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계 희토류 시장을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는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희토류를 지렛대로 활용하자, 미국이 호주와 손을 잡으며 공급선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핵심 광물 및 희토류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를 위한 미-호주 프레임워크'에 공동서명했다고 로이터 등 현지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협정문에는 "국방 및 첨단기술 제조업 기반을 뒷받침하는데 필요한 핵심 광물과 희토류의 안정적 공급을 가속화하기 위한 공동협력을 강화한다"고 명시했다. 또 보증·대출·지분 투자·규제 완화 등을 통해 양국 정부 및 민간 부문 자금을 동원, 이를 통해 핵심 광물 및 희토류의 채굴·가공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본 및 운영비용을 조달한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양국은 앞으로 6개월동안 약 30억달러(약 4조2000억원) 이상 투자하기로 했고, 투자액은 최대 85억달러(약 12조1300억원)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 이 자금은 서호주 지역의 갈륨 정제소 건설에 투자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회수할 수 있는 자원 가치는 530억달러(약 75조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희토류와 핵심 광물자원은 배터리, 스마트폰과 전기자동차 등 각종 디지털 디바이스에 핵심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현재 전세계 정제된 희토류의 약 90%, 코발트 약 80%, 리튬 약 70%를 중국이 생산을 점유하고 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해버리면 첨단 전자기기들의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에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갈등에서 희토류와 핵심광물의수출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압박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중국의 대미 영구자석 수출량은 전월보다 29%가량 줄어들었다는 홍콩 현지매체의 보도도 나왔다.
란타넘족 원소와 스칸듐, 이트륨 등 희토류 원소를 합금으로 만든 희토류 영구자석은 전기자동차, 풍력발전기, 엘리베이터, 드론, 스마트폰, 에어컨 등에 쓰이는 핵심 부품이다.
중국은 영구자석 수출감축에서 그치지 않고 이달부터 사마륨, 디스프로슘 등의 희토류에 대해서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해외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에도 중국산 희토류가 0.1% 이상 포함돼 있거나 중국의 정제·가공 기술을 이용한 경우에는 중국 정부로부터 수출허가를 받도록 했다. 오는 12월부터는 중국 외부에서 생산된 희토류 제품도 수출통제 대상이 된다.
중국이 이처럼 강도높게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고 나서자, 미국은 이 대안으로 4개월 전부터 호주와 협의를 벌인 끝에 이번에 공동투자 합의에 이르게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정문에 서명하면서 "약 1년 뒤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많은 핵심 광물과 희토류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호언했다.
하지만 이미 희토류와 핵심광물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의 독점구조를 깨뜨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호주가 세계 4위 희토류 생산국이긴 하지만 정제기술이 중국에 비해 떨어지는데다, 생산된 광물이 중국산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호주와의 협정을 체결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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