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명소' 아이슬란드 꽃밭...알고보니 생태계 파괴 외래종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12-08 16:19:11
  • -
  • +
  • 인쇄
▲여름철 만개한 '누트카 루핀' (사진=언스플래시)

사진 명소로 유명한 아이슬란드의 꽃밭이 사실은 토착종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외래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아이슬란드를 보라색으로 뒤덮고 있는 식물의 정체는 '누트카 루핀'(Lupinus Nootkatensis)이라는 외래종이다. 이 식물은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로, 콩과 루피누스 속의 다년생 식물이다. 매년 6~7월 피어나는 보랏빛 꽃이 특징이다. 1940년대 비바람에 손상되는 토양을 복구하고자 아이슬란드에 식재되기 시작한 이 식물은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하면서 지금은 여름철 아이슬란드를 상징할 정도가 됐다.

여름만 되면 루핀의 보라색 꽃이 가득 핀 들판을 보기 위해 전세계에서 사람들이 몰려든다. 루핀 들판은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기 좋은 사진명소일뿐만 아니라 웨딩촬영 장소로도 손꼽히고 있다. 이런 덕택에 개화 시기에 맞춰 아이슬란드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늘고 있다. 관광기업들의 아이슬란드 홍보에도 루핀이 활용될 정도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꽃의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토착식물을 밀어낼 뿐만 아니라, 일부 산악지대에서는 루핀이 오히려 지반 강도를 약화시켜 산사태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이 지적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파벨 와소비츠 자연과학연구소 소장은 "1945년 기후변화나 외래종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던 시기에 루핀 종자가 무료로 배포되면서 오늘날에 이르렀다"며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널리 퍼지고 있지만, 아이슬란드 당국은 이를 막으려는 노력을 크게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 결과 루핀은 산지, 해안, 용암 지대, 초원, 보호구역 등 지질대를 가리지 않고 확산됐다. 2017년 기준 루핀이 아이슬란드를 뒤덮은 면적은 0.3%였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상승하면서 루핀은 수년 내에 약 17% 면적까지 덮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루핀이 아름답다는 이유로 확산을 옹호하며, 당초 도입된 의도대로 루핀이 식생 재생에 도움이 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식물생태학자 구드룬 오스카르스도티르는 "루핀으로 토지를 재생하는 일은 바위로 치통을 고치는 격"이라며 "효과는 있을지언정 다른 부수적인 것들을 많이 손상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현재로서는 꽃을 완전히 없애기엔 너무 늦었고, 토착 생물다양성이 자연적으로 확산을 막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고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와소비츠 소장은 "그렇다고 해서 루핀 개체수가 감소하지는 않고, 정점에 달한 후 정체될 것"이라며 "문제는 루핀의 아름다움 뒤에 무슨 변화가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ESG;스코어]서울에서 탄소감축 꼴찌한 '강남구'...1위 지자체 어디?

지방자치단체 온실가스 감축 실적에서 전라남도 신안군이 1081톤으로 감축률 1위를 기록했고, 부산 서구는 온실가스가 오히려 115톤 증가하면서 감축률

kt ds, 취약계층 500가구에 '김장나눔' 봉사활동

KT그룹 IT서비스 전문기업 kt ds가 지난 6일 서울 구로구 화원종합복지관에서 '사랑의 김장김치 나눔' 봉사활동을 진행했다고 8일 밝혔다. 이날 kt ds 임직

폐철에서 고급철 회수...현대제철, 철스크랩 설비에 1700억 투자

현대제철이 고품질 철스크랩 확보를 위해 2032년까지 1700억원을 투자한다고 8일 밝혔다. 이번 투자는 철스크랩 가공설비인 '슈레더(Shredder)' 설비도입 등

美서 쿠팡 '집단소송'...승소시 3300만 피해자 전원에 배상책임

쿠팡을 상대로 국내에서 단체소송이 잇따르는 가운데 '소송의 나라' 미국에서도 쿠팡을 대상으로 한 집단소송이 제기된다. 미국에서 집단소송에 승소

SK이노, 독자개발한 LFP 배터리 재활용 기술 국제학술지 등재

SK이노베이션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재활용 기술 성과가 국제학술지에 등재됐다.SK이노베이션은 자사가 개발한 LFP 배터리 재활용 기술이 화학공학

KCC '대한민국 지속가능성대회' 11년 연속 수상

KCC가 '2025 대한민국 지속가능성대회'에서 지속가능성보고서상(KRCA) 제조 부문 우수보고서로 선정되며 11년 연속 수상했다고 4일 밝혔다.대한민국 지속

기후/환경

+

'인스타 명소' 아이슬란드 꽃밭...알고보니 생태계 파괴 외래종

사진 명소로 유명한 아이슬란드의 꽃밭이 사실은 토착종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외래종인 것으로 나타났다.최근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아이슬란드

[ESG;스코어]서울에서 탄소감축 꼴찌한 '강남구'...1위 지자체 어디?

지방자치단체 온실가스 감축 실적에서 전라남도 신안군이 1081톤으로 감축률 1위를 기록했고, 부산 서구는 온실가스가 오히려 115톤 증가하면서 감축률

'물순환 촉진구역' 4곳 지정한다...기후부, 지자체 대상 후보지 공모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물순환 촉진구역 공모'가 처음으로 실시된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2023년 10월 24일 제정된 '물순환 촉진 및 지원에

韓가전제품 유럽수출 '비상'...EU, 가전·부품도 탄소세 '만지작'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원자재 중심에서 가전·부품 등 완제품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다.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공기좋던 美 워싱턴D.C 올겨울 대기오염 최악...원인은?

공기질이 깨끗한 도시로 알려졌던 올겨울들어 미국의 워싱턴 D.C.가 질병을 유발할 정도로 공기질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대기오염 분석업

필터없이 초미세먼지 99.9% 제거하는 공기청정 장치 개발

필터없이 나노 물방울로 초미세먼지를 99.9% 제거하고 스스로 물까지 공급하는 공기청정기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소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