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고장난 '제트기류'...미국과 멕시코 열돔에 가뒀다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06-29 07:00:02
  • -
  • +
  • 인쇄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가 원인일 가능성 5배
고기압 열돔 상공에 정체되면 극한폭염 발생

최근 미국 텍사스, 루이지애나와 멕시코 등 아메리카 대륙 일부지역을 휩쓸고 있는 기록적인 폭염이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최소 5배 이상 높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기후과학 비영리단체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의 최근 연구분석에 따르면 화석연료의 연소로 인한 지구 대기와 해양의 가열로 인해 극심한 폭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최소 5배 이상 높아졌다. 앤드류 퍼싱(Andrew Pershing) 클라이밋 센트럴 부대표는 "텍사스의 경우 이번 폭염이 일주일 내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수백만명의 사람들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고 했다.

▲아메리카 대륙 폭염 현황(출처=클라이밋 센트럴)


최근 3주동안 멕시코와 미국 남부의 광범위한 지역에 고기압이 자리잡으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열 지수가 48℃ 이상 상승했다. 또한 텍사스주 휴스턴, 샌안토니오, 오스틴 등 미국 내 4000만명 이상이 거주하는 지역에 폭염경보가 발령됐으며, 에어컨 사용 급증으로 인해 텍사스 등의 에너지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텍사스 A&M대학(Texas A&M University)의 기후과학자 앤드류 데슬러 박사는 "아직 7월도 아닌데 이런 극한 더위가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하니 우울하다"며 "이렇게 더울 때는 집안에 갇혀 에어컨의 포로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텍사스 남부가 열돔의 영향을 가장 심하게 받아 역대 가장 더운 6월을 보낼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극한기후의 원인으로 손꼽히는 열돔은 고기압이 반구 형상의 열막을 형성해서 해당 지역의 공기를 가두는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일반적으로 비가 내리지 않고 구름이 없을 때 발생한다. 열돔 현상이 발생한 지역은 태양빛이 방해받지 않고 지면에 도달할 뿐만 아니라 열돔이 공기순환을 차단시켜 기온이 급상승한다. 데슬러 박사는 "고기압 열돔이 한 지역 상공에 고정되어 있으면 정말 극심한 폭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론 열돔 자체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다만 기후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제트기류가 변화하면 열돔이 더 오래 고정될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Lawrence Berkeley National Laboratory)의 기후 및 극한기상 전문가인 마이클 웨너(Michael Wehner) 박사는 "텍사스 폭염이 인간이 초래한 지구온난화로 인해 약 2.7℃ 뜨거워졌다"며 "이러한 열돔 현상이 점점 더 악화되는 것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최근 몇 년간 열돔 현상으로 인한 폭염은 빈번해지고 있다. 2021년 여름 미국 북서부 지역에 열돔이 형성돼 최고 기온을 갱신하고 수십명이 사망했다. 지난 5월에는 캐나다 서부에서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했다. 또한 열돔은 겨울에도 영향을 미친다. 과학자들은 올해 겨울 유럽 지역의 이상고온 현상의 원인을 열돔으로 추측하고 있다.

네덜란드 왕립기상연구소(KNMI)는 "기후위기로 인해 열파가 150배 더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지구가 뜨거워짐에 따라 열돔이 더욱 위험해지고 있다"고 했다. 중국과학원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를 산업화 이전보다 1.5℃로 억제하면 심각한 열돔 상태에 노출되는 사람들의 수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웨너 박사는 "우리가 자연적인 기상변화를 벗어난 것은 분명하다"며 "위험한 기후변화는 지금 여기에 있고 이를 인식하지 못한다면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년 여름이면 전세계 어딘가에서 엄청난 폭염이 발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KT 새 대표이사 후보군 33명...본격 심사 착수

KT의 대표이사 후보 공개모집이 마감되면서 차기 대표이사 후보군이 33명으로 확정됐다.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4∼16일 진행한 대표이사 후보

전북도, 다회용기 민간사업자 모집

전북특별자치도가 '2026 다회용기 사용 촉진 지원사업'을 수행할 민간 사업자를 오는 12월 24일까지 모집한다고 18일 밝혔다.이는 자원 순환을 목표로 도

삼성중공업, 선박 폐열회수 발전시스템 해상실증 나선다

삼성중공업이 선박 폐열회수 발전시스템 해상실증 나선다.삼성중공업은 독자 개발한 '유기랭킨사이클(ORC:Organic Rankine Cycle) 기반 폐열회수 발전시스템(

쿠팡 '못난이 채소' 새벽배송 3년...직매입 물량 8000톤 돌파

쿠팡은 최근 3년간 전국 농가에서 직매입해 새벽배송으로 선보인 '못난이 채소' 누적 규모가 8000톤을 돌파했다고 18일 밝혔다. 쿠팡은 지난 2023년부터

[ESG;스코어] 韓 해운사 탄소효율…벌크선사 팬오션이 '꼴찌'

팬오션, 현대글로비스가 우리나라 해운사 가운데 '탄소집약도지수'(CII) 위험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대LNG와 코리아LNG, KSS해운은 CII 위

카카오 '장시간 노동' 의혹...노동부, 근로감독 착수

카카오가 최근 불거진 장시간 노동 문제를 두고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을 받게 됐다.고용노동부 관할지청인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성남지청은 이달초

기후/환경

+

한국 '탈석탄동맹' PPCA 합류...호주 에너지전환까지 촉진?

한국이 '국제탈석탄동맹(PPCA:Powering Past Coal Alliance)'에 가입함으로써 호주의 화석연료 산업을 쪼그러뜨리고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분석이

전기차 충전시설, 28일부터 지자체 신고·책임보험 의무화

이달 28일부터 건축물 주차장에 전기자동차 충전시설을 설치하려면 지자체에 신고하고 책임보험도 가입해야 한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같은 내용을

[COP30] 교황의 묵직한 경고..."기후위기 대응, 더는 미룰 수 없다"

교황 레오 14세가 세계를 향해 "기후위기 대응을 즉각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묵직한 경고를 날렸다.교황 레오 14세는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는 제30차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앞으로 '1000년' 이어진다

탄소중립을 달성해도 산업화 이후 오른 지구의 평균기온이 최소 1000년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17일(현지시간) 21세기 호주 연방산업연구기구(CSIRO)

[COP30] "이건 생존이다!"…기후 취약국들 COP30에서 '절규'

기후취약국들이 "기후위기는 생존 문제"라며 선진국의 실질적 감축과 재정지원 확대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17일(현지시간)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

지역마다 제각각 풍력·태양광 '이격거리'...기후부, 규제 합리화 추진

지역마다 제각각인 태양광과 풍력의 이격거리를 중앙정부 차원에서 규제 합리화를 추진한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서울 영등포구 한국에너지공단 서울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