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바란다] "왜곡된 전기료…정상화 못하면 기후대응 없다"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5-05-14 08:00:07
  • -
  • +
  • 인쇄
[인터뷰] 홍종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올 3월 역대급 산불피해가 발생했듯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이미 우리나라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사회적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를 국가적 성장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요구들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이에 6월 4일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뉴스;트리가 기후환경 부문에서 사회 각계에서 새 정부에 요구하는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편집자주]

▲홍종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newstree

"현재의 전력시장 체계로는 기후위기 대응도, 재생에너지 확대도 불가능하다. 전력시장 개혁이 이번 정부의 핵심과제가 되어야 한다."

홍종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한국전력 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면서 "차기 정부는 한전 중심의 독점적 전력 시장 구조를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지금의 전력시스템으로는 재생에너지 확대도, 수요변화도 감당할 수 없다"며 "송배전 체계를 포함한 전력계통 전반을 바꾸지 않으면 기후정책은 실행 불가능한 선언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전세계가 화석에너지를 퇴출하고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이른바 '에너지 대전환'를 추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보급률은 터무니없이 낮다는 게 홍 교수의 지적이다. 특히 지난 3년간 전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평균 30% 이상 높아진 반면 우리나라는 고작 10%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재생에너지 보급률을 높이는 것이 한시가 급한 상황이지만 현재의 전력시장 구조로는 수요와 공급을 맞출 수가 없어서 재생에너지를 늘리고 싶어도 늘릴 수 없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현행 전력 시장의 가장 큰 문제로 '전기요금의 왜곡'을 지목했다. 우리나라는 한전이 전기를 원가이하로 판매하는 기형적 구조를 유지해 왔다. 이로 인해 한전은 지난 2021년~2023년까지 약 43조원의 누적 영업적자가 발생했고, 2023년말 총부채가 205조원으로 늘어났다. 그 시기 국제 에너지 가격상승으로 한전의 생산원가는 계속 높아진 반면 정부는 물가안정 등의 이유로 요금인상을 지체시킨 결과였다.

홍 교수는 "이처럼 전기요금이 왜곡되면 시장이 새로운 기술 필요성을 느낄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기가 싸게 공급되면 기업이나 소비자가 에너지 효율을 개선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며 "아무리 효율이 높은 재생에너지 기술이 개발돼도 시장에 진입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값싼 전기요금이 시민들의 에너지 전환 필요성을 줄이고, 오히려 전기료가 오를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갖게 해 재생에너지를 거부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에너지 구조를 바꿔야 하고, 이를 위해선 전력시스템과 요금체계의 정상화가 선결 과제라는 게 홍 교수의 주장이다. 홍 교수는 "시장에 다양한 참여자가 들어와야 기술혁신도 일어나고, 새로운 에너지 체계로 전환할 수 있다"며 "요금이 정치 논리로 결정되는 지금 구조에선,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홍 교수는 정치적 독립성을 갖춘 별도의 '전력규제기구' 설립이 전기요금 정상화를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한전은 공기업으로써 산업통상자원부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다. 홍 교수는 지금처럼 정부 부처나 정치적 계산에 따라 요금이 결정되면 정책 일관성은 물론, 기후목표 달성도 요원해진다고 비판했다. 그는 "요금인상이던 구조개편이던, 국민을 설득할 수 있으려면 전문성과 신뢰가 필요하다"며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별도의 기구가 그 역할을 맡고, 지금의 왜곡된 요금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홍 교수는 "전기는 국가핵심 인프라이자 시장에서 공정하게 운영돼야 할 재화"라고 전제하면서 현재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송배전 기능과 생산·판매 기능을 분리하고, 민간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전력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송배전은 공공 분야로써 한전이 담당하되, 소매 시장은 기업, 건물, 가정 등 다양한 공급자가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홍 교수가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명료하다. 전력시장의 개편 없이는 어떠한 기후위기 대응도, 에너지 대전환도 공허한 구호에 그친다는 것이다. 그는 "당장 우리가 감당해야 할 부담은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개혁이 늦어질수록 비용은 더욱 커진다"면서 "지금의 낡은 전력시장 구조를 넘어서야만, 지속가능한 에너지 체계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홍 교수는 "이번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의 결과물을 보여주고 2035년 NDC를 결정해야 할 중요한 시기"라며 "지난 정부에서 재생에너지를 소홀히 하며 퇴행했던 만큼 모두를 설득하고 동의를 모을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없는 만큼 결단력 있는 행보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녹전연 "ESG 공시는 스코프3 포함시켜 법정공시로 시행해야"

2028년 자산 30조원 상장사를 대상으로 시행될 예정인 'ESG 공시'에 대해 '법정 공시'가 아닌 '거래소 공시'로 우선 도입하고, 공급망 배출을 관리할 수 있

롯데-HD현대 '대산 석화공장' 합병 승인...고부가·친환경으로 사업재편

산업통상부가 HD현대케미칼과 롯데케미칼의 대산공장 합병을 승인했다. 산업통상부는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업경제장관회의에서 이같은 내용

국내 ESG 평가기관 3곳...금융위 점검에서 '합격점'

국내 기업들의 ESG 평가를 전문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ESG 평가기관 3곳이 가이던수 준수에 대한 정부 점검에서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금융위원회는 ESG

정부, 기업 녹색전환에 790조 푼다...철강·화학에 '전환금융' 투입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상향됨에 따라, 정부는 ESG 공시를 의무화하는 것과 동시에 기업의 녹색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기후금융 규모를 기존

2028년부터 'ESG공시' 도입...자산 30조 이상 상장사 대상

정부가 오는 2028년부터 연결자산총액 3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부터 'ESG 공시'를 의무화할 계획이다.금융위원회는 25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

[ESG;스코어] 정유·석화 7개사 '2030 감축계획'은?...HD현대오일뱅크가 '꼴찌'

'2050 탄소중립'을 내건 국내 7개 정유·석유화학 기업 가운데 중간 목표라고 할 수 있는 '2030 탄소배출 감축계획'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기업이

기후/환경

+

美 온실가스 규제 없앴더니...석유기업들 기후소송 더 불리?

미국이 온실가스 규제의 근간이 되는 '위해성 판단(endangerment finding)'을 폐지한 것이 기후소송에서 화석연료 기업들을 더 불리하게 만들 것이라는 분석

남극 2km 두께 빙하 아래 '비밀의 호수' 크기 밝혀졌다

남극 약 2.2km 두께의 빙하 아래에 위치한 '비밀의 호수'의 크기가 여의도 면적의 약 8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극지연구소 강승구 박사 연구팀은 남

'기후피해' 석유기업이 책임지려나?…美 대법원 심리 착수

미국 대법원이 대형 석유기업의 기후책임을 둘러싼 소송을 본격 심리한다.23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미 대법원은 콜로라도주 볼더시가 제기한

밀라노 동계올림픽 100% 재생에너지 사용...그러나 드러난 한계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은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등 탄소감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렸지만 실질적으로 큰 감축 성과를 이뤄내지 못하

공기에서 물 추출하는 장치 개발...물 부족 해결되나?

건조한 사막 공기에서도 물을 추출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과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2025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오마르 무와네스 야기(Omar M. Yaghi)

기후변화로 스키장 '위기'...저지대 '눈부족' 고지대 '눈사태'

기후변화로 스키장들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저지대 스키장은 적설량 부족으로 문을 닫는 반면 고지대 스키장은 눈사태 위험이 더 커지고 있다.22일(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