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줄이고 야외공간 활용...전시회도 친환경 바람 분다

나명진 기자 / 기사승인 : 2021-09-02 08:00:03
  • -
  • +
  • 인쇄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서 미술계도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환경을 주제로 한 미술작품들은 예전에도 종종 전시되곤 했지만 최근들어 환경을 주제로 한 작품전시를 넘어 전시회 자체가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전시가 끝나면 작품설치에 사용됐던 부속물 등 다양한 폐기물이 발생하는데 최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시방식을 바꿔 폐기물을 줄이려는 움직임들이 일고 있는 것이다.

페인트를 사용하지 않고 손글씨로 작품을 설명한 미술전시부터 실내가 아닌 자연을 배경삼은 야외전시회도 눈길을 끈다. 또 미술재료 자체가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 전시가 끝난 후 발생하는 폐기물을 고스란히 공개하는 전시회도 열리고 있다. 

▲부산현대미술관, 바깥미술회(박봉기), <호흡>, 2021, 각목, 나뭇가지


지난 5월 4일부터 오는 9월 22일까지 열리는 부산현대미술관의 <지속가능한 미술관: 미술과 환경> 전시회가 대표적이다. 이 전시회는 실내공간뿐 아니라 야외공간을 전시장으로 활용해 폐기물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 점이 돋보인다.

또 이 전시회는 작품설치를 위해 사용하는 석고벽과 합판을 사용하지 않았다. 전선을 가리기 위해 사용하는 플라스틱 몰딩 사용도 최소화했고, 작품설명도 페인트가 아닌 손글씨로 작성했다. 뿐만 아니라 잉크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콩기름, 친환경 종이를 사용해 작품안내서를 인쇄했고, 전시 홍보물에도 한가지 색상의 잉크만 사용했다. 

이 전시회를 기획한 최성호 큐레이터는 "뉴욕에서 6점의 작품을 부산으로 가져와야 하는데 보통은 항공을 이용하지만 우리는 배를 이용했다"면서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15일 소요되는 항공운송 대신 60일이 걸리는 해상운송을 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송하는 6점 작품의 무게는 1273kg이고, 뉴욕에서 인천공항까지의 거리는 1만1092km다. 항공운송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5.98t(tCO2eq)이고, 인천공항에서 부산현대미술관까지 432.54km 거리를 트럭으로 운송하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0.12t이다.

작품 6점을 뉴욕에서 부산현대미술관까지 항공과 트럭으로 운송하면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편도 기준으로 총 16.1t이며, 왕복으로는 32.2t이다. 그러나 해상으로 운송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총 0.82t으로 항공운송의 약 40분의1 수준이다.

최성호 큐레이터는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환경문제에 대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이런 시도가 부족했기 때문에 분야의 특수성에 적합한 현실적 실천방안을 도출하고자 전시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부산현대미술관은 <지속가능한 미술관: 미술과 환경>전에서 이전 전시에서 발생한 대량의 폐기물들을 전시장 가벽 뒤쪽에 배치해 관객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미술관에서 얼마나 많은 폐기물이 발생하는지 관객들에게 직접 보여줌으로써 환경오염의 현실을 스스로 고발한 셈이다.

▲강원국제트리엔날레 <와동분교 '재생2' 박장근 작가 / 꿈꾸는산맥 >


강원문화재단이 오는 9월 30일부터 11월 7일까지 '따스한 재생'을 주제로 개최하는 <강원국제트리엔날레 2021>전도 탄약정비공장, 와동분교 등 지역의 유휴공간을 예술공간으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특히 <강원국제트리엔날레 2021>은 에코아트, 생태미술의 시대적 필요성과 지역 재생이라는 주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미술계에서도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는 9월 8일 '공생의 도구'라는 주제로 열리는 <2021 청주공예 비엔날레>에서는 현대사회의 과잉생산과 소비를 업사이클링 작품 전시를 통해 문제를 던지고 있다. 또 자본주의 생산방식이 빚은 생태파괴 문제와 고령화, 노후화, 양극화같은 사회문제도 전시를 통해 다룰 예정이다. 

미술작업과 전시 등은 그 자체로서 환경오염을 발생시키고 있으며 미술재료에 환경을 오염시키는 물질이 포함돼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물감을 물에 행굴 때 발생하는 수질오염과 작품제작, 그리고 전시가 끝나고 철수할 때 발생하는 대량의 폐기물이 그 예다.

부산현대미술관의 최성호 큐레이터는 "전시를 안하는 것이 친환경 아니냐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면서 "그동안 미술관의 환경문제는 문화·예술의 발전과 공공 문화향유 등에 이바지한다는 이유로 용인돼 왔는데 익숙함을 탈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생태계와 공생하기 위해 미술관이 어떤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전시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많은 불편함과 노력이 쌓인다면 미래에는 지속가능한 미술관에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카카오 '장시간 노동' 의혹...노동부, 근로감독 착수

카카오가 최근 불거진 장시간 노동 문제를 두고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을 받게 됐다.고용노동부 관할지청인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성남지청은 이달초

사고발생한 기업들 ESG 순위도 추락...산재로 감점 2배 증가

자산 2조원 이상의 대기업 가운데 현대홈쇼핑과 현대백화점, 유한양행, 풀무원,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올 하반기 서스틴베스트 ESG 평가에서 상위에 랭크

대주·ESG경영개발원, ESG 컨설팅·공시 '협력'

대주회계법인과 한국ESG경영개발원(KEMI)이 ESRS·ISSB 등 국제공시 표준 기반 통합 컨설팅 서비스 공동개발에 나선다.양사는 14일 ESG 전략·공시&mi

JYP, 美 타임지 '지속가능 성장기업' 세계 1위

JYP엔터테인먼트가 미국 타임지 선정 '세계 최고의 지속가능 성장기업' 세계 1위에 올랐다.JYP는 미국 주간지 타임과 독일 시장분석기업 스태티스타가

우리은행, 1500억 녹색채권 발행…녹색금융 지원 확대

우리은행이 1500억원 규모의 한국형 녹색채권을 발행하며 친환경 분야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한다.우리은행은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

"페트병 모아 사육곰 구한다"...수퍼빈, 곰 구출 프로젝트 동참

AI 기후테크기업 수퍼빈이 이달 1일 녹색연합과 함께 사육곰 구출프로젝트 '곰 이삿짐센터'를 시작하며, 전국 어디서나 참여할 수 있는 자원순환형 기

기후/환경

+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

내년부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은 땅에 매립하지 못한다. 17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기후부 및 수

미세플라스틱 '만성변비' 유발한다…장 건강 영향 첫 규명

공기 중 미세플라스틱을 흡입하면 변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부산대학교 바이오소재과학과 황대연 교수 연구팀은 캐나다 토

"공적금융 청정에너지 투자 확대하면 일자리 2배 증가"

공적 금융기관들이 화석연료 대신 청정에너지 사업에 투자를 늘리게 되면 국내 일자리가 대폭 늘어나 취업난의 새로운 열쇠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이 왜 받아?...엉뚱한 나라로 흘러가는 기후재원

부유국 기후자금이 최빈국보다 중소득국에 더 많이 흘러간 것으로 나타났다.14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카본브리프가 공동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사고발생한 기업들 ESG 순위도 추락...산재로 감점 2배 증가

자산 2조원 이상의 대기업 가운데 현대홈쇼핑과 현대백화점, 유한양행, 풀무원,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올 하반기 서스틴베스트 ESG 평가에서 상위에 랭크

아열대로 변하는 한반도 바다...아열대 어종 7종 서식 확인

우리나라 연안의 바다 수온이 계속 상승하면서 전에 없었던 아열대 어종들이 줄줄이 발견되고 있다.국립수산과학원은 올해 우리나라 배타적경제수역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