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 연안 돌고래 80마리 사체로 발견…러·우 전쟁 소음이 원인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05-12 16:18:21
  • -
  • +
  • 인쇄
흑해 군함과 군사작전 등으로 수중소음 발생
해양생물 소음 피해 서식지 이동하면서 폐사
▲흑해 연안에 떠밀려온 돌고래 사체. 우크라 전쟁에 따른 군사활동으로 흑해 북부에서 소음공해가 증가하면서, 비정상적으로 많은 수의 고래들이 좌초되거나 어망에 걸리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사진=투다브)

최근 흑해 연안에서 돌고래 폐사율이 증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이래 터키 흑해 연안에서 돌고래(델피누스 델피스) 폐사가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터키해양연구재단 투다브(Tudav)의 조사에 따르면 흑해 서부 전역에서 80마리 이상의 돌고래 개체가 사체로 발견됐다. 이는 비정상적인 수치다. 투다브 측은 이 돌고래들 중 약 절반이 어망에 걸려 죽었다고 밝혔다. 나머지 절반은 사체에서 그물이나 총상 흔적을 찾을 수 없어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과학자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그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약 20척의 러시아 해군함정과 계속되는 군사활동으로 흑해 북부에서 소음공해가 증가하면서, 많은 수의 고래들이 남쪽 터키와 불가리아 해안으로 밀려나 좌초되거나 어망에 걸리고 있다는 시각이다.

바이람 외츠튀르크(Bayram Öztürk) 투다브 의장 또한 청각상해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이렇게 많은 선박과 소음이 오래 지속된 경우는 이례적인 일"이라며 "수중저주파탐지기가 흑해에서 무슨 일을 일으킬 수 있는지에 대한 증거가 없다"고 우려했다.

해군은 음파탐지기(sonar)로 먼 거리에서 적의 잠수함을 탐지한다. 문제는 해양포유류가 의사소통 및 기타 기능을 소리에 의존해 수중소음이 발생하면 이들에게 심각하고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파벨 골딘(Pavel Gol'din) 우크라이나 국립과학원 박사는 좌초현상의 원인이 주로 청각적 외상에 있으며, 특히 군사활동으로 인한 지속적인 수중소음이 돌고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중소음이 어류와 고래류가 남쪽으로 대거 이동하는 원인일 수 있다"며 "수중소음은 동물을 직접 죽이지는 않지만 돌고래를 비롯한 해양생물들이 소음을 피하려고 낯선 지역으로 이동하게 만들어 생물종을 심각하게 교란하고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디미타르 포포프(Dimitar Popov) 불가리아 환경보호단체 그린발칸스(Green Balkans) 프로젝트매니저도 이 이론에 동의했다. 그는 불가리아해역의 흑해쇠돌고래(Phocoena phocoena relicta)들에서 비슷한 경향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그린발칸스는 4년 동안 가자미어업에서의 고래어획량을 감시해 왔다. 관찰에 의하면 봄철 고래어획량이 가장 적었으며 여름에 최고조로 달했다. 그러나 포포프는 지금까지의 경향과 달리 이번 봄에는 50마리의 고래가 72km 길이의 그물에 얽혀 2019년 여름 최고치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전쟁 중 해양포유류 보호프로토콜이 없어 관련 조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외츠튀르크 박사는 "흑해에는 수십 척의 선박이 있지만 이들이 소나를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정보 접근성 부족이 고래의 폐사에 대한 연구를 방해할 뿐만 아니라 어떤 동물이 가장 위험에 처해 있는지 추적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호소했다. 여기에는 흑해에서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쇠돌고래와 흑해 북부 습지에서 일 년의 일부를 보내는 철새들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비용부담 커진다"vs"무상할당 안돼"...4차 배출권 할당계획 '대립각'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4차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

경기도주식회사, 탄소중립 실천 위한 '친환경 협업 기업' 모집

탄소중립 실천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경기도주식회사가 오는 10월 3일까지 '2025년 2차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 플랫폼 구축 및 운영' 협업 기업을 모

"철강·석유화학 배출권 유상할당 높여라...국제추세 역행하는 것"

환경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 대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비율을 종전대로 100%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민단

배출권 유상할당 20% 상향...상의 "기업 비용부담 커질 것" 우려

환경부가 2026년~2030년까지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현행 10%에서 15%로 올리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에 대해 산업계가 비용부담

한은 "극한기후가 물가상승 야기…기후대응 없으면 상승률 2배"

폭우나 폭염과 같은 극한기후고 소비자물가에 단기적인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1년 넘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기후변화

기후/환경

+

"환경장관 약속 못믿어"...세종보 천막농성 철회 안한다

4대강 보 철거를 요구하며 금강 세종보에서 500일간 농성했던 환경단체들이 농성을 중단하기로 했다가 이를 철회했다.11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직접

화석연료 기업들 내뿜는 탄소...치명적인 폭염을 낳았다

엑손모빌 등 석유 대기업들의 탄소배출량이 2000년 이후 전세계에서 발생했던 수십건의 폭염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강릉 식수원 고갈 일보직전 '비소식'...이틀간 20~60㎜ 내린다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으로 쓰이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1일 오전 8시 기준 11.8%까지 낮아진 가운데 토요일인 13일 동해안에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다.

1.5℃ 임계점 넘었나?...전세계 산호 84% 하얗게 변했다

전세계 바다의 산호초 84%가 해양폭염으로 백화 현상을 겪는 등 최근 해양생태계가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지난 2일 발표

바다커튼·유리구슬...지구공학 방법론 온난화 억제 "효과없다"

지구공학 기술을 이용해 지구온난화를 대처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온난화를 막기는커녕 오히려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다.영국 엑스터대학 마

경기도민 89% "기후위기 심각…적극대응 필요하다"

경기도민 10명 중 9명이 기후위기 심각성을 인지하며 이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경기도는 지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