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분쟁' 2년새 2배 급증..."기후위기·정치갈등이 복합 작용"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6-01-26 16: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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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100대 대도시 절반이 '물 부족'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 가운데 이미 많은 지역에서 물을 서로 차지하기 위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퍼시픽연구소는 지난 2024년 전세계에서 발생한 물과 관련된 폭력 사건이 419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2년에 발생한 235건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기상이변으로 수자원 자체가 부족해지는 측면도 있지만, 정부의 부패와 부실한 관리 그리고 노후된 인프라 등이 갈등을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 퍼시픽연구소 공동설립자인 피터 글릭 박사는 "최근 물을 둘러싼 충돌은 하나의 원인이라기보다 여러 요인이 겹쳐서 발생하고 있다"며 "기후변화가 한 축을 이루지만,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 잘못 설계된 수자원 인프라에 의한 원인도 크다"고 지적했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의 물안보담당자 조애나 트레버도 "기후변화와 물 부족으로 분쟁을 겪는 지역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테러 사건 이후 인더스강 물 배분 조약을 놓고 긴장이 고조됐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수력발전 댐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수자원 시설을 파괴하면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물 공급을 둘러싼 시위가 발생했다.

트레버는 "가자지구에서는 담수화 시설과 상수도망이 공격을 받았고, 하수 인프라 붕괴로 식수가 오염됐다"며 "물을 받기 위해 줄을 서던 주민들이 공격을 당하기도 했다"고 했다. 동아프리카와 사헬 지역에서도 가뭄으로 사람들이 새로운 수원을 찾아 이동하면서 지역사회간 충돌이 잦아지고 있다.

정치적 갈등이 수자원 분쟁을 증폭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멕시코에서는 미국으로 보내는 물 방류에 반대하는 농민시위가 일어나, 이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미국은 남서부에 있는 콜로라도 강물을 매년 약 18억5000만입방미터(㎥) 멕시코에 제공하고, 멕시코는 북부에 있는 브라보강(미국명 리오그란데강)에서 약 4억3000만㎥의 물을 미국에 보내는 '물 분배 조약'을 지난 1944년 체결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조약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서 지난해 두 나라의 갈등이 격화됐다. 

중앙아시아에서는 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간에 수자원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프가니스탄이 아무다리야강의 물을 끌어오는 대형운하 건설에 나서면서 이 지역의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

국제기구들도 연달아 경고음을 내고 있다. 유엔은 2030년까지 전세계 담수 수요가 공급을 40% 초과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세계가 '물 파산(water bankruptcy)'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경고했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의 약 40%가 강이나 호수 유역에 가려면 국경을 넘어야 하지만, 이를 공정하게 공유하기 위한 협정을 맺은 국가는 20%에 불과하다. 트레버는 "물 안보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인권을 보장하는 초국경 수자원 협정이 더 많이 필요하다"며 "지금의 자발적 합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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