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앤디 워홀 '캠벨 수프'에 테러…명작의 수난 왜?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11-09 18:09:47
  • -
  • +
  • 인쇄
기후운동가들, 호주서 낙서하고 접착제 공격
"박물관은 기후위기 알리는 효율적인 플랫폼"
▲앤디 워홀의 작품 '캠벨 수프 1'에 낙서를 휘갈기는 기후운동가들 (영상=Stop Fossil Fuel Subsidies 트위터 캡처)


기후운동가들이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의 대표작 '캠벨 수프 통조림'에 접착제로 손을 붙이는 소동이 벌어졌다.


9일 환경단체 '화석연료 보조금 중단하라'(Stop Fossil Fuel Subsidies) 소속 기후운동가 2인조는 호주 국립미술관에 전시된 기념비적인 작품 '캠벨 수프 1'에 푸른색 페인트로 낙서를 휘갈기고, 접착제를 붙이는 기행을 벌였다. 호주 수도권 준주(ACT) 경찰은 이들을 곧장 쫓아냈지만 체포하지는 않았다.

앤디 워홀은 자신이 즐겨 먹던 캠벨 수프 통조림을 실크스크린 기법을 사용해 그려냈다. 이번에 훼손된 '캠벨 수프 1'은 1968년 작으로, 캠벨 수프 통조림이 그려진 액자가 가로로 5개씩 2줄로 나열된 구성이다. 당시 작품을 대량으로 생산한다는 개념 자체가 하나의 예술 실험이었으며, 해당 작품이 대중 소비문화를 미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면서 1960년대 미국 소비문화를 찬미하는 동시에 비판하는 소재로 활용됐다.

접근이 용이한 아래쪽 액자들을 집중 공략한 운동가들은 접착제가 마르기 전에 쫓겨났다. 푸른색 페인트는 보호유리에 막혀 작품 내부가 손상되지는 않았다. 미술관 측에 따르면 현재 공격당한 하부 5개 액자는 들어냈고, 세척 후 다시 내걸 예정이다.

이번 시위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화석연료 보조금 중단하라' 소속 기후운동가 보니 캐슨(Bonnie Cassen)은 이날 호주 정부가 석유, 천연가스, 석탄사업 등에 지원금 투자 중단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그는 "앤디 워홀은 작품을 통해 걷잡을 수 없게 돼버린 소비지상주의를 묘사했지만, 이제는 자본주의 자체가 제정신이 아니게 돼 버렸다"면서 "호주의 빈곤층 가구들은 아이들에게 약을 먹여야 할 지 음식을 먹여야 할 지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마당에 호주 정부는 1분마다 2만2000달러(약 3000만원) 규모의 보조금을 화석연료 사업에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기후위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비슷한 유형의 '과격 시위'가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기후운동가들은 영국 런던국립미술관에서 반 고흐의 1888년 유화 '해바라기'에 하인즈 캔 수프를 끼얹고, 미술관 벽에 자신의 손을 접착제로 붙이는 시위를 벌였다. 독일 포츠담 바르베리니미술관에 전시된 프랑스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의 연작 그림 '건초더미'에는 으깬 감자가 뿌려졌다. 호주 멜버른 빅토리아 국립박물관에 전시된 피카소의 걸작 '한국에서의 학살'에 기후활동가가 접착제를 바른 손을 명화 위에 붙이기도 했다.

▲독일 기후단체 라스트 제너레이션의 활동가 2명이 독일 바르베리니 박물관에 전시된 클로드 모네의 그림 '건초더미'에 으깬 감자를 던진 후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라스트 제너레이션)


활동가들이 신체 일부를 미술작품에 접착하는 행위는 여러 의도를 담고 있다. 우선 접착제가 완전히 말라붙으면 경찰이 기습 시위를 저지하기 위해 활동가를 끌어내려 해도 당장 떼어내기 어렵기 때문에 메시지 전달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다. 작품들도 완전히 새로운 의미를 얻게 된다. 일례로 피카소의 '한국에서의 학살'은 지난 역사의 단편일 뿐 아니라 지구온난화로 기근이 발생하면서 전쟁의 위기가 고조되는 미래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담게 되는 것이다.

이같은 유형의 시위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환경운동가들은 그간 서구의 박물관들이 '역사의 성역' 내지는 '역사의 객관적 관리인' 행세를 하며 현세와 동떨어져 있다는 환상을 심어왔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약탈문화재나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박물관 기증자에 대한 시위 등 과거를 바로잡기 위한 시위들이 박물관에서 벌어졌고, 과거를 바로잡을 수 있다면 기후위기로 미래에 일어날 일도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게 운동가들의 주장이다.

캐나다 웨스턴대학교 시각예술학과 커스티 로버트슨(Kirsty Robertson)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1957년~1972년 사이 반자본주의 예술가나 사상가들의 구호 가운데 하나는 '포장도로 밑에는 백사장이 있다'였다"며 "접착제와 같은 기존의 관성을 걷어내면 예술작품과 같은 더 나은 미래를 찾을 수 있다는 상징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로버트슨 교수는 이어 "박물관의 특별함은 뷰유한 엘리트들과 일반 대중의 접점이라는 데 있다"며 박물관을 기후위기가 비상사태임을 알리는 하나의 효율적인 플랫폼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불참을 선언한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명화의 훼손은 우려하면서 지구의 훼손은 방관하고 있다"며 점차 과격해지는 시위 양상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한국거래소 '한국형 녹색채권' 상장수수료 면제 1년 연장

'한국형 녹색채권' 상장수수료 면제가 1년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가 정부의 녹색채권 활성화 정책 지원을 위해 '한

셀트리온제약 'ESG위원회' 신설..."위원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

셀트리온제약은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신설하고 본격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돌입했다고 11일 밝혔다.ESG위원회는 ESG 경영을 총괄하는

kt ds '2025 대한민국 인적자원개발 대상' 종합대상 수상

KT그룹 IT서비스 전문기업 kt ds가 한국HRD협회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인적자원개발 대상'에서 최고등급인 '종합대상'을 받았다고 11일 밝혔다.대한민국

SPC, 음성에 '안전 스마트공장' 짓는다..."인명사고 근절"

SPC그룹은 생산시설에서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3000억원을 들여 충청북도 음성군에 '안전 스마트 신공장'을 짓는다고 11일 밝혔다.'안전 스마트 신공

LG U+, CDP평가 기후대응부문에서 최고등급 ‘리더십 A’ 획득

LG유플러스가 2025년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Carbon Disclosure Project)로부터 기후변화 대응부문 평가에서 2년 연속으로 최고등급인 '리더십 A'를 획득했다

네이버, 종이보증서 대신 '디지털보증서' 발급..."탄소저감 기대"

네이버가 제품 구매일지와 보증기간 등의 정보가 입력된 디지털 보증서 '네이버 컬렉션'을 출시했다고 11일 밝혔다. 종이 보증서를 대체하는 이 디지털

기후/환경

+

북극곰 온난화로 위협받자…생존 위해 'DNA' 바꾼다

지구온난화로 생존이 위협받는 북극곰의 유전자에서 기후변화에 적응하려는 움직임이 관측됐다.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연구팀은 기온이 오를수록 그

동남아 해상풍력 중심지로 급부상...글로벌 기업들 몰린다

동남아시아가 해상풍력 개발에 속도를 내며 글로벌 재생에너지 시장의 새로운 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환경 정책

日 아오모리 앞바다 또 6.7 지진...불안감 커지는 열도

일본 아오모리현 앞바다에서 또다시 규모 6.7 지진이 발생했다. 일본 현지매체에 따르면 일본 기상청은 12일 오전 11시44분쯤 규모 6.7로 추정되는 지진이

탄소감축해도 경제성장...세계 각국 '탈탄소 성장' 가시화 뚜렷

경제규모가 커졌지만 탄소배출은 오히려 감소하는 이른바 '탈탄소 성장'이 몇몇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다. 경제가 성장하면 탄소배출이 비례적으로 늘

[주말날씨] 눈구름대가 몰려온다...토요일 전국에 '눈비'

북쪽에서 찬공기가 유입되면서 12일 아침기온이 뚝 떨어진 가운데 동해안을 중심으로 내리던 눈이 13일부터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이번 주말에는 많은

[날씨] 무거운 눈이 '펑펑'...이번에 '습설'이 닥친다

첫눈에 폭설로 시작한데 이어, 이번 주말에는 많은 양의 '습설'이 내릴 것으로 예보돼 있다. 습설은 습기를 많이 머금고 있는 무거운 눈이어서 많은 피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