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기업] 해양쓰레기로 '일석이조'..."바다 살리면서 돈도 벌어야죠"

차민주 기자 / 기사승인 : 2022-08-23 10:51:41
  • -
  • +
  • 인쇄
포어시스, 세계 최초 해양쓰레기 차단시설 개발
쓰레기가 바다로 유입되기 직전 걸러주는 장치
▲원종화 포어시스 대표는 "1년동안 국내 하천에서 발생하는 해양쓰레기는 무려 15만톤에 달한다"고 말했다. ©newstree


얼마전 호주에서 구조된 새끼 바다거북은 6일동안 플라스틱만 배설했다. 국내 연안에서 발견된 바다거북 사체에서도 비닐봉지와 끈 등의 플라스틱이 소화관에서 나왔다. 이외에도 지느러미나 목에 마스크가 걸린 해양생물들에 대한 보도는 끊이지 않고 있다. 모두가 인간이 버린 쓰레기들이다. 바다로 흘러간 쓰레기들은 현재 태평양 한가운데 거대한 '쓰레기섬'이 됐다.

해양생태계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해양쓰레기는 결국 하천에서 흘러들어간 것이 70~80%에 이른다. 우리나라도 하천을 통해 발생하는 해양쓰레기가 연간 15만톤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해양쓰레기를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장비를 개발한 국내 스타트업이 있다. 2017년 1월 설립된 '포어시스'(Foresys)가 바로 그 주인공.

포어시스의 원종화(41) 대표는 "쓰레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우리나라의 바다를 보다가 업무차 방문한 호주에서 해양쓰레기가 없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면서 "우리나라도 해양쓰레기를 없애려면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쓰레기를 걸러내야 한다는 생각에서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원 대표는 대우조선해양 재직시절 바다속 구조물을 연구하던 경험을 살려, 세계 처음으로 해양쓰레기 차단시설 개발에 덜컥 뛰어들었다.

▲인천 환경산업연구단지에 설치된 부유쓰레기 차단시설 (사진=포어시스)


그러나 차단시설 개발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전세계적으로 적용된 사례가 없다보니, 관련 기술도 없고 참고할만한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포어시스는 3년의 연구끝에 해양쓰레기 차단시설 장비를 마침내 개발했다. 이 차단시설은 바다와 맞닿은 하천 하구에 설치해 쓰레기가 바다로 유입되기 직전에 걸러주는 장치다.

가늘고 긴 띠 모양의 장치는 하천폭의 절반 이하로 맞춰 제작할 수 있다. 또 높이는 70cm 정도로, 바다 위를 둥둥 떠내려오는 쓰레기들을 잡아준다. 원 대표는 "해양쓰레기가 흐르는 경로를 분석해 선박 운행을 방해하지 않는 최적의 위치에 설치한다"고 설명했다.

해양쓰레기는 물길을 따라 해양쓰레기 차단시설 옆에 설치된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 이 쓰레기통은 배를 통해서 수거하거나 육지에서 크레인을 이용해 수거한다. 차단시설은 해양쓰레기 무게를 80톤까지 견딜 수 있다. 

원 대표는 "차단시설은 걸러낸 쓰레기의 양과 종류 등을 구분할 수 있는 영상처리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면서 "이 장치가 설치된 하천에서는 플라스틱이나 비닐, 병 등의 비율을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해양쓰레기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스마트 통합 관리 시스템을 통해 해양쓰레기 발생량과 종류를 분석해 재활용을 더 원활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하천을 공유하는 지자체나 국가들이 쓰레기 처리비용을 분담하는 정량적 근거가 될 수 있다. 


이 차단시설은 현재 진행중인 부산, 충남, 경기 사업에 앞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안동 하천실험센터에서 실대형 실험을 거치게 된다. 이 실증단계에서 문제가 없으면 내년 1월부터 충청남도와 부산, 경기도에 설치될 예정이다. 원 대표는 "안동실험센터에 하천을 모사한 단지가 있다"며 "이곳에서 실증단계를 거친 후 승인을 받은 국내 하천에 차단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양쓰레기 전처리 시설 '포어소닉'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원종화 대표 ©newstree


포어시스의 사업은 단순히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일에만 그치지 않는다. 수거된 해양쓰레기를 완전히 재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이 회사는 수거된 해양쓰레기의 소금기를 제거하는 '포어소닉' 장비도 개발했다. 포어소닉은 소금기를 씻어내고 탈수하는 이동식 초음파 전처리 시설이다. 마치 초음파로 안경을 청소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원 대표는 "쓰레기가 바다에 오래 머물면 소금기가 많아져 재활용이 어려워진다"면서 "따라서 수거한 쓰레기에서 최대한 빨리 소금기를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포어시스는 '포어소닉'을 트럭에 싣고 다닐 수 있도록 이동식 컨테이너 모양으로 개발했다.

원 대표는 "해양폐기물 처리비용은 육상 폐기물보다 2.5배~4배 정도 비싸다"며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해양쓰레기를 빨리 세척하지 못하면 사회적 비용이 오히려 더 증대한다"고 강조했다. 포어시스는 이렇게 수거한 해양쓰레기 가운데 플라스틱을 직접 재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버려진 어망으로 만든 '푸른바다화분' 내부 ©newstree


이 회사는 또 버려지는 폐어망·폐어구, 패각(조개껍데기)을 활용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중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약 4만4000톤의 플라스틱 폐어망이 바다에 버려져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있다. 포어시스는 수거한 폐어망을 활용해 지난해 소셜벤처 트리플래닛과 함께 콘크리트 화분인 '푸른바다화분'을 제작하기도 했다. 앞으로는 폐어망과 패각을 활용해 건물에 사용되는 콘크리트도 만들어볼 예정이다.

원 대표는 "해양쓰레기가 끊임없이 해양동물과 환경을 위협하고 있어 이를 철저히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국내 3000개의 하천에 해양쓰레기 차단시설을 설치하고 폐어망 등을 활용한 물건 제작에 더욱 힘쓸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탄소중립 핵심목표 미루더니...英 HSBC도 '넷제로연합' 탈퇴

영국계 글로벌 금융사 HSBC가 은행권의 기후목표 연합체인 '넷제로은행연합(NZBA)'에서 탈퇴한다고 지난 1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국 대형은행들의 잇

[친환경 기업] 샴푸바의 시작 '러쉬'..."환경파괴해 수확한 원료 안쓰죠"

"러쉬의 모든 활동은 브랜드가 옳다고 믿는 가치를 실천하는 과정이다."러쉬코리아의 박원정 윤리이사(에틱스 디렉터)의 말이다. 에틱스 디렉터는 세

"낡은 옷, 포인트로 바꾸세요"...현대百 '바이백' 서비스 시행

현대백화점이 중고패션 보상프로그램 '바이백(buy back)' 서비스를 도입한다. 가지고 있는 의류를 되팔면 해당 상품 중고시세에 해당하는 금액을 현대백

SK이노베이션, 2030년까지 베트남 맹그로브숲 복원 나선다

SK이노베이션이 베트남에서 '아시아의 허파'로 불리는 맹그로브숲 복원사업에 나선다.SK이노베이션은 7일 베트남 짜빈(Tra Vinh)성 정부 및 현지 사회적기

KCC글라스 '2024-25 ESG보고서' 발간...KPI와 연계

KCC글라스가 지속가능경영 성과와 성장전략을 담은 '2024/25 ESG보고서'를 발간했다고 7일 밝혔다.올해 다섯번째로 발간된 이번 보고서는 △ESG 전략목표와

[최남수의 ESG풍향계] 글로벌 기업들 '지속가능 공시' 적극적인 이유

이재명 정부는 ESG 정책에 대해 전향적인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 가운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보이는 정책은 지속가능성 공시다. 윤석

기후/환경

+

기후변화로 커지는 작물...당 함량 높지만 영양소는 부족해져

기후변화로 이산화탄소가 높으면 작물이 크게 자라면서 당함량은 높아지지만 영양성분은 오히려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로 인한 탄소농

울릉도에 200㎜ '물폭탄'...도로 곳곳에 낙석 피해

간밤에 울릉도에 2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낙석, 둑 붕괴 등 피해가 났다.14일 울릉군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까지 경북 울릉에 많은 비가 내렸다. 13

129명 숨진 美텍사스 홍수지역에 또 폭우...추가 침수 우려

이달초 대홍수로 129명이 목숨을 잃은 미국 텍사스 중부지역에 또다시 폭우가 쏟아졌다. 이 때문에 지난번 폭우로 실종된 사람들에 대한 수색도 전면

[날씨] 열대 수증기가 몰려온다...이번주 내내 '강한 비'

열대 수증기를 품은 거대한 저기압이 한반도로 몰려오고 있어 곳곳에 '물폭탄'이 예상된다. 14일 기상청에 따르면 한반도 상공을 층층이 덮고 있던 고

또 물에 잠긴 파키스탄...폭우에 빙하 녹은 물까지 덮쳤다

몬순(우기)를 맞은 파키스탄에 이상고온으로 빙하까지 녹아내리면서 홍수가 발생해 1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파키스탄 국가재난관리청(NDMA)은 1

40℃로 치솟는 英..."이 추세면 2070년대 폭염 사망자 3만명" 경고

영국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2070년대에 연간 3만명 넘는 사람들이 폭염에 의해 사망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10일(현지시간)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