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 가격이 올라갈 조짐이다. 올리브 주요 산지인 남유럽이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으면서 생산량이 급감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제올리브오일협의회(The International Olive Oil Council)는 올해 스페인의 올리브 생산량이 85만톤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스페인의 올리브 생산량은 평균 130만톤에 달했지만, 이상고온이 지속되면서 올해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10년만의 최악의 작황을 기록한 지난해 66만톤보다 겨우 28% 증가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 예측보다 생산량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이 예측은 현재의 이상고온이 지속되기전에 발표된 것"이라며 "현재처럼 폭염이 지속된다면 나무가 수분을 보존하기 위해 덜 익은 과일을 떨어뜨려 생산량이 더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주 스페인 남부 일부 지역의 기온이 43℃까지 치솟고 있어,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세계 최대 올리브오일 생산업체인 필리포 베리오(Filippo Berio) 영국지사 CEO 월터 잔레(Walter Zanre)는 "올해 또다시 흉작이 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지만,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아무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극한고온이 흉작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에도 스페인은 전년도 이월 물량이 약간 남아 있어서 부족분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이런 여유분이 전혀 없다"며 "예상대로 85만톤을 생산하더라도 가격상황은 더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주요 생산국인 이탈리아와 포르투갈 역시 수확량이 부진하기 때문에 올리브유 가격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 필리포 베리오는 "올리브 도매가격이 지난해초 이후 2배로 올랐다"고 밝혔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올리브오일의 소매가격이 전년대비 47% 상승해 5월기준 500ml 기준 평균 6.16파운드(약 1만153원)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가을 수확으로 11월까지 새로운 올리브들이 나올 가능성이 적고 현재의 소비 속도로 볼 때 9월이면 지난해 공급량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을에 슈퍼마켓에서 부족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른 작물들의 작황도 유럽을 덮친 홍수와 폭염으로 상황은 비슷하다. 이탈리아의 신선식품 생산기업인 컨저브 이탈리아(Conserve Italia)의 디에고 파리오티(Diego Pariotti) 상무는 "작물의 생산량이 10%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8월에 있을 올해 두번째 수확이 이번주 폭염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확기에 접어든 과일도 기온이 40℃를 넘는 폭염이 이어질 경우 피해를 입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소비자들은 올리브유 등 농작물 가공식품에 대한 소비를 억제하고 있다. 영국 리서치회사인 칸타(Kantar)에 따르면 영국 소비자들은 이미 치솟는 가격에 대응해 올리브오일 구매를 억제하고 있으며, 이에 영국에서는 올리브유 소비가 5분의1로 감소했다. 그러나 칸타는 "이같은 소비위축이 향후 부족분을 상쇄하기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잔레 CEO는 "오일 생산비용이 급등함에 따라서 소규모 생산자들은 폐업할 가능성이 높다"며 "가격은 매우 높지만 정작 아무도 부자가 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식품회사들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대체 생산 지역을 수소문하는 중이다. 필리포 베리오는 "터키, 칠레와 같은 국가로 눈을 돌려 올리브 공급지역을 넓이는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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