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먹어치우는 박테리아가 있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07-28 17:25:16
  • -
  • +
  • 인쇄
英케임브리지대, 유럽 29개 호수에서 관찰
나뭇잎 등 자연물질보다 플라스틱 더 선호
▲노르웨이의 스터디레이크(Study lake) (사진=케임브리지대학)


호수에서 플라스틱을 먹어치우는 박테리아가 미세플라스틱 오염을 제거하는 해결사가 될 전망이다. 이 박테리아들은 나뭇잎이나 나무가지같은 자연물질보다 플라스틱 잔해를 먹잇감으로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현지시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연구팀은 유럽의 29개 호수를 조사한 결과 박테리아가 플라스틱의 탄소화합물을 분해해 양분으로 사용하는 현상을 관찰했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특정 종의 박테리아가 플라스틱 오염을 제거하는 자연스러운 방법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진은 성장과정에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으로 박테리아 성장(질량증가)과 성장효율을 측정해 이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연구팀은 2019년 8월~9월 스칸디나비아 전역의 호수 29군데에서 표본을 추출했다. 플라스틱에서 환경으로 침출되는 탄소의 양을 나타내기 위해 각 호수의 담수를 채취한 유리병 중 절반에 소량의 플라스틱이 함유된 물을 첨가했다. 나머지 절반에는 동일한 양의 증류수를 첨가했다. 연구팀은 표본을 암실에 72시간 둔 후 각각의 병에서 박테리아 활동을 측정했다.

그 결과 플라스틱에 따른 전체 탄소 수치가 단 4% 증가했을 때 박테리아 성장속도는 2배 이상 빨랐다. 탄소의 약 50%는 72시간 만에 박테리아에 흡수됐다. 호수에 플라스틱 물질이 유입되면 박테리아 성장의 '자양분'이 된다는 것이다. 

호수에 서식하는 박테리아 종이 다양할수록 플라스틱 분해성도 증가했다. 또 호수의 천연 탄소화합물 함유량이 적을수록 박테리아의 플라스틱 분해활동이 활발해졌다. 이는 플라스틱 외 박테리아의 양분 공급원이 적은 것이 원인이다.

박테리아는 천연탄소화합물도 분해하지만 천연탄소보다 플라스틱에서 나오는 탄소화합물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연구팀은 박테리아에게 있어 플라스틱 탄소화합물을 분해해 양분으로 이용하는 것이 더 수월하기 때문으로 추측했다.

논문의 선임저자 앤드류 타넨자프(Andrew Tanentzap)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식물과학부 박사는 "천연 탄소화합물보다 플라스틱 분해가 더 수월해 박테리아는 플라스틱을 양분으로 먼저 사용한다"며 "박테리아가 증가하면 결과적으로 오리와 물고기 등 더 큰 유기체들에게 더 많은 양분을 제공해 플라스틱 오염이 호수의 먹이사슬 전체에 관여하게 된다"고 했다.

연구팀은 특정종의 박테리아를 이용하면 인위적 조치없이 환경에서 플라스틱 오염을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지난해 연구팀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유럽의 호수는 미세플라스틱 오염의 온상지다. 이번 연구결과는 오염관리가 시급한 호수들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령 플라스틱 오염이 심각하고 박테리아 다양성이 낮으며 천연유기화합물이 풍부할수록 호수의 생태계는 더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플라스틱 오염이 용인되는 것은 아니라고 연구팀은 경고했다. 플라스틱에 함유된 일부 화합물의 농도가 높아질수록 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위험성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알드리지(David Aldridge) 케임브리지대학 동물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긍정적인 측면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 및  환경오염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미생물을 식별하는데 기여한다"고 말했다.

연구의 주요저자인 케임브리지대학 식물과학부 엘리너 셰리던(Eleanor Sheridan)은 "이번 연구가 사람들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보다 더 조심스럽게 처리하도록 장려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바다에서도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박테리아가 이미 발견됐다. 미생물집단이 해양플라스틱에 적응하면서 형성된 신생태계 '플라스틱스피어(plastisphere)'는 박테리아와 곰팡이뿐만 아니라 게나 해파리 등 플라스틱에 서식하는 생물체들을 모두 아우른다. 여기에 플라스틱을 먹이로 섭취해 분해하는 박테리아도 서식한다.

플라스틱스피어에 대한 연구는 크게 잠재적 병원균 및 탄화수소를 생분해할 가능성 두 가지 갈래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 특히 플라스틱을 먹이로 삼는 해양미생물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의 해결책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학술지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삼성중공업, 선박 폐열회수 발전시스템 해상실증 나선다

삼성중공업이 선박 폐열회수 발전시스템 해상실증 나선다.삼성중공업은 독자 개발한 '유기랭킨사이클(ORC:Organic Rankine Cycle) 기반 폐열회수 발전시스템(

쿠팡 '못난이 채소' 새벽배송 3년...직매입 물량 8000톤 돌파

쿠팡은 최근 3년간 전국 농가에서 직매입해 새벽배송으로 선보인 '못난이 채소' 누적 규모가 8000톤을 돌파했다고 18일 밝혔다. 쿠팡은 지난 2023년부터

[ESG;스코어] 韓 해운사 탄소효율…벌크선사 팬오션이 '꼴찌'

팬오션, 현대글로비스가 우리나라 해운사 가운데 '탄소집약도지수'(CII) 위험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대LNG와 코리아LNG, KSS해운은 CII 위

카카오 '장시간 노동' 의혹...노동부, 근로감독 착수

카카오가 최근 불거진 장시간 노동 문제를 두고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을 받게 됐다.고용노동부 관할지청인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성남지청은 이달초

사고발생한 기업들 ESG 순위도 추락...산재로 감점 2배 증가

자산 2조원 이상의 대기업 가운데 현대홈쇼핑과 현대백화점, 유한양행, 풀무원,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올 하반기 서스틴베스트 ESG 평가에서 상위에 랭크

대주·ESG경영개발원, ESG 컨설팅·공시 '협력'

대주회계법인과 한국ESG경영개발원(KEMI)이 ESRS·ISSB 등 국제공시 표준 기반 통합 컨설팅 서비스 공동개발에 나선다.양사는 14일 ESG 전략·공시&mi

기후/환경

+

전기차 충전시설, 28일부터 지자체 신고·책임보험 의무화

이달 28일부터 건축물 주차장에 전기자동차 충전시설을 설치하려면 지자체에 신고하고 책임보험도 가입해야 한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같은 내용을

[COP30] 교황의 묵직한 경고..."기후위기 대응, 더는 미룰 수 없다"

교황 레오 14세가 세계를 향해 "기후위기 대응을 즉각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묵직한 경고를 날렸다.교황 레오 14세는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는 제30차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앞으로 '1000년' 이어진다

탄소중립을 달성해도 산업화 이후 오른 지구의 평균기온이 최소 1000년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17일(현지시간) 21세기 호주 연방산업연구기구(CSIRO)

[COP30] "이건 생존이다!"…기후 취약국들 COP30에서 '절규'

기후취약국들이 "기후위기는 생존 문제"라며 선진국의 실질적 감축과 재정지원 확대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17일(현지시간)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

지역마다 제각각 풍력·태양광 '이격거리'...기후부, 규제 합리화 추진

지역마다 제각각인 태양광과 풍력의 이격거리를 중앙정부 차원에서 규제 합리화를 추진한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서울 영등포구 한국에너지공단 서울

'대기의 강' 때문?...美 LA에 역대급 폭우로 '물난리'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비롯한 캘리포니아 남부지역에 폭우가 나흘 넘게 이어지면서 인명피해까지 발생했다.17일(현지시간) 미 기상청(NWS)에 따르면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