 낮을 수 있는 옥상 코팅기술이 새로 개발됐다.호주 시드니대학교 연구진은 폭염시 실내온도를 최대 6℃까지 낮출 수 있는 옥상용

[주말날씨] 단풍 보러갈 수 있을까...'가을비' 내린 후 쌀쌀

11월 첫 주말은 단풍이 물들며 완연한 가을날씨지만, 곳곳에 비가 내린 후 다시 초겨울 날씨가 오겠다.1일은 전국이 오전까지 대체로 흐리다가 오후부

“기후위기 시대, 아이 낳기 두렵다”…출산 기피하는 美 Z세대

기후위기에 대한 불안이 미국 젊은 세대의 출산 결정까지 흔들고 있다.피유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미시간대 사회연구소와 공동으로 실시한 조

1분마다 1명씩 열사병으로 사망...온난화로 年54.6만명 목숨잃어

지구온난화로 전세계 인구 가운데 1분에 1명씩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난화에 따른 영향으로 90년대에 비해 23% 증가한 54만6000명의 전

섬나라 쑥대밭 만든 허리케인 '멀리사'...4일만에 괴물로 변한 이유

카리브해 섬나라들을 쑥대밭으로 만든 허리케인 '멀리사'(Melisa)가 짧은 시간에 역대급 초강력 폭풍우로 발달한 것은 '해양온난화'가 원인으로 꼽혔다.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