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플라스틱 하루 섭취량 16.3개 "무해하다"...식약처 연구결과 믿어도 되나?

차민주 기자 / 기사승인 : 2022-03-14 17:17:57
  • -
  • +
  • 인쇄
조사대상 제한적인데 섣부르게 '무해' 결론
인체 무해성 여부, 아직까지 규명된 바 없어
▲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이 하루 16.3개여서 건강상 해롭지 않다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연구결과는 믿어도 되는 것일까? 현재 세계적으로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정확하게 규정된 바 없어 식약처의 이같은 연구결과는 섣부른 판단을 넘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 11일 우리나라 사람이 음식을 섭취하면서 하루 16.3개의 미세플라스틱을 먹지만 이 정도의 미세플라스틱은 건강상 위해가 되지 않는다는 자료를 배포했다. 식약처는 세계보건기구(WHO), 세계식량기구(FAO)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의 유해한 영향에 대한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미세플라스틱은 길이 5밀리미터(mm) 미만의 입자로, 화학물질인 플라스틱이 자연에서 분해되는 과정에서 떨어져나오는 미세한 입자들이다. 플라스틱이나 합성섬유에서 만들어지는 이 미세플라스틱은 바다와 토양, 공기 등을 오염시키면서 2차, 3차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있어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히말라야 정상에서부터 북극, 심해에 이르기까지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고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줄줄이 쏟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전세계 과학자들은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다각도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WHO와 FAO가 미세플라스틱의 유해한 영향에 대한 근거가 없다고 밝힌 이유는 아직 미세플라스틱의 영향에 대한 정확한 연구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규명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므로, 아직 미세플라스틱의 무해성에 대해 그 누구도 섣부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해로울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는 이미 여러번 제기된 바 있다. 지난해 12월 영국 헐요크(Hull York) 의과대학교 연구진은 미세플라스틱이 공기중이나 음식물을 통해 인체에 유입되는 양만으로도 세포독성, 면역반응, 산화 스트레스, 세포벽 손상 등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일상적으로 공기나 음식물을 통해 몸속으로 유입되는 미세플라스틱의 양만으로도 인간의 세포가 파괴될 수 있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증명했다.

또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 연구진은 해양환경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독성 유기물질을 흡수하고 농축해 독성을 10배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발표하기도 했다. 연구 공동저자인 안드레이 에이탄 루빈 박사는 "미세플라스틱은 인체로 들어가는 모든 오염물질에 일종의 플랫폼으로 작용해 인체에 엄청난 해를 끼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식약처는 왜 이런 섣부른 자료를 냈을까.

식약처가 진행한 이번 연구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조사대상이 국내 유통중인 해조류, 젓갈류, 외국에서 미세플라스틱오염이 보고된 식품 등 총 11종 102개 품목에 불과했다. 식품 11종은 액상차, 탄산음료, 과일음료, 맥주, 간장, 벌꿀, 식염(천일염 제외), 해조류, 티백류, 액젓 그리고 젓갈이다. 

식약처는 102개 품목을 대상으로 2020년~2021년 미세플라스틱 오염도와 인체 노출량을 조사한 결과, 미세플라스틱 오염도와 식품 섭취량을 토대로 계산했을 때 식품을 통한 미세플라스틱 섭취량은 1인당 하루평균 16.2개로 나왔다고 했다. 각 품목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의 양을 조사한 것이다. 식약처는 지금까지 알려진 미세플라스틱의 독성정보로 분석할 때, 이 정도의 섭취량은 건강상 영향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과연 그럴까?

▲ 미세플라스틱 검출수준 (사진=식약처)


우선 식약처가 미세플라스틱의 무해성 근거로 내세우는 동물실험이 근거가 상당히 부족하다. 식약처는 2019년 하루 6만개의 미세플라스틱을 28일동안 동물(랫디)에게 경구투여하는 실험을 한 결과 독성학적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28일 이후 랫디에 나타난 독성학적 변화는 관찰하지 않았다. 만약 미세플라스틱이 랫디의 몸속에 남아있다면 몇년 후 영향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같은 지적에 식약처 관계자도 "조사대상 품목이 제한적이어서 이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이번 연구결과가 미세플라스틱의 무해성을 입증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수긍했다. 사람이 미세플라스틱을 하루에 얼마나 섭취했을 때 안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적정기준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사람들은 조사대상 품목 외에 다양한 경로를 통해 미세플라스틱을 흡입 혹은 섭취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하루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 총량을 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식약처 관계자는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조사는 계속 진행될 것"이라며 "랫디보다 작은 쥐를 대상으로 올해부터 3년동안 미세플라스틱의 영향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한국거래소 '한국형 녹색채권' 상장수수료 면제 1년 연장

'한국형 녹색채권' 상장수수료 면제가 1년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가 정부의 녹색채권 활성화 정책 지원을 위해 '한

셀트리온제약 'ESG위원회' 신설..."위원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

셀트리온제약은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신설하고 본격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돌입했다고 11일 밝혔다.ESG위원회는 ESG 경영을 총괄하는

kt ds '2025 대한민국 인적자원개발 대상' 종합대상 수상

KT그룹 IT서비스 전문기업 kt ds가 한국HRD협회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인적자원개발 대상'에서 최고등급인 '종합대상'을 받았다고 11일 밝혔다.대한민국

SPC, 음성에 '안전 스마트공장' 짓는다..."인명사고 근절"

SPC그룹은 생산시설에서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3000억원을 들여 충청북도 음성군에 '안전 스마트 신공장'을 짓는다고 11일 밝혔다.'안전 스마트 신공

LG U+, CDP평가 기후대응부문에서 최고등급 ‘리더십 A’ 획득

LG유플러스가 2025년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Carbon Disclosure Project)로부터 기후변화 대응부문 평가에서 2년 연속으로 최고등급인 '리더십 A'를 획득했다

네이버, 종이보증서 대신 '디지털보증서' 발급..."탄소저감 기대"

네이버가 제품 구매일지와 보증기간 등의 정보가 입력된 디지털 보증서 '네이버 컬렉션'을 출시했다고 11일 밝혔다. 종이 보증서를 대체하는 이 디지털

기후/환경

+

북극곰 온난화로 위협받자…생존 위해 'DNA' 바꾼다

지구온난화로 생존이 위협받는 북극곰의 유전자에서 기후변화에 적응하려는 움직임이 관측됐다.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연구팀은 기온이 오를수록 그

동남아 해상풍력 중심지로 급부상...글로벌 기업들 몰린다

동남아시아가 해상풍력 개발에 속도를 내며 글로벌 재생에너지 시장의 새로운 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환경 정책

日 아오모리 앞바다 또 6.7 지진...불안감 커지는 열도

일본 아오모리현 앞바다에서 또다시 규모 6.7 지진이 발생했다. 일본 현지매체에 따르면 일본 기상청은 12일 오전 11시44분쯤 규모 6.7로 추정되는 지진이

탄소감축해도 경제성장...세계 각국 '탈탄소 성장' 가시화 뚜렷

경제규모가 커졌지만 탄소배출은 오히려 감소하는 이른바 '탈탄소 성장'이 몇몇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다. 경제가 성장하면 탄소배출이 비례적으로 늘

[주말날씨] 눈구름대가 몰려온다...토요일 전국에 '눈비'

북쪽에서 찬공기가 유입되면서 12일 아침기온이 뚝 떨어진 가운데 동해안을 중심으로 내리던 눈이 13일부터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이번 주말에는 많은

[날씨] 무거운 눈이 '펑펑'...이번에 '습설'이 닥친다

첫눈에 폭설로 시작한데 이어, 이번 주말에는 많은 양의 '습설'이 내릴 것으로 예보돼 있다. 습설은 습기를 많이 머금고 있는 무거운 눈이어서 많은 피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