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장마가 이상하다...폭좁은 구름띠로 '야밤에 물폭탄'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7-09 11:44:43
  • -
  • +
  • 인쇄
▲연일 쏟아진 폭우로 토사에 파묻혀버린 경북 영양군 입암면 금학리 마을 (사진=연합뉴스)


올여름 장맛비는 특정지역에 많은 비를 뿌리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동서로 좁고 길게 형성된 띠구름대가 걸쳐져 있는 전북과 경북남부, 경남북부는 9일 호우특보가 내려진 상태다. 현재 이 지역은 시간당 10~50㎜의 폭우가 내리고 있다.

반면 띠구름대에서 벗어나 있는 지역인 전남과 영남 일부지역은 비가 소강상태에 있다. 기상청 김영준 예보분석관은 지난 7일 브리핑에서 "비구름대에서 불과 몇 십킬로미터만 벗어나도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다"면서 "이것이 올여름 강수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주말인 6~7일 대전과 세종·충남지역에 폭우가 쏠렸던 것도 바로 이 구름띠 때문이었다. 이 구름띠가 위치한 지역에서는 강한 비바람이 몰아쳐 가로수가 쓰러지고 도로가 물에 잠기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이처럼 좁고 가느다란 비구름대가 형성되는 이유는 현재 한반도 상공에서 2개의 고기압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장마는 남단에 자리잡는 북태평양고기압에 의해 형성된 정체전선이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비를 뿌렸다. 하지만 올여름에는 남단의 북태평양고기압 외에 북서쪽에 또다른 고기압이 만들어지면서 정체전선이 2개의 고기압으로 짓눌려 좁고 긴 띠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9일 오전 8시 45분 기상청 레이더에 잡힌 비구름대 (사진=연합뉴스)


비구름대가 좁다보니 비가 오는 지역과 비가 오지 않는 지역의 날씨가 극과극이다. 구름대에 놓은 지역은 호우특보가 내려지고, 비가 오지 않는 지역에서는 습도가 높아 후텁지근한 기온으로 폭염특보가 내려지고 있다. 특히 제주는 오는 10일 낮부터 저기압 영향에서 벗어나면서 체감온도가 최대 35℃에 이르는 '찜통더위'가 발생하겠다.

2개의 고기압권에 짓눌린 정체전선은 엄청난 수증기를 머금고 있다. 그러다보니 좁고 기다란 구름띠에 놓여 있는 지역은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지는 '집중호우' 피해를 입고 있다. 구름띠에 있는 경북과 충청권 피해가 가장 큰 이유도 이 때문이다.

9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밤사이 경북 하양(경산) 강수량은 175.0㎜, 오천(포항)은 164.0㎜, 영천은 127.7㎜, 황성(경주)은 117.5㎜에 달했다. 지난 8일 밤에는 충북 옥천 등지에서도 154㎜가 넘는 비가 내렸다.

한밤에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지는 것도 동서로 이어진 긴 구름띠 때문이다. 대기 하층의 빠른 바람인 하층 제트는 지상의 공기가 식어 가라앉는 밤에 길이 열리면서 야행성 폭우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심해질수록 이상기후 현상은 더 강해질 전망이다. 기온이 1℃ 상승할 때 수증기량은 약 7% 증가하고, 대기는 기온이 상승한만큼 내려가는 속도도 빨라져 대기불안정성은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가늘고 길게 형성된 구름대가 충북 특정지역에 폭우를 뿌리면서 오송 지하차도같은 참사가 발생했던 것이다.

한편 9일 밤에서 10일 아침에는 수도권과 충남북부·충북중부·충북북부에 좁고 긴 구름띠가 걸치면서 해당 지역 강수량은 시간당 30~50㎜에 이르겠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페트병 모아 사육곰 구한다"...수퍼빈, 곰 구출 프로젝트 동참

AI 기후테크기업 수퍼빈이 이달 1일 녹색연합과 함께 사육곰 구출프로젝트 '곰 이삿짐센터'를 시작하며, 전국 어디서나 참여할 수 있는 자원순환형 기

아름다운가게, 돌봄 공백에 놓은 아동·청소년 돕는다

재단법인 아름다운가게가 재단법인 서울시복지재단, 사단법인 피스모모와 함께 13일 협약식을 갖고 '가족돌봄아동·청소년 연결 및 지원사업-함께

LG CNS 'LG ESG 인텔리전스' ASOCIO 어워드 ESG 수상

LG CNS가 자체 개발한 ESG 데이터 플랫폼 'LG ESG 인텔리전스'로 국제적 권위가 있는 아시아·오세아니아 정보산업기구(ASOCIO) 어워드에서 'ESG 부문'을

'새벽배송 금지' 놓고 극과극 입장차...합리적 해법 나올까

최근 발생한 쿠팡 새벽배송 노동자 사망 사건을 계기로 새벽배송 문제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대두됐다. 숨진 노동자는 극심한 업무강도에 시달린 것

"국민연금, ESG 원칙 위반한 키움·흥국증권을 거래사로 선정"

국민연금이 ESG 경영 강화를 내세우며 거래증권사 평가에서 ESG 비중을 확대했지만, 신규 석탄발전소 채권을 주관한 증권사들이 여전히 거래증권사 명

[손기원의 ESG 인사이드] 美캘리포니아 '기후공시 3법'의 위력

최근 글로벌 ESG 공시 지형이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기후공시 규칙이 무력화됐고,

기후/환경

+

5년내 화석연료 종말?...IEA "재생에너지로 공급체계 대전환 궤도"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공급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5년 내에 화석연료 시대가 사실상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12일(현지시간) 국

[COP30] 年 1.3조달러 누가 낼건데?...기후재원 논의 본격화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고 있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연간 1조3000억달러 기후대응 재원(NCQG)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가를 놓고 본

이대로면 지구 2.6℃ 오른다...화석연료 배출량도 '최고치'

지금 추세대로 가면 지구의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2.6℃까지 오를 것이라는 섬뜩한 전망이 나왔다.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이 13일 발간

20억명이 화석연료 매연에 노출..."석탄·석유 시설 5km 이내 거주"

전세계 인구의 25%가 화석연료 시설로 인해 건강을 위협받고 있다.전세계 인구의 25%에 달하는 20억명이 석유와 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 생산시설로부터

[COP30] 기후관련 가짜뉴스 근절한다...'정보 무결성 선언' 첫 채택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기후정보 조작과 허위정보 확산을 막기 위한 '정보 무결성 선언'이 처음으로 채택됐다.12일(현지시간)

[COP30] 인도, EU 탄소국경세에 맹폭…"기후정책 가장한 보호무역"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고 있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인도가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세(CBAM)를 공개비판하면서 이 문제가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