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도 '말로만 ESG'...가스개발 '돈줄' 역할하는 금융기업들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04-19 12:19:32
  • -
  • +
  • 인쇄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 9개 은행, 11.5억불 투자
대부분 '넷제로 은행연합'에 가입한 금융기업들

호주 바로사(Barossa) 가스 프로젝트에 한국산업은행(KDB)을 비롯해 9개 민간은행이 총 11억5000만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18일(현지시간) 발간된 보고서에 따르면 이 9개 은행들은 '바로사'에서 추출한 가스를 운반하는 해양플랜트 FPSO(시추와 저장, 하역기능을 함께 할 수 있는 부유식 복합생산시스템)를 건조할 목적으로 대출 등의 자금을 지원했다.

이 보고서는 우리나라 환경연구단체인 기후솔루션(SOFC)를 비롯해 주빌래 오스트렐리아 연구센터(Jubilee Australia Research Centre) 등 8개 다국적 환경단체가 공동으로 작성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바로사 프로젝트는 연간 1350만톤의 이산화탄소(CO₂)를 배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호주의 연간 CO₂배출량에 약 3%달하는 수치다. 기후변화에 관한 당사자국 협의체(IPCC)와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신규 가스전 개발을 중지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더욱이 투자 은행과 지주회사 맥쿼리그룹(Macquarie Group)을 포함해 이번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한 은행들은 넷제로 은행연합(NZBA)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연합(UN)이 주도하는 NZBA는 전세계 금융기업들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가입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 참여기관 중 NZBA에 가입하지 않은 곳은 한국산업은행과 싱가포르 국적의 금융회사 클리포드 캐피탈(Clifford Capital)뿐이다.

▲ 호주 '바로사' 가스 프로젝트에 투자한 금융기관 명단(출처=SOFC)

주빌래 오스트렐리아 연구센터의 루크 플래처(Luke Fletcher) 박사는 "바로사 가스전은 호주에서 가장 더러운 개발 중 하나"라며 "호주는 홍수와 산불 등 이미 기후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후위기와의 싸움은 기스전을 중단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며 "호주 정부가 탈탄소 정책을 강하게 시행하기 때문에 금융기업들은 궁극적으로 실패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바로사' 가스 프로젝트는 휘청거리고 있다. 기후위기 및 원주민과의 마찰 등 여러 문제로 인해 호주 정부가 사업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호주 연방법원은 사업에 반발한 원주민들의 손을 들어주며 현장 시추 승인불가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12월 주관기업인 산토스(Santos)는 항소에서도 패소하면서 현재 사업은 답보 상태다. 또 호주 가스규제기관인 NOPSEMA(National Offshore Petroleum Safety and Environmental Management Authority)는 올 1월 산토스에게 가스 파이프라인이 지나는 260km에 걸친 구간에서 문화 유적지 연구를 수행할 것을 명령하기도 했다.

연구서를 작성한 국제 환경단체들은 "이는 금융기관의 '그린워싱'을 잘 보여준다"며 일제히 투자중단을 촉구했다. 호주 노던 준주 환경센터(ECNT)의 나이시 가웬(Naish Gawen)은 "환경과 현지 원주민들을 고려하지 않은 개발을 해서는 안된다"며 "더구나 이번 가스전 사업은 해양 환경에도 큰 악영향을 준다"고 우려했다. 

기후솔루션 오동재 연구원은 "한국산업은행은 대외적으로는 친환경적 행보를 보이는 듯하면서 뒤로는 가스전 사업에 대규모 공적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며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빠르게 투자금을 회수하고 철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환경단체 리클레임파이낸스(Reclaim Finance) 루시 팡손(Lucie Pinson) 대표는 "이번 사업에 대한 은행들의 참여는 탄소중립 선언이 무의미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프랑스 은행 나틱시스를 포함한 NZBA에 가입한 은행들은 기후 대응 선도 기업으로 보이고자 하지만, 은행들의 투자 행태는 그들이 여전히 파괴적인 화석연료 산업에 여전히 투자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틱톡, 광고 제작과정 탄소배출까지 체크한다

숏폼 플랫폼 틱톡(TikTok)이 송출되는 광고는 물론, 해당 광고가 제작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까지 측정한다.16일 틱톡에 따르면, 플랫폼 내 광고 캠

대선 후 서울서 수거된 폐현수막 7.3톤...전량 '재활용'

서울시가 제21대 대통령 선거 이후 수거된 폐현수막 전량 재활용에 나선다. 선거기간 서울 시내에서 배출된 폐현수막 재활용률을 30%에서 100%까지 끌어

하나은행 '간판 및 실내보수' 지원할 소상공인 2000곳 모집

하나은행이 소상공인을 위해 간판 및 실내 보수 등 '사업장 환경개선 지원 사업'에 나선다. 하나은행은 '사업장 환경개선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간판

경기도, 중소기업 200곳 ESG 진단평가비 '전액 지원'...27일까지 모집

경기도가 중소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 체계 구축을 위해 오는 27일 오후 5시까지 '경기도 중소기업 ESG 진단·평가 지원사업' 참가 기업을 모집한다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 11∼13일 코엑스 개막

환경부와 한국환경보전원이 중소녹색기업의 우수 녹색기술을 교류하고 국내외 판로개척 지원을 위해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ESG 상위종목만 투자했더니...코스피 평균수익률의 4배

ESG 평가를 활용한 투자전략이 단순히 윤리적인 투자를 넘어 실질적인 수익과 리스크 관리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서스틴베스트는 'ESG 스크

기후/환경

+

도시의 식물들 생장기간 2주 더 길다...이유는 '인공조명 때문'

도시의 식물들은 밤을 환하게 밝히는 인공조명 때문에 낙엽이 늦게 떨어지는 등 생장시기가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우한대학교와 미국 밴더빌

기후재난이 태아의 뇌에 영향..."감정 조절하는 뇌 부위가 비대"

기후재난이 태아의 뇌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욕시립대 대학원 신경심리학 연구팀은 기후재난에 노출됐

북극곰 수은 농도 30배 높아졌다...배출량 줄었는데 왜?

전세계적으로 수은 배출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북극에 서식하는 생물들의 체내 수은 농도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덴마크 오르후스대학과 코펜하

'개도국 녹색대출 공공자금으로 매입'...IADB, 기후재원 조달방안 제시

미주개발은행(IADB)이 개발도상국의 재생에너지 대출을 공공자금으로 매입하고, 이를 통해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새로운 기후재정 방안을 제시했다. 이

기후변화에 진드기 번식 증가…"라임병 등 감염 위험 커져"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드기가 적은 미국에서 진드기 개체수와 종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진드기의 확산은 기후변화와 밀접하게 관련돼

폭우 오는데 '캠핑장' 환불 안된다고?..."기상악화시 환불해야"

기후변화로 폭우·폭설 등 기상이변이 잦아지면서 캠핑객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한국소비자원은 기상악화로 인해 예약한 캠핑장을 취소해도 환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