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2년의 그늘…"슈퍼리치 1%가 부 63% 차지"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1-16 11:53:25
  • -
  • +
  • 인쇄
옥스팜 보고서…나머지 99%보다 2배 많아
"불평등 세금 원인…부유세·횡재세 도입해야"
▲"노동자가 아닌 억만장자를 과세하라" 구호를 들고 부유세 도입을 촉구하는 아시아민중운동(APMDD) 시위자들. (사진=옥스팜)


지난 2년간 상위 1%의 '슈퍼리치'가 차지한 금액이 나머지 99%에게 돌아간 금액의 2배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16일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Oxfam)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개막에 맞춰 이같은 내용을 담은 '슈퍼리치의 생존'(Survival of the Richest)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코로나19 팬데믹 등 글로벌 위기 상황이 계속되면서 극단적 부와 극단적 빈곤이 25년만에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년간 전세계에서 창출된 새로운 부(富)의 규모는 42조달러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중 26조달러(63%)가 상위 1%의 주머니 속에 들어갔다. 나머지 99%의 몫은 16조달러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하위 90%가 새롭게 창출된 부에서 1달러를 벌기 위해 힘쓰는 시간에 상위 1% 억만장자의 재산은 약 170만달러씩 늘었다. 지난 10년간 세계 억만장자의 수와 이들이 지닌 재산은 배로 증가했다.

억만장자들의 재산은 지난해 식품·에너지 산업의 수익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급증했다. 95개 에너지·식품 회사의 이익은 지난해 2배 이상 늘었고, 이들 기업은 3060억달러에 이르는 추가 이익의 84%(2570억 달러)를 부자 주주들에게 나눠줬다.

월마트의 절반을 소유한 월턴 가문(Walton Family)은 지난해 85억달러를 벌어들였고, 인도의 에너지기업 소유주 가우탐 아다니의 재산은 작년에만 420억달러 증가했다. 미국과 영국, 호주에서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의 절반 이상이 이런 기업들의 과도한 이익 때문에 발생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상위 1%와 하위 99%의 새롭게 창출된 부 점유율 추이. 연녹색은 2012~2021년, 짙은 녹색은 2020~2021년 사이 점유율 변화를 보여준다. (자료=옥스팜) 


하지만 억만장자들의 재산이 이처럼 급증하는 동안 최소 17억명의 세계 노동자들은 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에 못 미치는 국가에 살고 있으며, 세계 인구 10명 중 1명꼴인 8억2천만명 이상이 굶주림에 시달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은행(WB)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불평등과 빈곤이 가장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빈국들은 의료서비스보다 부채 상환에 4배나 많은 돈을 쓰고 있고 전세계 정부의 4분의 3이 긴축정책으로 보건·교육 등 공공부문 지출에서 향후 5년간 7조8000억달러를 감축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옥스팜은 이같은 문제의 근본 원인이 불평등한 세금 구조에 있다고 짚었다. 부유한 사람들에 대한 세금이 과거에는 훨씬 높았으나 지난 40년간 세계 각국이 부자 소득세 감세를 추진했고, 대신 상품·서비스에 대한 세금을 인상해 가난한 사람들의 부담을 늘리면서 불평등이 크게 악화했다는 것이다.

일례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중 하나인 일론 머스크의 경우 2014~2018년 적용된 '실질 세율'이 3%에 불과했던 반면, 한 달 소득이 80달러인 우간다의 밀가루 상인 에버 크리스틴이 부담한 세율은 40%에 달했다.

게다가 세금 1달러당 부유세 비중은 4센트에 불과하고, 억만장자의 절반은 직계후손에 대한 상속세가 없는 나라에 살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 전체 국내총생산(GDP)보다 많은 5조달러의 재산이 세금 없이 다음 세대로 이전되고 있다.

부자들의 소득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본소득에 대한 평균 세율이 18%로 대부분 국가에서 근로소득 세율의 절반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옥스팜은 이처럼 지난 수십 년간 기업과 억만장자 세금 감면이 불평등을 심화시켰고, 많은 국가에서 억만장자보다 빈곤층의 세율이 더 높다며 기업과 억만장자가 공공자금과 폭리로 얻은 이익을 환수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세금 인상을 요구했다.

또 백만장자에게 2%, 5천만 달러 이상 자산가에게 3%, 억만장자에게 5%의 부유세를 부과하면 연 1조7000억달러의 추가세수가 발생, 20억명을 빈곤에서 구할 수 있고 기아 종식을 위한 글로벌 계획 재원 조성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옥스팜은 불평등 해소를 위해 △팬데믹 위기로 얻은 막대한 이익에 대한 일회성 부유세·횡재세 도입 △상위 1% 부유층의 자본소득에 60% 소득세 적용 △상위 1% 부유세를 통한 슈퍼리치 수와 재산 축소 등을 각국 정부에 요구했다.

가브리엘라 부커(Gabriela Bucher) 옥스팜 인터내셔널 총재는 "지난 40년간의 최상위 부유층에 대한 세금감면 물결은 모든 배가 아니라 초호화요트만 들어 올렸다"며 "슈퍼리치와 대기업에 대한 세금 부과가 현재의 이중 위기에서 벗어나는 길이며, 지금은 부유층 세금감면이 낙수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신화를 깨뜨릴 때"라고 밝혔다.

부커 총재는 이어 "최상위 부유층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불평등을 줄이고 민주주의를 되살리기 위한 전략적 전제조건"이라며 "혁신을 위해, 더 강력한 공공서비스를 위해, 더 행복하고 건강한 사회를 위해, 그리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이를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삼성중공업, 선박 폐열회수 발전시스템 해상실증 나선다

삼성중공업이 선박 폐열회수 발전시스템 해상실증 나선다.삼성중공업은 독자 개발한 '유기랭킨사이클(ORC:Organic Rankine Cycle) 기반 폐열회수 발전시스템(

쿠팡 '못난이 채소' 새벽배송 3년...직매입 물량 8000톤 돌파

쿠팡은 최근 3년간 전국 농가에서 직매입해 새벽배송으로 선보인 '못난이 채소' 누적 규모가 8000톤을 돌파했다고 18일 밝혔다. 쿠팡은 지난 2023년부터

[ESG;스코어] 韓 해운사 탄소효율…벌크선사 팬오션이 '꼴찌'

팬오션, 현대글로비스가 우리나라 해운사 가운데 '탄소집약도지수'(CII) 위험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대LNG와 코리아LNG, KSS해운은 CII 위

카카오 '장시간 노동' 의혹...노동부, 근로감독 착수

카카오가 최근 불거진 장시간 노동 문제를 두고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을 받게 됐다.고용노동부 관할지청인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성남지청은 이달초

사고발생한 기업들 ESG 순위도 추락...산재로 감점 2배 증가

자산 2조원 이상의 대기업 가운데 현대홈쇼핑과 현대백화점, 유한양행, 풀무원,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올 하반기 서스틴베스트 ESG 평가에서 상위에 랭크

대주·ESG경영개발원, ESG 컨설팅·공시 '협력'

대주회계법인과 한국ESG경영개발원(KEMI)이 ESRS·ISSB 등 국제공시 표준 기반 통합 컨설팅 서비스 공동개발에 나선다.양사는 14일 ESG 전략·공시&mi

기후/환경

+

전기차 충전시설, 28일부터 지자체 신고·책임보험 의무화

이달 28일부터 건축물 주차장에 전기자동차 충전시설을 설치하려면 지자체에 신고하고 책임보험도 가입해야 한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같은 내용을

[COP30] 교황의 묵직한 경고..."기후위기 대응, 더는 미룰 수 없다"

교황 레오 14세가 세계를 향해 "기후위기 대응을 즉각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묵직한 경고를 날렸다.교황 레오 14세는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는 제30차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앞으로 '1000년' 이어진다

탄소중립을 달성해도 산업화 이후 오른 지구의 평균기온이 최소 1000년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17일(현지시간) 21세기 호주 연방산업연구기구(CSIRO)

[COP30] "이건 생존이다!"…기후 취약국들 COP30에서 '절규'

기후취약국들이 "기후위기는 생존 문제"라며 선진국의 실질적 감축과 재정지원 확대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17일(현지시간)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

지역마다 제각각 풍력·태양광 '이격거리'...기후부, 규제 합리화 추진

지역마다 제각각인 태양광과 풍력의 이격거리를 중앙정부 차원에서 규제 합리화를 추진한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서울 영등포구 한국에너지공단 서울

'대기의 강' 때문?...美 LA에 역대급 폭우로 '물난리'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비롯한 캘리포니아 남부지역에 폭우가 나흘 넘게 이어지면서 인명피해까지 발생했다.17일(현지시간) 미 기상청(NWS)에 따르면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