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절임채소가 국제표준?...중국김치 '한국김치' 못넘는 이유

김민우 / 기사승인 : 2020-12-02 14:5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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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쓰촨 파오차이 제조법 ISO 인증에 김치표준이라 호들갑
한국 김치 제조법, 21년전 유엔에서 국제표준으로 인정받아
얼마전 '한복이 중국 옷'이라고 우기더니, 중국이 이번에는 '김치'(kimchi)로 도발했다.

최근 중국 언론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자국의 김치 제조법이 국제표준기구(ISO) 인증을 획득한 것을 두고, 김치 종주국 한국을 제치고 중국의 제조법이 '세계표준이 됐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과연 환구시보의 주장대로 중국의 김치 제조법이 세계의 기준이 된 것일까?
▲한국의 김치 제조법은 지난 2001년 유엔 국제식품규격위원회가 국제표준으로 정했다.

◇ 중국 쓰촨 김치가 국제표준?

ISO 상임 이사국인 중국은 쓰촨(四川) 김치를 ISO 표준으로 제정받기 위해 그동안 꾸준하게 물밑 작업을 했다. 중국 주도하에 진행된 이 표준화 제정작업에는 터키, 세르비아, 인도, 이란 등 5개 ISO 회원국이 가세했다. 지난해 6월 8일 ISO 식품제품기술위원회 과일과 채소 및 파생 제품 분과위원회를 통과한 이 안건은 1년 5개월여 만에 'ISO 24220 김치 규범과 시험방법 국제 표준'으로 인가받았다.

이를 두고 환구시보는 "중국의 김치가 국제시장 기준이 됐다"면서 "이번 국제표준 제정에는 한국 전문가가 참여하지 않았다"며 연일 한국 깎아내리기에 바빴다.

그러나 중국이 이번에 ISO 인증을 받은 것은 쓰촨의 염장채소 '파오차이'(paocai) 제조방법이다. '김치'를 중국어로 번역하면 '파오차이'로 나오지만, 엄연하게 '김치'와 '파오차이'는 제조방식이 전혀 다른 염장채소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이번에 ISO 24220으로 제정된 내용은 파오차이에 관한 사항"이라며 "파오차이는 쓰촨의 염장채소"라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중국의 김치가 국제표준이 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우리나라 김치는 이미 21년전에 국제표준이 됐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김치(Kimchi)에 관한 식품규격은 2001년 유엔 국제식량농업기구(FAO) 산하 국제식품규격위원회에서 국제표준으로 정했다"면서 "이번 ISO 문서도 파오차이로 명시하면서 해당 식품 규격이 김치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한국과 중국이 김치 표준화를 놓고 갈등을 벌이자, 보다못한 영국 BBC 방송이 나섰다. BBC는 "이번에 국제표준이 된 것은 피클에 가까운 중국 쓰촨성의 염장채소"라며 "한국의 전통 김치와 다르다"며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BBC는 또 "ISO 문서는 이번 식품규격이 '김치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적시했음에도 일부 중국 언론은 이와 다르게 보도했다"며 중국 언론의 의도적 오보를 꼬집기도 했다.


◇ 한국은 왜 김치 종주국일까?

김치는 전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들만큼 독특한 제조방법을 가지고 있다. 우선 배추나 무를 소금에 절인다. 여기까지는 중국의 쓰촨 파오차이나 일본의 채소절임 음식과 만드는 방식이 엇비슷하다. 채소를 소금에 절여먹는 것은 어려운 것도 아니어서 독창적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김치는 소금에 절인 배추와 무에 고춧가루와 마늘, 생강, 파 등 갖은 양념을 버무린 다음에 발효가 되도록 저장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저장 과정에서 유산균이 생성되고, 이 유산균에 의해 배추와 무가 숙성된다. 그래서 짠맛이 덜하고 깊은 맛이 있다. 중국과 일본의 염장채소들은 그냥 짜다. 반면, 우리나라 김치는 '젖산발효음식'이라는 독창성을 가진다.

세계김치연구소가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김치는 원료와 발효조건, 방법에 따라 맛이 다양해진다. 또 숙성과정에서 여러가지 유산균이 생장하는데, 이 과정에 원료 자체에 없던 유기산이나 비타민 등 영양물질이 생겨난다는 것. 이 때문에 김치는 보기드물게 동식물성 영양을 고루 갖춘 '복합발효식품'이다.

지난 2001년 유엔 FAO 국제식품규격위원회에서 한국의 김치를 인정해준 것도 바로 이런 독창적인 제조방식과 영양 때문이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다른 나라에서도 김치를 만들어 팔려면 한국의 전통 김치 제조방식을 따라야 한다. 겨울을 앞두고 한꺼번에 김치를 담그는 우리나라 김장 문화는 유네스코가 지난 2013년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했을 정도다.
▲임진왜란 시기에 고춧가루가 국내 들어오면서 양념에 고춧가루를 넣어 김치를 담그기 시작했다.


◇ '김치' 명칭의 유래와 역사

김치에 대한 기록은 고려말인 1400년대에 만들어진 조리서 '산가요록'(山家要錄)에 언급돼 있다. '산가요록'에서는 동치미와 나박김치와 같은 물김치류나 날 채소에 양념을 버무려서 2차 발효를 유도하는 '즙지히'라는 김치류와 소금을 넣지 않은 무염김치도 소개돼 있다.

이 당시에는 김치에 고춧가루는 사용하지 않았다. 고춧가루는 임진왜란 시기에 국내에 들어왔다는 게 정설이다. 배추로 김치를 담그지도 않았다. 오늘날과 같은 둥그런 배추가 국내 들어온 시기는 1800년대라고 한다. 통배추가 국내에서 본격 재배되면서 오늘날의 김치가 됐다.

김치는 우리말 '김치'와 '지'에서 유래한 말이다. 이를 한자로 표기할 때는 '침채' '저' 자를 썼다. 섞박지, 젓국지 등의 명칭이 '지'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치의 옛말인 '딤채'는 1527년 저술된 '훈몽자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은 조선시대 어린이용 한자교습서로, 한자어 '저'(菹)를 '딤채'라고 소개한 부분이 등장한다.

'소금에 절인 채소'라는 뜻의 한자인 '침채'(沈菜)에서 딤채 그리고 짐채를 거쳐 김치로 변했다는 견해가 있는 반면, '딤채'라는 고유 우리말을 '침채'라는 한자어를 빌려 표기했다는 견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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