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의 기록적 폭염으로 프랑스와 스위스 원자력발전소 3기가 가동을 멈췄다. 당장의 전력 수급에는 큰 차질이 없지만, 기후변화로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중장기 에너지 안정성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조치는 강의 수온 상승 때문이다. 프랑스 남부 골페슈(Golfech) 원전은 냉각수로 사용하는 가론강 수온이 28도 이상으로 오를 것으로 예보되자 지난 28일(현지시간) 발전소 1기를 정지시켰다. 스위스 북부의 베츠나우(Beznau) 원전도 아레강 수온이 25도 이상을 며칠간 초과하자, 1일과 2일 각각 1기씩 가동을 중단했다.
원전은 일반적으로 주변 강이나 바다에서 물을 끌어와 원자로를 냉각한 뒤 다시 따뜻해진 물을 방류하는 구조다. 그런데 폭염으로 강 수온이 높아지면, 이 물을 다시 덥히는 과정에서 수생 생물에 피해를 줄 수 있어 양국 모두 일정 수온 이상에서는 가동을 줄이도록 규제하고 있다.
베츠나우 원전 운영사 악스포(Axpo)는 "여름철 과도한 강 수온 상승이 추가적인 생태계 스트레스를 유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며, "25도 기준이 여러 날 초과됐다"고 밝혔다.
각국은 이번 조치로 인한 당장의 전력 손실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스위스 에너지청은 "다른 수력 발전소들이 일시 정지분을 보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전력망 운영사도 공급에 무리는 없다고 판단했다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이러한 셧다운이 점점 잦아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프랑스 감사원은 작년 보고서에서 "기후 관련 셧다운으로 인한 전력 손실이 2050년까지 현재의 3~4배로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스위스 연방에너지청은 "이번이 베츠나우 원전이 수온으로 인해 실제로 가동을 중단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2022년 폭염 당시에는 전력 수급 문제로 중단을 하지 않았지만, 최근엔 사정이 달라졌다는 의미다.
고온으로 인한 원전 중단은 생태계 보호 외에도 기술적 문제로도 이어진다. 수온이 지나치게 높으면 원자로 냉각 효율이 떨어져 안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원자력학회 고위과학위원인 마르쿠스 암메는 "스위스 내 원전은 모두 최대 40도 공기온도까지 견딜 수 있도록 안전 인증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안전 범위 안에서라도 셧다운이 잦아지면, 결국 다른 에너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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