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탈탄소' 손놓은 정부...日 30조 쏟아붓는데 韓 80% 삭감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5-10 12:20:10
  • -
  • +
  • 인쇄
철강업종 배출량 1억톤...국가배출량의 15%
선진 각국 철강업 탈탄소 발벗고 나서 '대조'
▲포항제철소 쇳물 예비처리 설비(스키머)가 자동으로 슬래그 제거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포스코)


탄소배출량이 가장 많은 철강업의 탈탄소를 위해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30조원을 투입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업계의 1조원 지원요청을 오히려 80% 삭감해 정부가 사실상 철강업의 탈탄소에 손을 놓은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0일 뉴스트리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철강산업의 탄소감축을 위해 2030년까지 2374억원의 연구개발(R&D)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는 당초 산업통상자원부와 철강업계가 요청했던 1조원에서 무려 80%나 삭감된 금액이다. 일본이 철강부문 녹색전환 자금으로 2030년까지 3조엔(약 29조3552억원)을 쏟아붓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당초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업계는 석탄 대신 수소를 촉매로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수소환원제철' 설비의 기본설계와 설비구축, 실증사업까지 합쳐서 1조원을 신청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이 가운데 기본설계만 예산에 반영하며 신청금액의 80%를 삭감해버렸다. 민간투자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국비 지원은 1414억원이다. 

문제는 8년간 2300억원으로 국가 배출량의 15%를 차지하는 철강업종의 녹색전환이 가능할 것이냐다. 철광석과 석탄을 반응시켜 쇳물을 만드는 철강산업은 철강 1톤을 생산할 때 이산화탄소가 2톤씩 발생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철강생산량은 6590만톤이었으므로, 지난해 철강업종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이보다 2배 많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로 국내 탄소배출 1위 기업인 포스코의 탄소배출량은 2021년 기준 7848만3858톤에 달했다. 같은해 현대제철은 2848만9305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두 회사의 탄소배출량을 합치면 1억697만3163톤에 달한다. 이는 같은 해 우리나라 총배출량 6억7960만톤의 15.7%를 차지한다. 우리나라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철강산업의 탄소감축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까닭에 각국은 탄소배출이 없는 수소환원제철 상용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9월 수소제철위원회를 결성하고 '제철 프로세스 수소 활용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여기에 1935억엔(약 2조원)의 예산을 할당했다. 유럽연합(EU)도 지난해 9월 철강을 비롯한 에너지집약 산업의 녹색전환을 위해 '유럽 주요 공동이익 사업'(IPCEI)을 통해 총 246억유로(약 36조원) 규모의 수소연구 보조금 지원계획을 승인했다. 자국 철강업종의 녹색전환을 위해 정부가 돈을 퍼붓고 있는 것이다.

반면 세계 철강생산 6위인 한국은 철강부문 탄소배출량이 전체의 15%가 넘는데도 2030년까지 철강의 녹색전환을 위해 고작 2300억원을 책정해놓은 상태다. 올해부터 2030년까지 이 자금이 투입된다고 보면, 연간 300억원도 안되는 셈이다. 그러다보니 철강업계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수소환원제철의 상용화 시점은 빨라도 2040년 이후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이에 철강업계는 중간단계로 탄소배출량을 30% 저감할 수 있는 전기로로 대체할 계획이지만 치솟는 전기요금에 발목이 잡혀있다. 계속된 전기요금 인상으로 지난해 4분기 현대제철이 추가로 부담한 전기요금은 600억원에 달했다. 포스코도 광양제철소에 전기로를 2026년에 가동할 예정이지만 계속 인상되는 전기요금에 비용 부담감은 커지고 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 차원에서 전력공급망 인프라 구축을 할 수 없지 않느냐"며 "재생에너지가 원활하게 공급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탄소중립 의무를 오롯이 기업에만 떠넘기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결국 국가 차원에서 재생에너지가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전력망을 구축하는 것과 동시에 기업들이 지속가능하게 사업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독일은 철강기업의 전기요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지난 5일 철강 등 에너지 집약도가 높은 산업이 전기요금 폭등으로 '공평한 경쟁'을 할 수 없고, 나아가 '존립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며, 이들 산업에 대한 전기요금을 최대 80%까지 보조하는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철강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전기요금 조정이 아니더라도 지원과 규제 성격을 동시에 갖춘 '탄소차액계약제도'를 도입하면 기업에 투자유인을 제공하고, 실질적인 탄소저감 성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탄소차액계약제도는 정부와 기업이 탈탄소사업에 대한 탄소배출권 고정가격을 정하고, 계약이 만기됐을 때 탄소배출권의 시장가격과 고정가격의 차이를 정부가 보전해주는 제도다.

이 제도는 통상 20~30년 단위로 계약하기 때문에 가격변동성 위험을 제거할 수 있다. 기존 설비를 걷어내고 새로운 설비에 대규모로 투자해야 하는 철강산업의 경우 이 제도가 저탄소 전환을 이룰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아직 정부 정책이 선언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같다"며 "조만간 탄소국경조정제도까지 시행되면 철강업계 부담은 더욱 가중돼 저탄소 전환은 사실상 힘들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궁금;이슈] 경찰 출두한 방시혁...투자자에게 IPO계획 숨겼다?

글로벌 스타 방탄소년단(BTS)를 탄생시킨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이 투자자들에게 기업공개(IPO) 계획을 숨기고 지분 매각을 유도했다는 혐의를 조사받기

해군 입대한 이재용 삼성 회장 장남...해군 통역장교로 복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지호(24)씨가 15일 해군 장교로 입대했다. 2000년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과 미국 복수 국적을 가지고 있던 이씨는 해군 장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비용부담 커진다"vs"무상할당 안돼"...4차 배출권 할당계획 '대립각'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4차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

경기도주식회사, 탄소중립 실천 위한 '친환경 협업 기업' 모집

탄소중립 실천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경기도주식회사가 오는 10월 3일까지 '2025년 2차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 플랫폼 구축 및 운영' 협업 기업을 모

"철강·석유화학 배출권 유상할당 높여라...국제추세 역행하는 것"

환경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 대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비율을 종전대로 100%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민단

기후/환경

+

"2035년 NDC 61.2% 정해야...산업 경쟁력 강화할 기회"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최소 61.2%로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15일 국회 기후행동의원모임 '비상'은 성명을 통해 "20

환경부 '낙동강 녹조' 독성조사 착수...공기중 조류독소도 조사

환경부가 환경단체와 함께 낙동강 녹조 조사에 착수한다.환경부는 15일 오후부터 낙동강네트워크, 환경운동연합과 낙동강 녹조 심화지역에 대한 조류

국립공원 개구리 산란시기 18일 빨라졌다...기후변화 뚜렷한 징후

국내 서식하는 개구리들이 기후변화로 산란시기가 앞당겨진 것이 확인됐다.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은 국립공원 내 산림과 무인도서에서 장기간 생

호주 시드니 3°C 오르면..."온열질환 사망자 450% 급증할 것"

지구 평균기온이 3℃ 상승하면 호주 시드니에서만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약 450% 급증할 것으로 나타났다.15일(현지시간) 호주 기후청과 기후변화

美 온실가스 배출량 '깜깜이 국가' 되나...기업 의무보고 없앤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대형 시설의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후정책의 핵심자료였던 배출 데이터가 사라질 경

단비에 강릉 저수율 16.3%로 상승...아직 '가뭄의 끝' 아니다

이틀간 강릉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최악의 사태를 면했다. 하지만 가뭄이 해갈되기까지는 아직 갈길이 멀어보인다. 15일 강릉의 생활용수 87%를 공급하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