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빼고 다 오른다...밥상물가 강타하는 '기후플레이션'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4-04-24 08:00:03
  • -
  • +
  • 인쇄
(사진=연합뉴스)

엎친데 덮친격이다. 국내 농산물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는데 이어,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해외 농산물까지 기후위기로 수확량이 큰폭으로 감소하면서 '장보기가 겁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물가가 치솟고 있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122.21)보다 0.2% 높은 122.46(2015년=100)으로 집계됐다. 전월대비 작년 12월(0.1%), 올해 1월(0.5%), 2월(0.3%)에 이어 4개월째 오름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농수축산물은 1.3% 상승했다. 농산물(0.4%), 축산물(2.0%), 수산물(1.6%) 등이 일제히 올랐으며 배추(36%), 양파(18.9%), 돼지고기(11.9%), 김(19.8%) 등도 크게 상승했다. 사과는 전월대비 2.8%, 전년동월 대비 무려 135.8% 껑충 뛰었다. 생산은 줄었는데 수출이 늘어난 김의 경우도 가격이 급상승하고 있다.

특히 국내 과일·채소 가격의 오름세는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도 올해 가장 크게 뛰어올랐다. 지난 2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자체 집계한 자료를 보면 지난 2월 한국의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물가 상승률은 6.95%로 OECD 평균(5.32%)을 웃돌았다. 국내 과일류의 상승률은 1∼3월 월평균 36.9%로, 2위 대만(14.7%)의 거의 2.5배에 이르며 월등한 1위를 찍었다. 채소류 상승률도 한국(10.7%)이 이탈리아(9.3%) 영국(7.3%) 등을 제치고 가장 높았다.

국내 물가상승을 견인하는 사과, 배 등 농산물은 정부가 보조금을 투입하며 가격안정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수입 농산물에 대해서는 정부도 속수무책이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커피와 카카오, 올리브유, 설탕은 주요 산지의 기후재난으로 수확량이 급감하면서 가격이 치솟고 있다. 이 여파는 국내 식료품 가격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은 극심한 가뭄으로 커피 수확량이 감소하고 있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도 가뭄으로 커피 생산이 20%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서아프리카 지역도 가뭄에 글로벌 카카오 공급이 11% 감소할 것으로 국제코코아기구(ICO)는 전망하고 있다.

올리브유 역시 기후변화로 재배량이 크게 줄고 있다. 올리브유 세계 최대 생산국인 스페인은 2년 연속 가뭄을 겪고 있어, 올리브 생산량이 반토막이 나고 있다. 설탕 주요 수출국인 인도와 태국도 극심한 가뭄으로 생산이 급감하면서 전세계 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에 따르면 아프리카와 중동, 남미 등 이미 기온이 크게 치솟고 있는 저위도 국가들은 1년 내내 식량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커피와 코코아, 설탕 등의 재배지가 몰려있는 이 지역들 모두 가뭄 취약지구가 된 것이다. 

여기에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충돌로 국제유가도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식료품에 이어 공산품 가격도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유다. 총선 때문에 꾹꾹 눌러왔던 가스요금과 전기요금도 하반기에 인상할지의 여부도 관심사다. 주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 에너지 요금도 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다보니 택배비도 오르고 있고, 해외 농산물 가격이 오르다보니 식음료 가격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카카오 가격상승으로 롯데웰푸드는 가나초콜릿과 빼빼로 등 17종 가격을 인상하려다 정부의 요청으로 인상시기를 5월 1일에서 6월 1일로 늦췄지만 하반기부터는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농산물 가격에 이어, 올 하반기부터 식음료, 에너지, 공산품에 택배 등 서비스 가격까지 줄줄이 인상될 전망이어서 하반기 국내 물가는 폭등이 예고된 상태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백화점그룹, ESG 데이터 통합관리 시스템 구축 나선다

현대백화점그룹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데이터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 그룹 내 계열사의 지속가능경영 성과를 체계적으로 통합관

우리은행 'K-택소노미 AI' 도입으로 녹색금융 지원 강화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최초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여신 심사에 활용하는 'K-택소노미 전문상담 AI'를 도입했다고 25일 밝혔다. 'K-택소노미'는 지난 202

金총리 "태양광·풍력 대폭 확대…RE100 전용 산업단지 조성할 것"

김민석 국무총리가 탄녹위 주최 콘퍼런스에 참가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부 차원의 에너지 대전환 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김민석 국무총리는 22

상가 셔터가 작품으로 변신...KCC, 5명 작가와 을지로에 '셔터아트'

최근 젊고 힙(Hip)한 공간으로 탈바꿈하며 '힙지로'로 불리우는 을지로가 KCC의 컬러로 물들고 있다. KCC는 '셔터 아트 프로젝트'를 통해 서울 을지로 일

신한은행, 한국형 녹색채권 1000억원 발행..."녹색수송 사업에 투입"

신한은행은 22일 환경부가 주관하는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이차보전 지원사업'에 참여해 1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녹색채권을 발행했다.한국형 녹색채

"영농형 태양광, 활성화하려면 '농민·농업' 중심 정책 일관돼야"

영농형 태양광을 활성화하려면 농민과 농업을 중심으로 일관되게 단계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이 나왔다.최근 정부는 농촌 인구소멸과 에너지

기후/환경

+

폭염에 산불까지...美서부 축구장 1만5400개 '잿더미'

불볕더위가 극심하던 미국 캘리포니아와 오리건주에서 발생하던 산불이 몇 일째 번지면서 축구장 1만5400개 면적에 달하는 1만1000헥타르(ha)가 잿더미로

"생수·햇반·컵라면으로 살아요"...강릉 시민들, 물 부족에 아우성

서쪽지역은 최대 100mm의 폭우가 예보돼 있지만 강원도 강릉은 극심한 가뭄으로 물 부족 사태가 극에 달했다.지난 20일부터 계량기의 50%를 잠그는 제한

경기도, 퇴근길 폭우 대비 오후 6시 '비상1단계' 발령

퇴근길 폭우가 예상됨에 따라, 경기도가 25일 오후 6시를 기해 '비상1단계'를 발령한다.경기도는 25일부터 26일 오전까지 경기 북부와 남동부 지역을 중

알프스는 녹고 해변은 사라지고...관광산업 종말 오나?

기후변화로 폭염과 산불 등이 빈번해지면서 80년 후 관광산업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지속가능한 교통분야에서 선도적인 연구자인 스테

[날씨] 내일까지 중서부 '세찬 비'...가뭄 겪는 강릉은 '찔끔'

25일 인천과 서해안 지역에서 시작된 비는 중부지방으로 범위를 넓히면서 26일까지 이어지겠다. 서쪽과 중부지역은 매우 강하게 비가 내리겠지만 현재

3V 저전력으로 CO2 95% 포집 기술 '세계 최초' 개발

3볼트(V) 스마트폰 충전전압 수준의 저전력으로 95% 이상 고순도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기술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한국과학기술연구원(KAIST)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