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한호우로 광주시는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요청할 정도로 심각한 수해를 입었는데 광주 광산구와 전남 함평·장흥군은 물놀이 축제를 강행하기로 해 눈총을 받고 있다.
2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광주 광산구는 오는 26일 첨단1동 미관광장 일대에서 '제2회 광산 워터락 페스티벌'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심각한 비 피해를 호소하는 지역에서 물축제를 여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수해가 아직 복구되지 않았고, 여전히 다수의 실종자를 찾고 있는 상황에서 '물 축제'가 적절하냐는 비판이다.
광주시에서는 이번 호우에 1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된 상태다. 재산 피해는 1311건, 약 361억원 규모로 광산구(130억원)는 북구(140억원) 다음으로 많은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광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오주섭 사무처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전국적 수해로 국민 마음이 무거운 상황인데 물 축제를 한다는 건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며 "더욱이 큰 피해를 입은 지자체가 이런 결정을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민들이 축제를 즐길만한 분위기가 아닌데다 즐긴다고 하더라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을 것"이라며 "전국적인 망신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승세 노무현시민학교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물축제를 멈춰 달라"고 비판했다. 그는 "피해 복구에 힘을 보태도 모자랄 판국에 물 축제를 강행하겠다는 게 정상이냐"며 "호우피해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요청하는 상황에서 말문이 막힌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정된 축제라지만 취소하거나 연기한다고 지역 경제가 망하거나 난리가 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수해 복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될 때까지 연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광산구 측 입장은 골목상권 활성화 차원의 행사라는 해명이다. 광산구 관계자는 "비슷한 시기 다른 지역에서도 물 축제를 하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경기침체로 어려움에 놓인 소상공인을 돕자는 취지의 축제인 데다 취소를 원치 않는 인근 상인회의 입장 등을 고려해 예정대로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차승세 교장은 이러한 해명에 대해 "제가 아는 소상공인 사장님들은 이웃의 아픔을 자신의 일이라 생각하며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을지 고민한다"며 "수해가 극심한 상황에서 물축제를 진행하는 것은 원치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진보당 광주시당 김선미 환경위원장은 "농가에서는 아직도 폐허같은 하우스를 치우지 못하는 등 어려움이 크다"며 "상황이 이런데 물 축제를 한단다. 미루는 등의 조치를 시도는 했을까 싶다"고 꼬집었다.
시민사회활동을 하는 장헌권 목사 역시 "폭우로 괴물같은 물 때문에 힘들고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이런 때에 물 축제를 한다는 광산구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광산구는 물 축제 논란이 일자 이날 오후 축제 장소 인근 상인회와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전남 함평군도 오는 26일부터 물총 대전과 EDM 버블파티 등 부대행사가 포함된 '물놀이 페스타'를 열기로 했다. 이번 수해로 51억5000여만원의 재산 피해가 난 것으로 잠정 집계된 곳이다.
장흥군도 26일부터 제18회 정남진 장흥물축제를 열고 살수대첩 거리 퍼레이드와 물싸움, 수중 줄다리기 등을 진행한다. 다만 장흥 및 인접 지역의 경우 이번 호우의 직접적인 피해는 발생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닷새간 쏟아진 이번 집중호우로 전국에서 19명이 숨지고 9명이 실종된 상태다. 주택 침수·파손, 도로·교량 파손 등 시설 피해 6752건이 발생해 현재 44%가량만 응급 복구됐고, 12개 시도·1282세대 2549명이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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