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면적 4분의1 '잿더미'...바싹 마른 봄날씨 산불피해 키웠다

차민주 기자 / 기사승인 : 2022-03-07 13: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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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봄 날씨 갈수록 건조해지고 있어
세계 곳곳 산불피해...기후위기와 산불 '악순환'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강원도 삼척까지 번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동해안에서 발생한 이번 산불은 22년만에 역대급 피해를 기록할 전망이다. 나흘째 이어지는 산불은 오랜 가뭄으로 바짝 말라붙은 나무들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화마를 더욱 키웠다. 때마침 불어닥친 강풍과 만나면서 산불 피해지역은 더 넓어졌다.

정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7일 오전 6시까지 발생한 산불 피해면적을 1만6755헥타르(ha)로 추정했다. 이는 서울면적 6만500ha의 4분의1 이상이며, 여의도면적(290ha)의 57.8배에 달한다. 축구장 2만3466개 면적의 산림이 모두 타버린 것이다. 1ha는 1만제곱킬로미터(km2)다.

동해안 산불은 4곳에서 동시다발로 번지고 있다. 경북 울진에서 시작된 산불은 삼척으로 번졌고, 강릉~동해에서 발생한 산불, 그리고 강원 영월에서도 산불이 발생했다. 그외 지역에서도 산불이 발생했다. 대구 달성군과 부산 금정, 경기 안산 그리고 경남 산청에서도 산불 피해가 났다.

다행히 아직까지 인명피해는 없지만, 이번 산불로 512개 시설이 화마에 당했다. 울진 272개, 동해 63 등 343개 주택이 불에 탔다. 강원도 문화재로 지정된 동해시 어달산 봉수대도 피해를 입었다. 울진 1만2039ha, 삼척 656ha, 영월 80ha, 강릉 1900ha, 동해 2100ha가 불에 타 잿더미가 됐다. 4635세대 7330명이 산불을 피해 대피중이다. 

이번 산불은 현재까지 추정되는 피해규모로만 통계가 있는 1986년 이후 역대 두번째다. 역대 가장 피해가 컸던 산불은 2000년 동해안에서 발생한 산불로, 당시 강원도 삼척 등 5개 지역에 걸쳐 2만3794ha 면적을 태웠고 360억원의 재산상 피해를 입혔다.

그러나 이번 산불은 아직 진행중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높다. 현재 산불 진화율은 울진과 삼척이 60%이고, 강릉은 80%, 영월과 대구는 각각 50%, 40%에 그치고 있다. 바람의 방향이 예측에서 벗어나고 있는데다 짙은 연무로 헬기 공중 진화가 어려워지면서 주불을 잡지 못한 지역이 아직도 많다. 불씨가 아직 살아있는 곳이 많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국은 헬기 42대와 소방인력 5000여명을 투입해 산불 진화에 총력을 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대형산불의 대부분은 실화가 원인이었다. 2011년~2020년까지 발생한 474건의 산불 발생원인을 보면 입산자 실화가 198건으로 전체의 42%를 차지했다. 담뱃불실화나 성묘객실화 등이 원인이었다. 농사를 앞두고 봄철 논·밭두렁을 소각하면서 산불도 번진 사례도 72건(15%)이었고 쓰레기 소각으로 인한 산불발생도 65건이나 됐다. 이번에 발생한 산불 역시 방화와 실화에서 비롯됐다.

▲국내에서 발생한 역대 대형산불(자료=산림청)


우리나라뿐 아니라 최근 전세계는 기록적인 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아르헨티나가 서울의 13배에 달하는 면적을 산불로 태웠다. 지난해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해 지중해 연안국가들, 호주, 터키 심지어 북극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엄청난 규모의 산림이 소실됐다. 우리나라와 달리, 이 지역의 산불들은 대부분 기후변화가 직접적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낙뢰에 의한 산불도 있지만 건조하고 뜨거운 날씨가 산불 발생 위험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유엔은 캘리포니아, 호주, 시베리아를 초토화시킨 산불이 2030년까지 14%, 2050년까지 30%, 21세기말까지 50%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을 담은 보고서를 최근 발간하기도 했다. 이 보고서는 "산불은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환경, 야생동물, 인간의 건강, 사회시설을 파괴하고 있다"면서 "전세계 산불 추세가 크게 변화해 이전에는 산불에 영향을 받지 않던 지역에서도 산불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불은 기후변화가 아닌 실화에 의한 것이라고 해도 갈수록 건조해지는 날씨가 산불을 더 키웠다고 볼 수 있다. 기후변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봄철 강수 빈도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 연구진의 발표에 따르면 북반구 지역의 봄철 강우 빈도의 감소로 2100년까지 10년마다 봄이 1~2일 더 빨리 시작된다고 했다.

비오거나 흐린날이 줄면 햇빛이 땅과 대기를 덥히면서 낮기온이 더 높아지고, 반대로 밤에는 열을 가둘 구름이 없어 기온이 더 빠르게 떨어져 일교차가 심해진다. 이런 일교차는 식물들로 하여금 봄이라고 생각하게 해 잎이 점점 더 일찍 돋아나게 만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들어 발생한 산불은 245건으로 지난해 같은기간에 발생한 건수의 2배에 육박했다.

이처럼 전세계에서 발생하는 산불로 인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고, 산림면적이 줄면서 기후변화는 더 촉발되고 있다.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 대기 모니터링 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에서 발생한 산불로 17억6000만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또 야생동물의 서식지들이 파괴되면서 생물다양성이 감소하고, 공기청정기 역할을 하는 산림면적이 줄면서 산성비와 대기오염을 증가시키는 악순환을 낳는다. 하늘로 치솟는 산불 연기는 오존층까지 파괴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이날 경북 울진군과 강원 삼척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정부는 산불피해 주택 등 사유시설과 공공시설에 대한 복구비 일부를 국비로 지원해준다. 또 피해 주민에게 생계구호를 위한 재난지원금도 지원한다. 해당지역 주민들은 지방세 납부유예, 건강보험·전기·통신·도시가스요금·지방난방요금 감면 등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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