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공약=나무심기?…"한반도 54배 면적 필요"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11-03 08:55:02
  • -
  • +
  • 인쇄
신규조림·복원사업 전세계 농경지 면적과 맞먹어
효율 낮고 식량위기 부추겨…"탄소감축이 더 중요"


각국의 기후공약이 '나무심기'에 의존하는 정도가 지나치게 커 모두 이행되려면 한반도보다 54배 더 큰 면적의 숲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호주 멜버른대학교와 20여명의 국제 연구팀은 1일(현지시간) 이같은 내용을 담은 '토지격차보고서'(Land Gap Report)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전세계 193개국의 현행 기후공약을 종합했을 때 신규 조림사업에 필요한 부지는 6억3300만헥타르(㏊), 삼림 복원사업에 5억5100만㏊로 총 12억㏊가량의 부지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각국은 2050년 '넷-제로'(net-zero: 지구온난화 유발 6대 온실가스 순배출량 '0')를 달성하기 위해 대기중으로부터 이산화탄소를 거둬들이는 '탄소제거'(CDR)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당장 화석연료로부터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어렵다고 판단해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안 첩(Ian Chubb) 전 수석연구원은 "과학자들이 화학적으로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려는 여러 시도를 하고 있지만 지금 현실적으로 적정 규모의 온실가스를 제거할 수 있는 유일한 CDR 메커니즘은 '광합성' 뿐이다"며 "더 많은 식물을 보호하거나 심는 방법으로 광합성 총량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각국의 현행 기후공약이 위험할정도로 과도하게 CDR 사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보고서의 주요 저자 케이트 둘리(Kate Dooley) 연구원은 "12억㏊는 지구 전체의 농경지 면적과 맞먹는다"며 "호주 국토면적보다도 크다"고 밝혔다. 척박한 얼음과 바위로 이뤄진 지역을 제외하면 전세계 토지 면적은 130억㏊다. 전세계 땅의 10분의 1 크기 면적에 새로 나무를 심어야 하는 셈이다.

물리적으로 이행하기 어려운 점을 떠나 이행하더라도 다른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신규 조림사업 면적 6억3300만㏊의 대부분은 단일종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이행 계획들은 주변 식생과의 화합에 대한 언급 없이 모호하다. 이대로 사업이 진행될 경우 생태계 균형을 파괴하고, 식량위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둘리 연구원은 "각종 연구결과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세계는 탄소배출량 자체를 80~95% 줄여야 하고, 마지막 5~15%를 CDR로 처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하지만 각국의 현행 넷-제로 기후공약은 95%의 노력을 CDR에 기울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삼림 복원을 할 때에도 단일종 식재를 할 경우 새로 심은 나무는 유의미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까지 시간이 오래걸리며, 기존 숲의 생태계를 파괴하면서 오히려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짚었다.

특히 이산화탄소는 누적되면서 영향력이 더 커지기 때문에 애초에 배출을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이 때문에 당장 전세계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멈춘다 해도 지구온난화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둘리 연구원은 "현행 탄소 측정법은 이산화탄소의 누적 영향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단순히 나무를 새로 심는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탄소 측정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삼천리그룹, 국내 김 전문기업 '성경식품' 100% 인수

삼천리그룹이 국내 대표 김 전문기업인 '성경식품'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26일 밝혔다.'지도표 성경김'으로도 널리 알려

쿠팡 "자체조사 아니다...정부 지시 따른 공조 수사"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셀프조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쿠팡이 "자체조사 아니다"면서 "정부 지시에 따른 공조수사였다"고 반박했다.쿠팡은 26일 입장

"니들이 왜 조사해?"…쿠팡 '셀프조사'에 시민 반응 '싸늘'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외부로 정보가 전송된 정황이 없다는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여론이 더욱 싸늘해지고 있다.26일 온라인 커

쿠팡 '셀프조사' 발표에 뿔난 정부...제재강도 더 세지나?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자를 특정했으며 유출정보가 외부로 전송된 정황은 없다는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정부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발표한 쿠

기부하면 금리 'UP'...하나은행 '행운기부런 적금' 한정판매

하나은행은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ESG 특화 금융상품 '행운기부런 적금'을 출시했다고 26일 밝혔다.이 적금은 하나은행과 한국맥도날드의 생활금융

현대차·기아, 탄소감축 목표 SBTi 승인...英 전기차 보조금 요건충족

현대차·기아는 지난 4일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로부터 2045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중간단계로서의 온실가스 배출감축 계획에 대한

기후/환경

+

"탈탄소화 빨라졌다"…올해 에너지전환 투자규모 2.2조달러

올해 전세계 에너지전환 투자규모가 약 2조2000억달러(약 318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막대한 자금이 청정에너지로 투자되면서 전세계 탈탄소화

전자칠판부터 프라이팬까지...친환경 표시제품에 10종 추가

친환경 표시제품에 전자칠판과 프라이팬, 헤어드라이어 등 일상에서 사용빈도가 높은 10개 제품군이 추가됐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

2년만에 닥친 '대기의 강'...美캘리포니아 이틀간 '물폭탄'

미국 캘리포니아 일대가 '대기의 강' 현상으로 물난리를 겪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 당일날 내린 폭우로 일부 지역에 돌발홍수가 발생

[주말날씨] 전국이 '냉동고'...칼바람에 체감온도 -20℃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여기에 바람까지 거세기 불어서 체감기온이 영하 20℃까지 뚝 떨어졌다. 올들어 가장 추운 이번 한파는 27일까지 이어지겠다.2

[ESG;스코어] 경기도 31개 시군...온실가스 감축 1위는 '의왕'

지난해 정부가 제시한 공공부문 온실가스 감축 권장목표를 달성한 경기도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감축한 기초지방자치단체는 '의왕시'로 나타났다

EU, 기업 해외이전 우려에 "철강·화학업종에 보조금 확대"

유럽연합(EU)이 철강, 화학 등 에너지 집약산업에 국가보조금을 확대한다.EU 집행위원회는 철강, 화학 등 이미 지원을 받고 있는 기업들에 국가보조금을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