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림을 벌채하면 극심한 홍수가 최대 18배 더 자주 발생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UBC) 산림학부 헨리 팜 박사 연구팀은 17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코위타(Coweeta) 실험림'에서 약 90년간 관측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숲이 사라지면 홍수가 최대 18배 더 자주 발생하고 홍수의 규모도 2배 이상 커진다고 밝혔다. 1934년 설립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코위타 실험림은 총 1626헥타르(ha) 규모로, 숲의 변화를 실험하기 위해 조성한 인공림이다.
연구팀은 코위타 실험림에서 숲이 홍수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남향에 조성된 16ha 규모의 전면 벌채 지역 'WS1'과 북서향에 조성된 13ha 규모의 벌채와 식생 억제가 혼합지역 'WS17' 그리고 남향에 조성된 자연림 12ha 지역 'WS2'와 북서향에 조성된 자연림 13ha 지역 'WS18' 등 4곳의 상태를 각각 비교했다.
그 결과, 나무를 모두 잘라낸 벌채 지역은 자연림에 비해 홍수빈도가 최대 18배 높게 나왔다. 자연림 'WS18' 지역에서 73년에 한번꼴로 발생하는 대홍수가 북서향 혼합지역인 'WS17'에서는 4년에 한번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홍수의 규모도 약 2배 증가했다. 자연림 'WS18'에서는 초당 약 54.6리터(L)의 물이 흐르던 반면 혼합지 'WS17'에서는 초당 약 111.8리터의 물이 흘러내렸다. 13ha 규모의 'WS17'에서 물길은 도시하천보다 100분의 1에 불과한 규모이지만 유속은 도시하천 수준인 초당 100~150리터가 흐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서 향도 홍수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WS1'는 전면 벌채 지역이지만 남향인 탓에 햇볕이 잘 들어 토양이 쉽게 마르고, 숲이 빠르게 복구되기 때문에 자연림 'WS2'와 홍수 발생 빈도와 규모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연구진은 "북서향 유역은 햇볕이 적고 토양에 수분이 많아 홍수에 민감한 특성을 보인다"며 "이러한 지형에 극단적인 벌채와 식생 억제가 더해지면, 대홍수가 훨씬 자주 발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혼합지역 'WS17'은 1940년 전면 벌채된 뒤 14년간 식생이 자라지 못하도록 억제된 곳이다. 햇볕이 적어 항상 습한 토양은 벌채 후 나무가 물을 머금거나 증발시키는 역할이 사라진다. 따라서 비가 오면 홍수로 이어지기 쉬운 것이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유네스 알릴라 박사는 "산림 벌채는 평균적인 홍수량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유역 전체의 홍수 패턴을 근본적으로 바꿔버릴 수 있다"며 "드물고 극단적인 홍수가 훨씬 더 흔해지는 구조로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하류 지역의 주민들이 더 큰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연구결과 북향 유역에서 벌채로 인한 홍수 변화는 40년 넘게 지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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