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트로스 난입에 '물거품' 될 뻔
세상에서 가장 희귀한 고래라고 불리는 '은행이빨부리고래'가 처음으로 살아있는 상태로 관측됐다.
엘리자베스 헨더슨 미국 해군정보전쟁센터(NIWC) 연구원이 주도한 연구팀은 은행이빨부리고래를 관측한 연구결과를 17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해양동물과학'(Marine Mammal Scienc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지난해 6월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 해안에서 어린 부리고래 여러 마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고래 무리는 수 시간동안 수면 위에 머물다가 사라졌다. 연구팀은 개조된 석궁을 고래 한 마리의 등에 쏴 피부 조직을 채취했다. 연구팀은 이 조직을 분석해 해당 고래가 은행이빨부리고래임을 밝혀냈다. 헨더슨 연구원은 "우리가 오랫동안 노력해온 성과"라며 "그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 밝혔다.
부리고래과는 지구에서 가장 깊이 잠수하는 포유류다. 가장 희귀하고 찾기 어려운 생물 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 부리고래는 현재까지 24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겁이 많고 경계가 심해 보트가 조금만 다가와도 모습을 감춰버린다. 로버트 피트먼 오리건주립대학 연구원은 "해양포유류학회에서 분류한 고래 94종의 가운데 25%가 부리고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이를 들어본 적도 없다"고 했다.
부리고래는 대부분 해안에 떠밀려온 사체를 바탕으로 연구되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신종이 발견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신종이 발견된 시기는 2021년이었다. 이 가운데 은행이빨부리고래는 입에 두 개의 독특한 엄니가 난 것이 특징이다. 살아있는 은행이빨부리고래를 발견해 기록한 것은 이번이 전세계 최초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번 발견은 5년간 연구팀이 고래를 추적해온 성과다. 연구팀은 2020년부터 'BW43'로 명명된 울음소리의 출처를 추적해왔다. 처음에는 'BW43'의 주인이 또다른 희귀종인 페린부리고래로 여겼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BW43의 음향 분석에 따르면, 이들은 캘리포니아와 북부 바하칼리포니아 해안에 서식했을 가능성이 높다.
연구팀은 3년간 요트, 어선 등을 이용해 멕시코 해안을 돌았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그러다 지난해 오리건주립대학과 협력해 연구선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 배에는 수중소음 측정장비, 고래 관찰장비 등 첨단기술이 탑재돼있어 고래를 관측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고래를 발견한 일이 허사로 돌아갈 뻔한 헤프닝도 있었다. 해수면에 떠있던 화살을 건지기도 전에, 웬 알바트로스 한 마리가 화살에 달린 고래 시료를 쪼아먹으려 달려든 것이다. 선상은 화살을 사수하기 위해 한바탕 난리가 났다. 연구팀과 선원들은 소리를 지르고, 아침식사 때 먹다 남은 빵을 던지며 새를 쫓아냈다. 헨더슨 연구원은 "돌이켜보면 정말 웃겼지만, 그 순간에는 정말 아찔했다"고 회상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여전히 관측된 부리고래 울음소리 대부분은 출처를 알 수 없는 상태다. 어떤 종은 울음소리조차 알려지지 않고 바다에서 목격된 적도 없다. 이에 연구팀은 울음소리의 주인을 찾는 일에 초점을 맞췄고, 음향 데이터를 바탕으로 동물 분포 지도를 만들었다. 이는 희귀종을 추적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렇듯 고래를 관측하고 서식지를 파악하려는 이유는 보호에 목적이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부리고래는 군용 소나에 매우 민감해, 소나에 의해 먹이활동에 지장을 받고 해수면으로 빠르게 도망치다 감압병 등의 치명상을 입기도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서식지를 파악하면 그 근방에서 군사 훈련을 자제함으로써 소나의 잠재적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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