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과 몇일전에 주총을 이끌었던 삼성전자의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이 영면했다. 한종희 부회장은 휴식 중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향년 63세다.
삼성전자는 25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전직원들에게 공지했다. 삼성전자는 사내 게시판에 "지난 37년간 회사에 헌신하신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고인은 TV 사업 글로벌 1등을 이끌었으며 어려운 대내외 환경 속에서도 세트 부문장과 DA사업부장으로서 최선을 다해왔다"고 추모했다.
한 부회장은 TV 전문가로 통한다. LG전자 그늘에 가려 만년 2위를 하던 삼성TV를 19년째 세계 1위로 다져놓은 주역이기도 하다. 그는 천안고와 인하대 전자공학과 졸업 후 1988년 삼성전자 영상사업부 개발팀에 입사해 LCD TV 랩장, 개발그룹장, 상품개발팀장 등을 거쳐 2017년부터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사장(사장)을 맡았다. 30년간 TV 개발부서에서 일했다.
2021년 말 부회장으로 승진하고 세트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을 맡으며 TV뿐 아니라 생활가전, 스마트폰 등 다양한 제품 분야에서 기술혁신을 이끌었다는 평이다. 2022년 3월 삼성전자 대표이사로 선임돼 탁월한 경영능력과 리더십을 발휘하며 전사 차원의 위기 극복에 나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는 신설된 품질혁신위원회도 맡아 전사 차원의 품질 역량에도 힘써왔다.
2022년부터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회장을 맡아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춘 전자업계의 사업 재편 지원, 미래 전략 정책 제안 등의 역할을 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23년 제27회 한국공학한림원 대상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KEA 회장으로 재선임됐다.
한종희 부회장은 지난 19일 열린 삼성전자 정기주총에서 "어려운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재도약의 기틀을 다지고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 부회장은 주총에 끝난 뒤, 곧바로 중국 최대 가전전시회 'AWE 2025'를 방문하며 바쁜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2녀1남이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7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27일, 장지는 시안가족추모공원이다.
삼성전자 측은 한 부회장 후임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정기 인사를 단행하고, 지난 19일 주주총회를 통해 새로운 이사진을 구성하는 등 임원 인사가 이뤄진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당장 대대적인 인사를 진행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편 한 부회장 별세로 공석이 된 사내이사 자리에는 정현호 부회장이 앉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정 부회장은 삼성전자 내에서 한종희 부회장과 전영현 부회장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부회장 직함을 달고 있는 인물이다. 정현호 부회장은 삼성전자 사업지원 TF장을 맡으면서 그룹 내 사업 조율을 담당하고 있다.
또 다른 사내이사 후보로 현재 미등기 임원인 상태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있지만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는 사내이사에 취임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부당 합병, 회계 부정 등 총 19개 혐의를 받고 있다. 1심 법원과 2심 법원은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이 상고하면서 대법원으로 재판이 넘어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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