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 이용했더니...포도당이 '휘발유 분자'로 변했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1-11-24 17:50:44
  • -
  • +
  • 인쇄
유전자 조작된 대장균과 촉매를 이용해 '올레핀' 생성
바이오연료, 윤활유, 플라스틱 제조에도 활용가능해
▲영양소로 가득찬 플라스크에서 배양중인 대장균. 연구진은 포도당을 올레핀이라고 불리는 탄화수소로 변환하기 위해 대장균의 유전자를 조작했다.(사진=버팔로대학)


미생물을 이용해 포도당을 휘발유로 바꾸는 실험이 성공했다. 미생물이 미래자동차의 새로운 전력에너지가 될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미국 뉴욕의 주립대학교인 버팔로대학의 생화학자 젠 왕 박사와 캘리포니아대학의 미셸 창 그리고 한국화학연구원의 박대성 박사로 구성된 국제연구팀은 포도당을 '올레핀'으로 전환시킨 연구결과를 22일(현지시간) 네이처 케미스트리(Nature Chemistry)에 발표했다.

'올레핀'은 천연가스나 원유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불포화 탄화수소로, 휘발유 분자 중 하나다. 합성수지나 합성섬유, 합성고무의 소재로 쓰이며 '석유·화학산업의 쌀'이라고도 불린다.

포도당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광합성 과정에서 생성된다. 이에 따라 연구진이 개발한 이번 기술은 앞으로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왕 박사는 "포도당은 이산화탄소와 물을 산소와 당으로 바꾸는 광합성을 통해 생성된다"며 "포도당 및 올레핀의 탄소는 사실 대기중 이산화탄소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성생물학 전문가 젠 왕 버팔로대학 생물과학 부교수(사진=버팔로대학)


포도당을 올레핀으로 전환하려면 2단계 과정을 거친다. 당을 먹는 ​​미생물 그리고 촉매를 이용한 과정. 우선 연구진은 인간의 건강에 해를 끼치지 않는 대장균의 변종들에게 포도당을 공급했다. 왕 박사는 이 미생물들을 두고 "아이들보다 더 심각한 설탕 중독자"라고 농담했다.

실험에 쓰인 대장균은 포도당을 '3-하이드록시 지방산'이라고 불리는 화합물로 변환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했다. 대장균은 포도당을 섭취하면서 지방산을 만들기 시작했다. 여기에 연구팀은 오산화니오븀(Nb2O5)이라는 촉매를 사용해, 지방산의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내고 최종적으로 '올레핀'을 만들어냈다.

왕 박사는 "이같은 방법으로 포도당에서 직접 올레핀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왕 박사는 포도당처럼 재생가능한 자원에서 만드는 바이오연료가 친환경 에너지 기술을 발전시킬 잠재력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해당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어떤 이점이 있는지, 바이오연료로 활용 가능한지 등을 확인하려면 앞으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가령 올레핀 생산 과정에서 소비하는 에너지 비용이 너무 높을 경우, 상용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산업적으로 실용가능하도록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왕 박사에 따르면 8개의 올레핀 분자를 생산하려면 100개의 포도당 분자가 필요하다. 이에 연구진은 현재 대장균이 포도당 1g당 더 많은 3-하이드록시 지방산을 생성하도록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속가능한 바이오연료 개발을 진일보시켰다는 데 의미가 있다. 올레핀은 휘발유 내 분자에서 작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산업용 윤활유와 플라스틱 제조에도 사용되기 때문에 연료 외 용도로도 활용가능하다. 또 왕 박사는 연구팀이 개발한 공정으로 향후 다른 종류의 탄화수소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네이처 케미스트리에 게재된 이번 논문의 공동저자는 왕 박사와 장 교수 외에도 중국 우한대학의 헝 송 박사, UC버클리대학의 에드워드 콜레스키와 노리타카 하라 박사, 민예진 그리고 미네소타대학의 박대성 박사(현. 한국화학연구원)와 가우라프 쿠마르 박사, 폴 다우엔하우어 박사로 등재돼 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틱톡, 광고 제작과정 탄소배출까지 체크한다

숏폼 플랫폼 틱톡(TikTok)이 송출되는 광고는 물론, 해당 광고가 제작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까지 측정한다.16일 틱톡에 따르면, 플랫폼 내 광고 캠

대선 후 서울서 수거된 폐현수막 7.3톤...전량 '재활용'

서울시가 제21대 대통령 선거 이후 수거된 폐현수막 전량 재활용에 나선다. 선거기간 서울 시내에서 배출된 폐현수막 재활용률을 30%에서 100%까지 끌어

하나은행 '간판 및 실내보수' 지원할 소상공인 2000곳 모집

하나은행이 소상공인을 위해 간판 및 실내 보수 등 '사업장 환경개선 지원 사업'에 나선다. 하나은행은 '사업장 환경개선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간판

경기도, 중소기업 200곳 ESG 진단평가비 '전액 지원'...27일까지 모집

경기도가 중소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 체계 구축을 위해 오는 27일 오후 5시까지 '경기도 중소기업 ESG 진단·평가 지원사업' 참가 기업을 모집한다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 11∼13일 코엑스 개막

환경부와 한국환경보전원이 중소녹색기업의 우수 녹색기술을 교류하고 국내외 판로개척 지원을 위해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ESG 상위종목만 투자했더니...코스피 평균수익률의 4배

ESG 평가를 활용한 투자전략이 단순히 윤리적인 투자를 넘어 실질적인 수익과 리스크 관리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서스틴베스트는 'ESG 스크

기후/환경

+

전기차 배터리용 '니켈' 채굴에 인도네시아 환경 '와르르'

전기자동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니켈' 때문에 인도네시아 산림이 초토화되고 수질이 오염되고 있다.국제 비영리기구 글로벌 위트니스(Global Witness)가

나무가 크면 클수록 좋을까?…"토양기능은 오히려 줄어든다"

나무의 키가 클수록 산림의 문화와 생산 기능은 강화되지만, 토양 기반 생태기능은 오히려 저해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기후조절, 재해예방

녹색전환硏 '전국기후정책자랑' 공모전...지역 기후정책 발굴

녹색전환연구소가 지역의 기후정책 발굴을 위해 총상금 300만원 규모로 '전국기후정책자랑' 공모전을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이번 공모전은 살기좋은

알래스카, 사상 첫 폭염주의보…"놀랍게도 기후변화 때문 아냐"

미국 알래스카주가 기상 관측 이래 처음으로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고온 자체는 이례적이지 않지만, 기상청이 새로 도입한 경보 체계에 따라 처음으

'기후정부' 출범했는데...광역지자체 '무늬만 탄소중립' 수두룩

우리나라가 '2050 탄소중립' 실현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탄소중립 목표와 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에 본지는 각 지자체별로 온실가스 배출 실태

기후변화로 잠수함 탐지 더 어렵다...'음향 그림자' 넓어져

잠수함 탐지의 핵심인 음파가 기후변화로 인해 바다 속에서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주요 해역에서 잠수함 탐지 거리 자체가 줄어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