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투자기업 기후리스크 관리한다더니...2년간 '뒷짐'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5-03-12 10:45:14
  • -
  • +
  • 인쇄
▲국민연금공단 본사 전경(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이 투자기업의 기후변화 대응을 '중점관리사안'으로 지정해놓고도 기후리스크 관리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기후솔루션이 12일 발간한 '기업을 움직이는 국민연금: 기후리스크 관리의 한계와 개선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2023년부터 투자기업 중점관리사안에 '기후변화 관련 위험관리'를 추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최소한의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2023년 3월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을 개정해 '기후변화'와 '산업안전'을 중점관리사안에 추가했다. 투자대상 기업 중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하면서도 감축계획 및 조처가 미흡하거나 이로 인해 기업가치 하락 위험이 생길 경우 전략 개선을 요구하거나 주주제안을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개입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국민연금이 운용자산 1200조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만큼 투자 활동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무시할 수 없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후즈굿의 공동분석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민연금 투자기업 중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시한 312곳의 금융배출량은 국내 전체 배출량의 약 4%에 해당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금융배출량이란 대출, 투자, 보험 등을 제공하면서 발생하는 간접배출량을 뜻한다.

특히 국민연금은 국내에서도 탄소배출량이 많은 한국전력공사, 포스코홀딩스, 현대제철 등의 최대주주 혹은 주요주주기 때문에 기후리스크 관리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기후변화를 중점관리사안으로 지정한 이후에도, 기후리스크 관리를 위한 주주 활동을 사실상 전혀 수행하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중점관리사안과 관련해 관리 대상으로 판단될 시 우선 '비공개 대화 대상 기업'으로 선정한 뒤, 이후에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비공개 중점관리 기업', '공개 중점관리 기업', '주주제안 등 적극적 주주활동'의 순서대로 조처의 강도를 높여간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말 기준 국민연금이 기후변화 사안과 관련해 중점관리 기업은 고사하고 비공개 대화 대상 기업 선정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화 대상 기업 선정 이전의 사전절차격인 비공개 면담을 13곳의 기업과 진행한 것이 전부였다.

투명성 문제도 제기됐다. 국민연금은 공개 중점관리 기업 지정 전까진 대상 기업명과 논의 내용, 이후 개선 실적 등의 정보를 비공개 처리한다. 이에 따라 어떤 기업이 비공개 대화 대상 기업으로 지정됐는지, 이후 기후 리스크 개선이 이뤄졌는지 등을 외부 투자자 및 이해관계자들이 알 수 없다.

세계 3대 연기금으로 꼽히는 '노르웨이 정부 연기금'(GPFG)의 경우, 포트폴리오 내 모든 기업들이 늦어도 2040년까지 '2050 넷제로'를 위한 목표 및 계획을 수립해 직·간접 배출량을 감축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이 때 중점관리 기업의 목록과 기업별 대화 주제는 웹사이트와 보고서에 게시된다. '네널란드 공적연기금'(ABP)도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산업에 대해 우선적으로 저탄소 비즈니스 모델 전환을 유도하며, 논의 내용과 진행 과정 등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기후솔루션은 국민연금이 실효성 있는 기후리스크 관리를 위해선 △중점관리 기업을 확대하고 한전, 포스코, 현대제철 등 다배출 기업을 우선적으로 관리할 것 △해외투자 비중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해외 기업과의 대화를 강화할 것 △모든 과정에서 정보공개 범위를 확대할 것 △관여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필요 시 강력한 후속 조치를 이행할 것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황보은영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 연구원은 "국민연금은 중점관리사안에 기후변화를 추가하고 최근 석탄투자 제한 정책을 도입하는 등 겉으로는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실효성 측면에서는 해외 연기금에 비해 부족하다"며 "국민연금은 기업의 기후위기 대응 강화를 유도하여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것과 함께 국민연금의 장기적인 수익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니들이 왜 조사해?"…쿠팡 '셀프조사'에 시민 반응 '싸늘'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외부로 정보가 전송된 정황이 없다는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여론이 더욱 싸늘해지고 있다.26일 온라인 커

쿠팡 '셀프조사' 발표에 뿔난 정부...제재강도 더 세지나?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자를 특정했으며 유출정보가 외부로 전송된 정황은 없다는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정부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발표한 쿠

기부하면 금리 'UP'...하나은행 '행운기부런 적금' 한정판매

하나은행은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ESG 특화 금융상품 '행운기부런 적금'을 출시했다고 26일 밝혔다.이 적금은 하나은행과 한국맥도날드의 생활금융

현대차·기아, 탄소감축 목표 SBTi 승인...英 전기차 보조금 요건충족

현대차·기아는 지난 4일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로부터 2045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중간단계로서의 온실가스 배출감축 계획에 대한

[ESG;스코어] 경기도 31개 시군...온실가스 감축 1위는 '의왕'

지난해 정부가 제시한 공공부문 온실가스 감축 권장목표를 달성한 경기도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감축한 기초지방자치단체는 '의왕시'로 나타났다

쿠쿠 또 디자인 침해?...코웨이 "끝까지 간다" 강경대응 입장

최근 출시된 쿠쿠의 '미니100 초소형 정수기'가 코웨이의 대표제품 '아이콘 정수기'와 또 디자인이 유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두 회사간의 디자인

기후/환경

+

2년만에 닥친 '대기의 강'...美캘리포니아 이틀간 '물폭탄'

미국 캘리포니아 일대가 '대기의 강' 현상으로 물난리를 겪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 당일날 내린 폭우로 일부 지역에 돌발홍수가 발생

[주말날씨] 전국이 '냉동고'...칼바람에 체감온도 -20℃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여기에 바람까지 거세기 불어서 체감기온이 영하 20℃까지 뚝 떨어졌다. 올들어 가장 추운 이번 한파는 27일까지 이어지겠다.2

[ESG;스코어] 경기도 31개 시군...온실가스 감축 1위는 '의왕'

지난해 정부가 제시한 공공부문 온실가스 감축 권장목표를 달성한 경기도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감축한 기초지방자치단체는 '의왕시'로 나타났다

EU, 기업 해외이전 우려에 "철강·화학업종에 보조금 확대"

유럽연합(EU)이 철강, 화학 등 에너지 집약산업에 국가보조금을 확대한다.EU 집행위원회는 철강, 화학 등 이미 지원을 받고 있는 기업들에 국가보조금을

올해 수소 소비량 65% '껑충'...내년에도 2배 늘어날 전망

올해 수소 소비량이 지난해보다 65% 증가할 전망이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24일 '제4차 모빌리티용 수소 수급 협의체'에서 올해 11월까지 수송용 수소 소

기후변화 크리스마스 풍경도 바꾼다...눈도 트리도 순록도 감소

기후변화로 갈수록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것이 어려워질 전망이다.23일(현지시간) 미국 시사매체 더위크에 따르면, 겨울철 평균기온 상승으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