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하지 못하는 기업은 죽는다"...HBR이 던진 'ESG 질문 10가지'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01-04 17:07:12
  • -
  • +
  • 인쇄
ESG는 단지 기업화두가 아닌 사활이 걸린 문제
주주가치와 지속가능성 사이의 균형점 찾아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문제, 답하지 못하는 기업은 죽는다."

미국 주간지 타임(Time)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꼽힌 거시경제학자 담비사 모요(Dambisa Moyo)는 3일(현지시간) 경영전문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기고한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방불케 하는 ESG 문제는 경영계의 화두를 떠나 기업의 사활이 걸린 사안으로까지 부각되고 있다. 이에 모요는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답해야만 하는 'ESG 10가지 질문'을 던졌다.

[Q1] ESG가 경쟁력을 약화시키나?

ESG에 대한 지나친 강조는 경쟁력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견 타당하다. 기업은 성장률과 시장점유율, 이윤 등을 포기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해 3월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다국적 식·음료업체 다논(Danone)의 엠마뉘엘 파버(Emmanuel Faber) 회장은 ESG 목표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최고경영자(CEO)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주주가치 창출과 지속가능성 사이에서 제대로 된 균형점을 찾지 못했다"며 거세게 압박한 때문이다.

그런데 ESG에 충분히 집중하지 않는 기업 역시 시장에서 뒤떨어질 위험이 있다. ESG 규제가 빡빡한 미국 및 유럽 시장에서는 경쟁력 하락은 둘째치고, 거래 자체가 허가되지 않을 수 있다. 결국 이사회가 기업이 목표로 하는 시장이 속한 지역, 시기, 분야 등에 따라 ESG 가중치를 끊임없이 검토하고, 관리 가능한 수준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Q2] ESG 의제추진은 수익에 악영향?

일부 주주들은 경영자들이 ESG에 지나치게 집중할 경우 수익에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ESG 펀드의 수익률은 기존 주식형펀드에 비해 저조하지 않을 뿐더러 인덱스펀드의 경우 ESG 관련 상품의 수익률이 높게 나타나기도 한다.

2019년 11월~2021년 3월까지 18개월동안 MSCI 월드 ESG 리더(MSCI World ESG Leaders) 지수의 평균 수익률은 기존 MSCI 월드(MSCI World) 지수의 수익률을 1.84% 웃돌았다. 동기간 JP모건 ESG 신흥시장채권 글로벌 다각화 (JP Morgan ESG EMBI Global Diversified) 지수의 수익률은 같은 상품의 비(非) ESG 지수를 1.94% 상회했다.

다만 ESG 펀드들의 코어 자산은 대부분 빅테크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ESG 의제 설정이 실제로 수익률 증대로 이어지는 것인지, 가장 수익률이 좋은 산업분야가 어쩌다보니 ESG 점수가 높은 것에 불과한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남는다. 하지만 ESG 의제를 추진해야 점차 조여오는 각국 정부의 시장 규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는 없다.

[Q3] ESG와 기업이윤이 상충된다면?

기업은 주주의 이익만을 위한다는 '주주중심이론'의 세계에서 고객, 근로자, 거래기업, 지역사회 등 모두를 존중해야 한다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의 전환은 사실 의제 설정 범위가 매우 방대하다. 기후위기, 노동자 권익, 인종 및 성별 다양성, 주주의결권 등 ESG 요소들은 다양한 부분에서 기업의 이해와 부딪히고, 경영자들은 이 충돌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기업을 잘 이끌어야 한다.

일례로 에너지기업 경영진들은 시급한 기후위기 대처와 전세계적으로 전력을 공급받지 못하는 10억명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안정적이고 적정한 가격의 전력수급 방식을 마련하는 일 사이의 경중을 따져보아야 한다. 또 에너지 기업들은 탈탄소 정책과 그로 인해 인상되는 전기요금으로 일반 소비자들이 받을 경제적 충격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Q4] ESG가 기업 상당주의를 어떻게 변화시키나?

통상 특정기업의 자산평가는 기업 시너지(합병이나 인수시 실현될 기대이익), 양도세, 독·과점 문제 고려 등을 포함했지만, 최근에는 강화된 기업 상당주의(기업 활동으로 인해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식별·예방·회피 및 책임을 다할 의무) 원칙에 입각해 특정 ESG 기준을 만족하는지에 대한 감사가 따른다. 자금을 조달할 때에도 신용평가사와 투자자들이 ESG 정보를 요구한다.

ESG 상당주의의 범주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예시로는 제품 소재 및 제조과정의 친환경성, 직장 내 다양성 평가, 지역사회와의 공조 등을 들 수 있다. 오늘날의 기업들은 ESG 원칙을 준수함을 행동과 결과로 보여야 한다.

[Q5] 공익기업으로 전환해야 하는가?

전통적으로 미국 기업들은 델라웨어주 기업법 아래 설립된 유한책임회사 구조를 갖추고 있고, 환경 및 사회 관련 이해관계자보다 금융 주주를 우선시한다. 하지만 환경 및 사회운동가들이 기업들이 공익기업(PBC·주주뿐 아니라 회사운영으로 영향을 받는 이들의 이익도 함께 추구하는 기업)으로 전환하거나 'B콥 인증'(미국 비영리단체 B랩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수여하는 인증 마크)을 받을 것을 압박하고 있다.

이때 기업은 공익기업으로 전환할 시 금전적으로 어떤 영향이 발생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일례로 기업을 PBC로 전환했을 때 전세계 주식 시장에서 제약 없이 거래가 가능한지, 혹은 자금 조달이나 배당에 있어 불이익이 생기지 않는지, 또 PBC로 전환하지 않은 일반 기업과 비교했을 때 유의미한 성과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등의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Q6] 인종차별 등 사회이슈에 어떻게 대처?

경영자들은 불공정으로 불거진 현안에 대해 투명하고 일관된 틀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기업들은 전면적인 비판에 나섰지만,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폭력에 관한 입장 표명이나 대처에 있어 미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불일치는 직원, 소비자, 고객 사이에 분열을 조장할 수 있다. 따라서 인종 문제를 비롯해 다른 ESG 관련 이슈가 현안으로 떠오를 때 기업은 특정한 원칙에 따라 일관되고 투명한 모습을 보일 수 있어야 한다.

[Q7] 국제적 관점에서 ESG 접근방식은?

ESG 접근방식은 포용적이어야 한다. 서구 기술직 노동자들은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지만, 중국 노동자들의 경우 '9-9-6'(일주일에 6일 오전 9시~오후 9시 근무)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경영자들은 중국적인 가치관이 서구권에서 배척받을 뿐 아니라, 서구의 자유주의적 태도 역시 중국의 고객과 노동자로부터 배척받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는 환경과 기후변화 부문에서도 마찬가지다.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국제적으로 의미있는 진척을 이루는 일은 중국과 인도없이는 불가능하다. 희망하는 변화의 속도에 차이가 있더라도 다른 문화와 국가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필요하다.

[Q8] 장래성 있는 ESG 뼈대를 세울 수 있을까?

경영자들은 현재뿐 아니라 미래 경제가 나아가는 방향에 대한 고려와 함께 ESG 체계를 적용해야 한다. 일례로 많은 소매업체들은 직원들의 인종다양성을 강조하면서 고용 자체에만 집중하지만, 문제는 자동화와 디지털화로 대부분이 조만간 실업자가 되고 말 것이라는 점이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2025년 자동화로 85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반대로 자동화 기기들을 관리할 9700만개의 기술관련 직종이 창출될 예정이다. 따라서 정부가 손보기전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 가장 취약한 직원들을 위해 재교육 및 취업연계 프로그램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변화하는 경제 현실에 무대응으로 일관한다면 기껏 추진하던 ESG 전략마저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Q9] ESG 성과는 어떻게 점검해야 할까?

경영자들은 기업의 ESG 성과가 어떤 방식으로 적합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기업들은 이미 독립적인 외부 감사나 금융, 경영, 사이버, 노동 감사를 받고 있다. ESG 기준도 마찬가지로 제3자 회계법인이나 법무법인, 국제기구나 국내 규제기관 가운데 감사 주체를 정해야 한다.

최근 외부 규제기관 뿐 아니라 산업협회, 무역기구 등을 통해 ESG 평가기준이 마련되고 있다. 일례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ESG 꼬리표가 붙은 투자상품에 대한 인증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얼마나 많은 기관으로부터 ESG 성과를 인정받았는지 보다 모두가 따를 수 있는 기준으로 평가를 받았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Q10] 변화무쌍한 ESG환경, 어떻게 헤쳐나갈까?

기업들은 ESG 진척도를 평가할 기준을 세울 때 시간, 동종업계, 다른 산업, 각종 규제현황에 따른 성과를 고려해야 한다. 특히 ESG 관련 규제가 어떤 분야에 따라붙을지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따라서 경영자들은 규제기관과 정책입안자들과의 대화를 이어나가면서 동종업자들과 함께 어떻게 산업 기준을 맞춰나갈지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글로벌 기업은 ESG 접근 방식에 있어 투명성, 일관성, 유연성, 혁신성, 지속성, 문화민감성, 역동성, 장래성을 고려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은 또 ESG 리스크를 완화하는 것뿐 아니라 인류발전을 위한 기회를 계속 선취적으로 내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삼천리그룹, 국내 김 전문기업 '성경식품' 100% 인수

삼천리그룹이 국내 대표 김 전문기업인 '성경식품'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26일 밝혔다.'지도표 성경김'으로도 널리 알려

쿠팡 "자체조사 아니다...정부 지시 따른 공조 수사"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셀프조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쿠팡이 "자체조사 아니다"면서 "정부 지시에 따른 공조수사였다"고 반박했다.쿠팡은 26일 입장

"니들이 왜 조사해?"…쿠팡 '셀프조사'에 시민 반응 '싸늘'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외부로 정보가 전송된 정황이 없다는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여론이 더욱 싸늘해지고 있다.26일 온라인 커

쿠팡 '셀프조사' 발표에 뿔난 정부...제재강도 더 세지나?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자를 특정했으며 유출정보가 외부로 전송된 정황은 없다는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정부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발표한 쿠

기부하면 금리 'UP'...하나은행 '행운기부런 적금' 한정판매

하나은행은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ESG 특화 금융상품 '행운기부런 적금'을 출시했다고 26일 밝혔다.이 적금은 하나은행과 한국맥도날드의 생활금융

현대차·기아, 탄소감축 목표 SBTi 승인...英 전기차 보조금 요건충족

현대차·기아는 지난 4일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로부터 2045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중간단계로서의 온실가스 배출감축 계획에 대한

기후/환경

+

"탈탄소화 빨라졌다"…올해 에너지전환 투자규모 2.2조달러

올해 전세계 에너지전환 투자규모가 약 2조2000억달러(약 318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막대한 자금이 청정에너지로 투자되면서 전세계 탈탄소화

전자칠판부터 프라이팬까지...친환경 표시제품에 10종 추가

친환경 표시제품에 전자칠판과 프라이팬, 헤어드라이어 등 일상에서 사용빈도가 높은 10개 제품군이 추가됐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

2년만에 닥친 '대기의 강'...美캘리포니아 이틀간 '물폭탄'

미국 캘리포니아 일대가 '대기의 강' 현상으로 물난리를 겪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 당일날 내린 폭우로 일부 지역에 돌발홍수가 발생

[주말날씨] 전국이 '냉동고'...칼바람에 체감온도 -20℃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여기에 바람까지 거세기 불어서 체감기온이 영하 20℃까지 뚝 떨어졌다. 올들어 가장 추운 이번 한파는 27일까지 이어지겠다.2

[ESG;스코어] 경기도 31개 시군...온실가스 감축 1위는 '의왕'

지난해 정부가 제시한 공공부문 온실가스 감축 권장목표를 달성한 경기도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감축한 기초지방자치단체는 '의왕시'로 나타났다

EU, 기업 해외이전 우려에 "철강·화학업종에 보조금 확대"

유럽연합(EU)이 철강, 화학 등 에너지 집약산업에 국가보조금을 확대한다.EU 집행위원회는 철강, 화학 등 이미 지원을 받고 있는 기업들에 국가보조금을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