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산업재해가 '핵심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31일 ESG 평가기관에 따르면 기업의 ESG 평가에서 감점 사례 가운데 산업안전 항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서스틴베스트의 올 상반기 평가가 대표적 사례다. 서스틴베스트의 올 상반기 ESG 평가에서 전체 컨트로버시(논란) 감점 사례 중 산업안전이 차지하는 비율이 40%에 달했다. 이는 2022~2025년 상반기까지 35%였던 비율과 비교하면 더 높아진 것이다.
이같은 흐름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산업재해가 발생한 기업에 대한 제재조치를 강화하려는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지난 2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한 기업에 대한 제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집중 논의됐고, 그 내용 가운데 ESG 평가 반영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중대사고가 발생하면 ESG 평가에서 불이익을 주고, 은행 대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산업재해가 ESG 평가로 연결되고, ESG 평가가 기업의 자금줄까지 영향을 미치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국내 ESG 평가기관들은 "중대사고가 발생한 기업에 대한 ESG 평가를 할 때 이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적용할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내부 논의중"이라며 "지금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평가기관 역시 매년 시의성에 맞춰 기준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해, 정부의 기조에 맞춰 산업안전 평가기준이 더 엄격해질 가능성을 내비쳤다.
기업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ESG 가운데 S(사회) 항목 중 '근로자 안전 및 보건' 지표에서 감점된다. 각 영역의 점수가 합산돼 최종 ESG 등급이 산정되기 때문에 S 항목에서 감점되면 ESG 등급은 하락될 수밖에 없다. 감점요소가 생기면 상반기와 하반기 평가에서 각각 반영되기 때문에 이를 회복하는데 적어도 1년이 넘게 걸린다.
실제로 SPC삼립은 2022년 한국ESG기준원 평가에서 종합 B등급을 받았지만 2023년 D등급으로 두 단계 하락했다. 특히 '사회' 부문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C등급에 머물러 있다. 그 이유는 평택·성남·시흥 공장에서 기계에 끼어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것이 ESG 평가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GS건설도 2023년과 2024년 연속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서 서스틴베스트 ESG 평가에서 종합 B~BB 등급에 머물러 있다. 사회 부문은 2024년 A등급에서 2025년 B등급으로 하락했다. 평가기관은 사고 발생뿐 아니라 반복 여부와 경영진의 대응 태도까지 반영해 등급을 조정한다.

산업재해를 ESG 평가에 반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비상장 중견·중소기업들은 ESG 평가에서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포스코 계열의 건설업체 포스코이앤씨는 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 노동자가 추락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비상장 기업이다. 물론 포스코이앤씨는 ESG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매년 발간하지만 ESG 평가 의무대상은 아니다.
ESG 평가대상에 포함돼 있는 상장기업이라고 해도 ESG 공시 의무화가 기약없이 유예된 상태에서 ESG 평가가 은행 대출이나 자금확보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영향력이 있는가도 문제다. 이에 정부와 금융당국은 ESG 공시 의무화에 대한 계획과 구체적인 도입시기를 확정하고, 산업안전에 대한 항목을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비상장 기업에 대해서도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이를 ESG 평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재명 정부는 올해를 '산업재해 근절의 해'로 삼고 ESG 평가에 반영하는 것 외에도 안전사고가 반복되는 기업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과징금 부과 등 재산상 불이익이 발생하도록 제재조치를 전면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9일 온라인 생중계된 국무회의에서 "형사처벌은 별로 의미가 없을 것 같다"며 "똑같은 사망사고가 상습적·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는 것을 검토해봐도 좋을 것"이라고 제안한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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