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자동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니켈' 때문에 인도네시아 산림이 초토화되고 수질이 오염되고 있다.
국제 비영리기구 글로벌 위트니스(Global Witness)가 지난 12일(현지시간)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2019~2024년까지 5년간 인도네시아 산림이 7만5000헥타르(ha) 이상 개간됐는데 이 가운데 500ha가 니켈을 채굴하기 위한 광산 면적이다. 이는 축구장 약 700개 규모로, 전자차 생산이 늘면서 니켈 광산 면적도 3배 이상 증가했다.
니켈을 채굴하기 위한 광산이 늘어나면서 주변의 환경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산림을 개간하면서 숲은 민둥산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수질도 오염되고 있다.
또 산에 나무가 모두 사라지면서 홍수 발생건수도 크게 늘었다. 인도네시아 산림감시협회(FWI)가 발표한 바에 의하면, 할마헤라섬은 지난 5년간 니켈 채굴로 인해 숲이 개간되면서 19건의 홍수가 발생했다.
지난 4월에는 인도네시아 니켈 공장에서 유출된 독성 물질이 식수를 오염시킨 사실이 밝혀졌다. 인도네시아 대형 광산 기업인 하리타의 오비 니켈 광산에서 폐수가 유출돼 주민들의 식수에 크롬-6가 흘러들어간 것이다.
크롬-6은 발암물질로 엄격하게 규제되는 독성 중금속 물질이다. 2012년부터 강에서 크롬-6이 검출됐지만 이후 하리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아 2022년에는 크롬-6가 배수구, 투구라치 강 하구, 그리고 마을 식수로 쓰이는 샘에 도달했다. 2023년에는 역대 최고이자, 법적 기준치의 3배 이상인 173ppb의 인 크롬-6 수치를 기록했다.
이 사건이 불거지면서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 10일 '바다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라자 암팟 군도에서 운영되던 5개 광산기업 가운데 4곳의 면허를 취소했다. 니켈 채굴로 인한 산림파괴와 수질오염을 인정한 셈이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비영리기구 JATAM의 이맘 쇼프완은 '당신의 전기차가 우리를 죽인다'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전기차가 기후위기의 해결책이라고 하지만, 니켈은 새로운 석탄과 같다"며 "광산에서는 노천 채굴(지표면에 노출된 광물을 추출하는 기술)을 하며, 가공을 위해 막대한 양의 석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것은 가짜 에너지 전환"이라고 일갈했다.
글로벌 위트니스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새로운 니켈 채굴 허가를 중단하고, 기존 광산 활동으로 발생한 산림 벌채 지역의 퇴적물과 운송 중 퇴적물이 바다로 유입되지 않도록 기업에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린피스도 "아직 2개의 광산에서 전기차용 부품을 생산하고 현대, BMW, 테슬라를 포함한 주요 전기차 배터리에 니켈을 공급하고 있다"며 "라자 암팟 전체를 보호하고 모든 니켈 채굴 계획과 니켈 및 철강 추출 계획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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