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빙붕 '임계점' 넘었다..."녹는 속도 3배 빨라져"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10-24 14:21:39
  • -
  • +
  • 인쇄

남극 서부 빙붕이 녹는 속도가 '임계점'을 넘어 아무리 탄소배출량을 줄이더라도 남은 세기동안 상당부분이 녹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최근 영국 남극연구소(British Antarctic Survey, BAS) 소속 과학자들이 발표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세계가 지구온난화를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5℃ 이하로 유지하는 것에 성공한다 해도 아문센해에 있는 빙붕이 녹는 속도는 지난 세기에 비해 금세기에 3배 더 빨라질 전망이다.

BAS 연구진들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아문센해에 설치된 고해상도 컴퓨터 모델을 사용해 현재까지 지구온난화가 이 지역에 미친 영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화석연료 감축속도 여부와 관계없이 21세기 내에 빙붕의 상당수가 녹는 것은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전 연구에 따르면 이 빙붕들은 약 수세기동안 천천히 녹을 것으로 예측됐지만 이번 연구에 따르면 향후 수십년동안 빠르게 녹아내릴 것"이라며 "극심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일부 해안도시를 버려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 과학계에서는 남극 서부의 빙상이 완전히 사라지면 해수면이 5m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데, 이 경우 뉴욕과 붐바이, 상하이 등 수백만명이 거주하는 해안도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더욱이 전세계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해안에서 100km 살고 있어, 해수면이 상승할 경우 이들은 바닷물이 미치지 않는 내륙으로 이주해야 한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BAS의 케이틀린 나우텐(Kaitlin Naughten) 박사는 "우리는 이미 전세계적인 난민 위기를 겪고 있고 해수면 상승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해안도시를 떠나온 수백만명에서 10억명 이상의 난민들을 어떻게 수용할 수 있냐"고 말했다

연구진들은 "기후위기로 인해 빙상과 빙하가 녹고 바닷물이 열팽창하면서 해수면이 점점 상승하고 있다"며 "기후변화로 인해 기존의 데이터 기반 예측으로는 이같은 현상을 정확히 예측하기 여렵다"고 말했다. 또한 연구진들은 "따라서 정부나 지자체 또한 해수면 상승을 대응하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 매우 어려워질 것이다"며 "새롭게 얼음이나 빙하가 녹으면 이를 빠르게 데이터화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나우텐 박사는 "우리는 21세기에서 남극 빙붕이 녹는 것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을 수 있다"며 "이는 일부 해안지역 사회가 밀려오는 바닷물을 막는 해법을 찾거나 도시를 버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상황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위험한 것은 맞지만, 해수면 상승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기후행동을 포기하는 이유는 될 수 없다"며 "우리의 행동이 22세기 이후에 남극의 얼음이 녹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기후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과학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University of New South Wales)의 타이무어 소하일(Taimoor Sohail) 박사는 "서부 남극 빙상의 붕괴는 걱정스러운 기후 반환점이다"며 "빙붕의 용융이 가속화돼 해수면이 상승하는 것은 끔직하다"고 말했다.

영국 국립해양학센터(UK National Oceanography Centre)의 티아고 세가비나치 도토(Tiago Segabinazzi Dotto) 박사는 "우리는 서부 남극 빙상의 불안정성을 피할 수 없는 임계점을 통과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해당지역 빙하 붕괴의 속도는 아직 불확실하며 특정 빙붕의 경우 수세기 동한 무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연구는 단일 모델에 기반한 것이므로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며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의 세부사항은 이전 연구와 상당수 일치하기 때문에 정책 입안자들이 이 연구를 고려할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

알베르토 나베이라 가라바토(Alberto Naveira Garabato) 영국 사우샘프턴 대학교(University of Southampton) 교수는 "이번 연구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며 "과거의 무대책에서 교훈을 얻고 지금부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시작한다면 남극 동부에 10배 규모로 위치한 빙상들은 구할 수 있다"고 촉구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삼천리그룹, 국내 김 전문기업 '성경식품' 100% 인수

삼천리그룹이 국내 대표 김 전문기업인 '성경식품'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26일 밝혔다.'지도표 성경김'으로도 널리 알려

쿠팡 "자체조사 아니다...정부 지시 따른 공조 수사"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셀프조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쿠팡이 "자체조사 아니다"면서 "정부 지시에 따른 공조수사였다"고 반박했다.쿠팡은 26일 입장

"니들이 왜 조사해?"…쿠팡 '셀프조사'에 시민 반응 '싸늘'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외부로 정보가 전송된 정황이 없다는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여론이 더욱 싸늘해지고 있다.26일 온라인 커

쿠팡 '셀프조사' 발표에 뿔난 정부...제재강도 더 세지나?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자를 특정했으며 유출정보가 외부로 전송된 정황은 없다는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정부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발표한 쿠

기부하면 금리 'UP'...하나은행 '행운기부런 적금' 한정판매

하나은행은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ESG 특화 금융상품 '행운기부런 적금'을 출시했다고 26일 밝혔다.이 적금은 하나은행과 한국맥도날드의 생활금융

현대차·기아, 탄소감축 목표 SBTi 승인...英 전기차 보조금 요건충족

현대차·기아는 지난 4일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로부터 2045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중간단계로서의 온실가스 배출감축 계획에 대한

기후/환경

+

[아듀! 2025] 폭우와 가뭄 '동시에'...데이터로 본 '올해 한반도 기후'

을사년인 2025년은 지구촌 곳곳에서 기록적인 고온과 한파, 국지적 폭우와 가뭄이 반복되며 기후변동성이 한층 더 극단적으로 나타난 한해였다.지구 평

"탈탄소화 빨라졌다"…올해 에너지전환 투자규모 2.2조달러

올해 전세계 에너지전환 투자규모가 약 2조2000억달러(약 318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막대한 자금이 청정에너지로 투자되면서 전세계 탈탄소화

전자칠판부터 프라이팬까지...친환경 표시제품에 10종 추가

친환경 표시제품에 전자칠판과 프라이팬, 헤어드라이어 등 일상에서 사용빈도가 높은 10개 제품군이 추가됐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

2년만에 닥친 '대기의 강'...美캘리포니아 이틀간 '물폭탄'

미국 캘리포니아 일대가 '대기의 강' 현상으로 물난리를 겪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 당일날 내린 폭우로 일부 지역에 돌발홍수가 발생

[주말날씨] 전국이 '냉동고'...칼바람에 체감온도 -20℃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여기에 바람까지 거세기 불어서 체감기온이 영하 20℃까지 뚝 떨어졌다. 올들어 가장 추운 이번 한파는 27일까지 이어지겠다.2

[ESG;스코어] 경기도 31개 시군...온실가스 감축 1위는 '의왕'

지난해 정부가 제시한 공공부문 온실가스 감축 권장목표를 달성한 경기도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감축한 기초지방자치단체는 '의왕시'로 나타났다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