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투자는 위약? "보완 필요할 뿐 버려선 안돼"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1-09-17 08:00:03
  • -
  • +
  • 인쇄
고질적 문제 '모호한 평가기준'...보완책 마련되고 있어
정부 정책과 발맞춰 실질적 변화 이끌어가는 ESG투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투자가 '위험한 위약효과'에 불과하다는 지적에 개선이 필요할 뿐 퇴출해서는 안 된다는 옹호론이 제기됐다.

최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전 최고운용책임자(CIO) 타리크 팬시(Tariq Fancy)의 폭로로 ESG투자가 환경과 인권문제에 대한 정부 규제의 필요성을 흐린다는 점이 부각됐다. 하지만 이에 대해 미국 경제전문 매체 쿼츠(Quartz)는 정치적 교착상태와 부족한 국제협력을 보완하기 위해 민간 자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즉 ESG투자 자체를 무조건 부정할 게 아니라 점검과 개선을 위한 '해야 할 일 목록'으로 읽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 모호한 평가기준? 누구나 시작은 불완전해
ESG투자의 가장 큰 문제점은 표준화된 평가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일례로 오스트레일리아 서부 시드니 국제 신공항은 평가기준의 모호함 뒤에 숨어 공항 설립 이전 이미 보존지구로 선정된 지역을 부지로 포함시켜 '탄소상쇄'(배출한 온실가스의 양을 다른 곳에서 줄이는 일종의 보상 제도)를 명목으로 투자를 유치했다.

이에 따라 '지속가능한' 꼬리표가 붙은 펀드를 대상으로 추가적인 공시 요건이 생겨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지속가능금융공시(SFDR·Sustainable Finance Disclosure Regulation)는 모든 EU 자산운용사들이 재무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후 위험요인과 투자결정이 환경이나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역시 오해의 소지가 있는 ESG 품목에 대응하기 위해 법적 기준을 제시할 대책위원회를 세웠다. SEC는 도이치뱅크가 ESG 자산을 과장시켰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민간 영역에서 ESG 측정법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브루클린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 유어스테이크(YourStake)는 금융상담원들이 투자가 의미하는 바를 더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 ESG 데이터를 참고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예를 들어 유어스테이크의 소프트웨어를 통해 특정 회사가 천식 유병률에 얼마만큼 기여하고 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다.


◇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는 '임팩트 투자'
ESG 투자상품들은 과대포장으로 부당한 이윤만을 챙기기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라 실제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미국 비영리단체 블루포레스트(Blue Forest)가 운용하는 '삼림복원채권'(FRB)은 예산부족으로 삼림복원이나 산불예방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는 지방정부에 묵돈을 지원한다. 사업이 완료되면 투자자들은 사업이 지연됐을 경우 추가적으로 발생했을 예상 피해액을 기준으로 배당금을 지급받는다.

글로벌 환경단체인 국제자연보호협회(The Nature Conservancy)의 '청색채권'(Blue Bond)은 각국 정부의 차환(이자가 더 낮은 대출로 바꿔 자금을 재조정하는 일)을 도와 남게 된 이자지출의 일부를 해양보호에 쓰도록 한다. 아프리카 인도양에 위치한 세이셸 공화국의 경우 2100만달러(약 246억원) 규모의 빚을 재조정해 연간 20만달러(약 2억3432만원)을 해양보호에 투자하고 있다.

국제자연보호협회는 청색채권을 20개국에서 추가운용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뉴욕연금채권은 화석연료산업 투자한 채권 60억달러(약 7조308억원)어치를 처분하고 재생에너지, 지속가능한 폐기물 관리, 친환경 건설 등에 투자하고 있다.

끝으로 쿼츠는 ESG투자에 위험이 따르는 것은 사실이지만 ESG 상품 운용 자체가 초기 시작 단계인만큼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며, 환경과 사회를 위한 정책적 시도들이 정체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오히려 모두 손을 모아 자발적으로 자본을 더 지속가능하게 운용하려는 움직임을 도울 일이라고 촉구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카카오 '장시간 노동' 의혹...노동부, 근로감독 착수

카카오가 최근 불거진 장시간 노동 문제를 두고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을 받게 됐다.고용노동부 관할지청인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성남지청은 이달초

사고발생한 기업들 ESG 순위도 추락...산재로 감점 2배 증가

자산 2조원 이상의 대기업 가운데 현대홈쇼핑과 현대백화점, 유한양행, 풀무원,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올 하반기 서스틴베스트 ESG 평가에서 상위에 랭크

대주·ESG경영개발원, ESG 컨설팅·공시 '협력'

대주회계법인과 한국ESG경영개발원(KEMI)이 ESRS·ISSB 등 국제공시 표준 기반 통합 컨설팅 서비스 공동개발에 나선다.양사는 14일 ESG 전략·공시&mi

JYP, 美 타임지 '지속가능 성장기업' 세계 1위

JYP엔터테인먼트가 미국 타임지 선정 '세계 최고의 지속가능 성장기업' 세계 1위에 올랐다.JYP는 미국 주간지 타임과 독일 시장분석기업 스태티스타가

우리은행, 1500억 녹색채권 발행…녹색금융 지원 확대

우리은행이 1500억원 규모의 한국형 녹색채권을 발행하며 친환경 분야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한다.우리은행은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

"페트병 모아 사육곰 구한다"...수퍼빈, 곰 구출 프로젝트 동참

AI 기후테크기업 수퍼빈이 이달 1일 녹색연합과 함께 사육곰 구출프로젝트 '곰 이삿짐센터'를 시작하며, 전국 어디서나 참여할 수 있는 자원순환형 기

기후/환경

+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

내년부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은 땅에 매립하지 못한다. 17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기후부 및 수

미세플라스틱 '만성변비' 유발한다…장 건강 영향 첫 규명

공기 중 미세플라스틱을 흡입하면 변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부산대학교 바이오소재과학과 황대연 교수 연구팀은 캐나다 토

"공적금융 청정에너지 투자 확대하면 일자리 2배 증가"

공적 금융기관들이 화석연료 대신 청정에너지 사업에 투자를 늘리게 되면 국내 일자리가 대폭 늘어나 취업난의 새로운 열쇠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이 왜 받아?...엉뚱한 나라로 흘러가는 기후재원

부유국 기후자금이 최빈국보다 중소득국에 더 많이 흘러간 것으로 나타났다.14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카본브리프가 공동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사고발생한 기업들 ESG 순위도 추락...산재로 감점 2배 증가

자산 2조원 이상의 대기업 가운데 현대홈쇼핑과 현대백화점, 유한양행, 풀무원,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올 하반기 서스틴베스트 ESG 평가에서 상위에 랭크

아열대로 변하는 한반도 바다...아열대 어종 7종 서식 확인

우리나라 연안의 바다 수온이 계속 상승하면서 전에 없었던 아열대 어종들이 줄줄이 발견되고 있다.국립수산과학원은 올해 우리나라 배타적경제수역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