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트 회원카드가 공공보건 연구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평소에 무엇을 구입하는지를 통해 영양소 섭취를 간접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통해 건강정책을 수립하려는 목적이다.
영국 브리스톨대학교 연구진은 슈퍼마켓 멤버십 카드 데이터가 소비자들의 건강 불평등, 식품 정책, 약 복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본격 활용되고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최근 발표했다. 연구진은 "카드 사용이력이 곧 식이행동의 기록"이라며 "과일·채소·음료·가공식품·약품 구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의 섭취 패턴을 추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데이터는 단순히 개인별 건강 추적을 넘어 정책 효과를 측정하는 데도 이미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과 스페인에서는 '설탕세' 도입 이후 음료 구매량 변화를 카드 데이터를 통해 분석했고, 핀란드에서는 주류 관련 법 개정 후 알코올 구매 추이를 이 카드 데이터를 통해 파악했다. 건강과 관련된 정책이 실제 소비에 미친 영향을 이 데이터가 수치로 잘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 데이터는 건강복지 개입 효과 검증에도 쓰인다. 미국 저소득층 식품보조 프로그램(SNAP) 당시 참여자들의 참여율과 정책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멤버십 카드 데이터가 활용됐으며, 영국 저소득층 아동 가구에 제공된 과일쿠폰 사용률도 같은 방식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멤버십 카드는 응답자의 기억이나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설문보다 신뢰도가 높다"고 밝혔다. 특히 시간에 따른 소비 변화, 특정 제품에 대한 반응, 가격 인센티브 효과 등도 동시 파악 가능해, 건강정책 설계와 평가에 유용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소비자가 적립하는 것을 잊어 멤버십 카드를 미사용시 구매 데이터가 누락되며, 외식 등으로 인해 사용자의 실제 섭취와 구매 이력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드 데이터는 실시간 소비 기반의 건강 불평등 모니터링과 정책 개입의 성과 분석에 유용한 자원"이라는 것이 연구진의 결론이다. 특히 복지기관이나 지방정부가 유통업체와 데이터 협약을 맺을 경우, 식품 지원 정책의 효과성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무 활용도가 높다.
연구진들은 "정부 차원의 표준지침이 마련된다면 데이터 연계는 더욱 확대될 수 있다"며, 정책 수단으로서의 멤버십 카드 데이터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구매 기록이 건강 기록으로 전환되는 시대, 공공데이터와 상업데이터 간 연결을 어떻게 구현할지가 관건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건강학술지 'Public Health'에 7월 4일자 온라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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